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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추락한 경영 성적표...감독만 자꾸 떠났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08-03 05:14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명가'에서 '감독의 무덤'으로….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지난달 29일 포항과의 FA컵 8강전이 끝난 뒤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구단은 이튿날 저녁 별다른 설명없이 '최용수 감독 자진 사퇴'라고 간단하게 발표했다. 최근 FC서울의 경기력이 추락하면서 감독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겉으로 보이는 사퇴 이유가 추측으로 나돌고 있다.

일단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떠났다. K리그 주변 여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 분위기다. 감독 사퇴까지 이르게 만든 구단 경영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FC서울은 이번에 최 감독을 중도 사퇴로 떠나보내면서 불명예 타이틀을 새로 떠안게 됐다. '감독의 무덤 FC서울'이다.

FC서울은 지난 2017년 11월 말 GS칼텍스의 재무 전문가였던 엄태진 사장이 부임하면서 투명한 구단 운영, 명예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왔다.

2018년 5월 당시 황선홍 감독이 성적 부진 등의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했다. 2018년 시즌 FC서울은 암흑기의 연속이었다. 황 감독이 퇴진한 이후 이을용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엄 사장은 이상한 결정을 내렸다. FC서울의 경우, 감독 선임같은 중대한 결정은 GS그룹 최고위층의 재가를 받는 구조다. 황 감독 사퇴 이후 당시 구단 실무진에서는 후임 감독 후보군에 대한 심사숙고 끝에 '1순위 최용수, 2순위 이을용'으로 엄 사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코치가 연속성은 있지만 위기에 빠진 팀을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하기 위해서는 카리스마나 선수와의 친화력이 높은 최 감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엄 사장은 GS그룹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우선 순위를 바꿔 이 코치를 상위에 올렸고, 감독대행으로 관철시켰다고 한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미 추락한 팀 분위기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시즌 후반부로 가면서 강등 위기로까지 몰렸다. 결국 '이을용 감독대행 카드'는 실패했고 불과 4개월여 만인 그해 10월 최 감독을 '소방수'로 다시 '모셔왔다'. 1994년 LG치타스에서 프로 데뷔해 코치, 감독으로 성장한 'FC서울 레전드'의 귀환에 서울팬들은 모두 환영했다.

최 감독은 화답했고 팀은 '명가재건'의 반전세로 접어들었다. 최 감독은 2018년 시즌 승강플레이오프까지 몰렸던 팀을 극적으로 잔류시켰다. 이어 2019년 시즌에는 강등 위기였던 팀을 리그 3위로 끌어올리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까지 되찾아주면서 '서울 독수리의 제2의 성공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2019년 여름 이적시장 '제로영입', 2020년 기성용 복귀 영입, 여름 이적시장 선수 보강 등의 과정에서 각종 난맥상을 노출하면서 7월 30일 최 감독의 중도 사퇴, 비극적 결말로 이어졌다. 전임 황 감독 퇴진 때 2016년 K리그 우승, FA컵 준우승의 성과가 묻혔듯이 2019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군 3위 도약의 업적도 묻혔다.

구단에 남은 것은 불과 2년 사이 사령탑이 3번이나 물러난, 이례적인 불명예 기록이다. FC서울 구단 역사에도 이런 적이 없다. 과거부터 FC서울은 감독의 임기를 보장하는 전통이 강했지 마음에 안든다고 걸핏하면 감독을 갈아치우는 팀은 아니었다. 최 감독이 2016년 시즌 도중 중국 리그로 떠난 것은 구단의 허락 아래 웃으며 헤어진 이별이었다.

과거 FC서울은 선수단 전력 걱정도, 성적에 대한 큰 압박감도 없이 안정적인 임기 속에 추구하는 색깔을 칠할 수 있는, 감독들이 가고 싶어하는 '명가'였다. 그러했던 FC서울이 '3년 새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감독을 '상생'의 동반자가 아닌 구단의 경영 방침에 순종해야 하는 '을'로 여기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경영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이 모두 스쳐지나간 감독의 책임일까. 엄 사장이 부임한 이후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축구계 주변에 널리 퍼져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팬들도 잘 안다. 지난해 초 서울팬들이 들고 일어난 적이 있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엄태진 아웃'이란 태그까지 등장했다. 팬들은 '잊지말자 2018'을 외쳤고, 구단은 '명가재건'을 약속하며 2019년 시즌을 시작했건만 전력 보강에 대한 투자 등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팬들이 화가 났던 것. 당시 서울팬들은 예전과 다르게 팬과의 소통에도 소홀히 하는 구단을 강하게 비판하했다.

이런 '채찍'이 '약'이 되었는지 그해 FC서울은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다만, 여기서도 팬들은 감독과 선수단을 '칭송'했지 구단의 공로를 호평하지는 않았다. 추락한 성적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진다. 추락한 구단 이미지, 명가의 위상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최 감독의 사퇴를 접한 상당수 팬들이 "감독만 책임질 일이냐"고 되묻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0년 시즌을 맞아 구단은 새해 콘셉트로 'THE 서울다움(SEOULDAUM)'을 천명한 바 있다. 그 '서울다움'이 '2018년의 서울'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최근 3년 간 FC서울이 내보인 결과표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타 구단 관계자는 "FC서울은 옛날부터 구단주인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달라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리딩구단'이었다"면서 "간혹 네티즌 댓글에서 'GS는 손떼고 LG로 넘겨라', 'GS가 이제 축구를 버리려는 모양'이라는 촌평을 볼 때마다 K리그의 아픈 현실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꼬집었듯이 축구명가 FC서울의 모기업인 GS그룹이 너무 방관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지금의 FC서울을 구하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에 대한 애정이라면 GS도 '현대가(家)' 못지 않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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