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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손흥민을 '월클'로 바꾼 숫자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1-03-21 09:45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세이셔널' 손흥민(29·토트넘)은 모두가 인정하는 '월드클래스'다.

세계 최정상이라는 뜻의 '월드클래스(WORLD-CLASS)'는 한국축구, 더 나아가 아시아축구와는 인연이 없는 단어였다. 월드클래스의 기준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이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 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유럽-남미의 슈퍼스타를 중심으로, 일부 아프리카 선수 정도에게만 허락된 '아주 특별한 수식어'라는 점이다.

손흥민은 이 흐름을 깬 '돌연변이'다. 마케팅, 성실함 등으로 인정받던 다른 아시아 스타들과 달리, 손흥민은 온전히 기량만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넘어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사실 처음부터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매 시즌 탁월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시아 선수에 대한 세계 축구계의 편견은 여전했다. 손흥민은 반박할 수 없는 각종 기록들로 아시아 선수를 가로막던 '월드클래스'라는 유리천장을 깼다.

손흥민을 '월드클래스'로 바꾼 '숫자들', 이는 손흥민이 새롭게 쓴 한국축구, 아시아축구의 역사이기도 하다.

1-FIFA 푸스카스상 수상 횟수,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9년 제정해 전 세계에서 나온 골 중 가장 멋진 골에게 주는 FIFA 푸스카스상의 2020년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한국인 최초의 수상이었다. 손흥민은 2019년 12월 번리와의 경기에서 70m를 돌파한 뒤 환상골을 성공시켰다. 이 골로 손흥민은 FIFA 푸스카스상 외에 EPL 올해의 골, 유럽 언론 선정 올해의 골을 독식했다.

3-EPL 이달의 선수 수상 횟수, 손흥민은 2016년 9월, 2017년 4월, 2020년 10월까지 3번이나 'EPL 이달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당연히 아시아 최초다. 1994~1995시즌 제정된 EPL 이달의 선수상은 맨유에서만 24년을 뛴 '레전드' 라이언 긱스 조차도 단 두번 밖에 받지 못했다. 3회 이상 수상한 선수는 손흥민 포함, 21명에 불과하다. 21명 모두 EPL을 빛낸 레전드들이다.

8-유럽 5대 리그 두 자릿수 득점 시즌 횟수,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그 중 두 자릿수 득점은 정상급 공격수를 대표하는 기본 지표다. 손흥민은 함부르크에서 뛰던 2012~2013시즌 12골로 처음 두 자릿수 득점을 성공한 이래 토트넘 이적 첫 해인 2015~2016시즌을 제외하고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이 최전방이 아닌 측면 공격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득점력이다.

10-'10-10' 클럽 가입, 10골과 10도움을 동시에 올려야 하는 '10-10' 클럽은 만능형 공격수를 상징하는 숫자다. 득점력을 인정받은 손흥민은 최근 도움에도 눈을 뜬 모습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EPL '10-10 클럽'에 가입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 케빈 더 브라이너(맨시티)와 함께 '유이'한 가입자였다. 당연히 아시아 최초, 5대 리그로 범위를 넓혀도 손흥민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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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EPL 단일 시즌 최다 합작골 신기록,
손흥민은 올 시즌 '영혼의 짝' 해리 케인과 함께 EPL에서만 14골을 합작해 앨런 시어러-크리스 서튼이 1994~1995시즌 블랙번 로버스에서 세운 'EPL 단일 시즌 최다 합작골(13골)' 기록을 26년만에 넘어섰다. 통산 34골을 합작한 '손-케 듀오'는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로그바가 갖고 있는 EPL 통산 퇴대 합작골(36골) 기록에도 2골만을 남겨두고 있다.

15-FIFA FIFPro 베스트XI FW부문 순위, 손흥민은 2019년과 2020년, 전 세계 프로축구 선수들의 투표에 의해 정해지는 FIFA FIFPro 베스트11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했다. 손흥민은 2020년 FW 부문에서 15위에 올랐다. 발표 후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아스널)이 10위에 오른 것을 들어, "손흥민 순위가 너무 낮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16-토트넘 구단 통산 득점 순위, 손흥민은 지난 1월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 골을 넣으며 토트넘 통산 100호골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53경기만에 '100 클럽'에 가입했다. 구단 역사상 18명 밖에 없는 대기록이었다. 현역 중에는 케인과 함께 둘 뿐이다. 손흥민은 이후 3골을 추가하며 순위를 16위까지 끌어올렸다. 손흥민은 이 기록으로 토트넘의 살아있는 레전드가 됐다.

19-가디언 선정 올해 세계 최고의 선수 순위, 영국 정론지인 가디언은 매년 세계 최고의 선수 100인을 선정, 발표한다. 전 세계 71개국 241명의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이 랭킹은 꽤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2018년 78위로 이 순위에 처음 등장한 손흥민은 지난해 19위에 올랐다. 앙투안 그리즈만(바르셀로나), 네이마르(PSG)보다 높은 순위였지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22-2019년 발롱도르 순위, 황금공을 뜻하는 발롱도르는 명실상부 축구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프랑스 풋볼이 매년 세계 각국 미디어들의 의견을 구해 순위를 가린다. 2002년 설기현, 2005년 박지성에 이어 한국 선수 중 세번째로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손흥민은 카림 벤제마, 마르퀴뇨스 등을 제치고 2019년 22위에 올랐다. 역대 아시아 1위에 해당하는 순위였다.

90000000-트랜스퍼마르크트 선정 예상 이적료, 선수의 가치는 결국 몸값이다. 이적료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는 2월 선수들의 예상 이적료를 '업데이트'했는데, 손흥민의 몸값은 9000만유로, 우리 돈으로 약 1212억원이었다. 전 세계 선수 중 12위로, EPL로 범위를 좁히면 7위, 왼쪽 윙어 중에서는 4위였다. 실제 시장에 나올 경우 1억유로(약 1347억원)를 호가한다는 것이 현지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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