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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힘들 때 버티는 힘이 있다. 우리가 광주 원정에서 이길 거라 생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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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분위기가 바뀌었다. 베테랑과 영건의 조화가 눈부셨다. 투혼의 이근호가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광주 수비를 압박했고, 측면에선 홍 철이 날선 크로스와 패스를 쏘아올렸다. 김진혁, 김강산, 이진용 등 수비수들이 육탄방어로 나섰고, 고재현, 황재원, 박세진이 중원과 최전방을 바지런히 오가며 치열하게 맞섰다. 후반 투입된 바셀루스가 측면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흐름이 살아났다. 박세진, 고재현의 연속골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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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 감독은 후반 신예 박세진을 원톱으로 올려쓴 과감한 전술에 대해 "수비에서 공격전환시 빌드업에 어려움이 있는데 세진이가 가운데서 버텨주는 부분을 기대했다. 발밑에 갖다주면 볼을 잘 뺏기지 않는다. 올라가서 한 사람만 제치면 큰 찬스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세진이는 어리지만 플레이가 어리지 않다. 경기장 안에선 프로페셔널이다. 분위기에 휩쓸리지도 않고 홈에서도 원정에서도 자기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선수로, 지도자로 수많은 어린 선수들을 겪어본 최 감독은 실력만큼 인성과 태도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세진이는 교체로 경기를 뛰고 다음날 2군 경기를 나가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하는 선수다. 발전하려는 겸손한 자세,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실력만큼 중요한 건 태도란 걸 잊지 말고, 오늘 같은 경기를 통해 더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2002년생 황재원에 이어 올해 2004년생 박세진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활약을 보여주는 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조광래)사장님과 (성호상)강화부장 등 스카우트팀이 경기를 직접 보고 확인해 유망주를 발굴한다. 우리는 자금력으로 비싼 선수를 데려오거나 이적시장에서 돈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팀이 아니지만 재능을 가진 선수를 잘 찾아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팀이다. (황)재원, (박)세진같은 선수들이 두세 명만 더 있으면 숨통이 트일 것같다"며 웃었다. 포항과의 무승부, 광주전 승리에 이어 대구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있다. 최 감독은 "세징야가 대전전엔 돌아올 수 있을 것같다. 한달 가까이 쉬어 풀타임은 어렵겠지만 상황을 살펴볼 생각"이라고 했다.
위기를 이겨내는 끈끈한 대구의 힘은 리그 최강의 '신구 조화'에서 나온다. 최 감독은 "스무 살 넘게 차이 나는 진짜 프로페셔널, 이근호, 이용래, 홍 철 같은 선배 선수들을 보면서 후배들이 절로 배우고 성장한다. 경기장이나 훈련장에서 '팀을 위해 헌신한다'는 원칙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이것이 대구의 팀 컬러이자 DNA라고 생각한다"며 '대구라는 자부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