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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감독이 '형'이라고 부른 '88년생 대구GK'오승훈의 복귀전 품격 "프로 데뷔한다는 맘으로 뛰었다"[인터뷰]

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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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2 08:46 | 최종수정 2025-06-02 10:15


김병수 감독이 '형'이라고 부른 '88년생 대구GK'오승훈의 복귀전 품격…
사진제공=대구FC

김병수 감독이 '형'이라고 부른 '88년생 대구GK'오승훈의 복귀전 품격…

[대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이렇게 잘하면 '형'이라고 불러야죠."

축구계에선 '나이 불문, 잘하면 형'이라는 통설이 있다. 1일 광주FC와의 사령탑 데뷔전에서 첫 승점을 따낸 김병수 대구FC 감독이 폭풍선방으로 값진 승점을 지켜낸 '88년생 골키퍼' 오승훈을 향해 '형'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건넸다. 대구FC는 1일 오후 7시 대구iM뱅크PARK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17라운드 광주FC와의 홈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김 감독의 데뷔전에서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이날 승점 수호신은 베테랑 골키퍼 오승훈이었다. 4월 초 광주전 이후 새끼손가락 부상으로 2개월 가까이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팀이 3연패에 빠진 절체절명의 순간, 감독의 데뷔전이자 자신의 복귀전이었던 이날 오승훈은 작심한 듯 날아올랐다. 전반 아사니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광주의 파상공세, 10개의 슈팅, 6개의 유효슈팅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전반 초반 주세종의 크로스, 문민서의 슈팅을 연거푸 막아섰고, 전반 22분 광주의 프리킥 찬스, 주세종의 깊은 크로스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을 이겨냈다. 후반 추가시간 헤이스가 골대 구석 '사각'을 노려찬 슈팅도 오승훈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최후방 최고참의 몸 사리지 않는 헌신에 대구 영건들도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다. 김병수 감독은 "사랑하는 대구 팬들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투혼을 봤다. 우리 선수들은 더 위대해질 것"이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김병수 감독이 '형'이라고 부른 '88년생 대구GK'오승훈의 복귀전 품격…
사진제공=대구FC
경기 후 만난 오승훈은 김병수 감독의 '형' 발언에 반색했다. "제가 형이 될 수 있다면 매경기 활약하도록 하겠다"며 씩씩하게 받아쳤다. 어느덧 대구 4년차다. K리그 울산, 제주에서도 늘 성실, 근면, 희생, 헌신의 아이콘으로 동료들의 신망을 받았던 오승훈은 최근 이어지는 강등권 시련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하루하루 지치고 힘들다"고 마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제가 베테랑이고 최고참이기 때문에 중심을 가져가려 한다"고 했다.

두 달만의 복귀전, 오승훈은 누구보다 절실했다. "데뷔전이라고 생각했다.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감각도 떨어진 것이 사실이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프로에 데뷔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면서 더 소리치고 했던 게 결과로 나왔다"고 했다. 수차례 눈부셨던 슈퍼세이브보다 아쉬운 순간을 먼저 돌아봤다.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경기다. 크로스 상황에서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추가시간 마지막 크로스 때도 그랬다. 하지만 경기 감각이 더 올라가면 선수들이 믿고 할 수 있게, 뒤에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병수 감독이 '형'이라고 부른 '88년생 대구GK'오승훈의 복귀전 품격…
사진제공=대구FC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선배이자 베테랑으로서 감독 교체기에 후배들을 위해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전했다. "감독님이 바뀌게 되면 어수선해진다. 변화도 생기고 혼란도 올 수 있고 경기를 못 뛸 수도 있다. 경기에 못뛰면 기분이 안좋을 수 있지만 그러기보다는 팀을 위해서 경기에 못나가더라도 한번 더 소리질러주고 팀을 위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여태까지 경험한 바로는 이게 가장 컸다. 경기를 못 뛰어도 서로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함께 노력하고 그러다보면 팀 성적으로 이어지는 걸 봤다. 경기에 못나가더라도 항상 잘 준비하고 있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다."

매경기 대팍을 가득 메워주는 대구팬들의 열렬한 응원, '딸깍볼'의 반전과 환희, 강등권의 시련을 온몸으로 함께 해온 37세 골키퍼는 대구FC가 축구 인생에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심사숙고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4년차인데 가장 오래 있는 팀이다. 정말 좋았던 시기도 있었고 정말 힘든 시기도 동시에 왔다. 그러다보니 프로 인생에서 가장 생각날 수밖에 없는 팀이다. 내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팀이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경기 총평


▶감독님 데뷔전이자 저의 부상 복귀전이었다. 승점 3점을 얻지 못했지만 팀적으로 가능성을 본 경기였다.

-김병수 감독이 이렇게 경기하면 '형'이라고 하셨는데.

▶경기 전 선수들에게 자신있게 경기하라고 독려해주셨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형' 부분도 나쁘지 않다. 제가 형이 될 수 있다면 매경기 활약하도록 하겠다.

-대구에서 4시즌째인데 작년에 이어 강등권에 있어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클 것같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하루하루 지치고 힘들다. 하지만 제가 베테랑이기도 하고 최고참으로서 저까지 그렇게 되면 어린 친구들이 어떨지 뻔히 보이기 Œ문에 제가 중심을 가지려 한다. 부주장인 (황)재원, (정)치인이가 많이 도와주고 있어 팀이 그나마 힘을 얻어가고 있다.

-골키퍼도 주전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일단 저희팀으로서는 긍정적이다. 서로 경쟁을 통해 경기에 나가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더 긴장하고 잘 준비하면 나온 것이다. 어떤 선수를 막론하고 잘해주면 대구FC가 발전하는 것이다.

-2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다. 재활하는 동안 팀 성적도 그렇고 여러 가지 힘들었을 것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출전했는지.

▶데뷔전이라고 생각했다.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감각도 떨어진 것이 사실이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프로에 데뷔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면서 더 소리치고 했던 게 결과로 나온 것같다.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경기다. 크로스 같은 상황에서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추가시간 마지막 크로스 때도 그랬다. 하지만 경기감각이 올라가면 선수들이 믿고 할 수 있는, 뒤에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같다.

-김병수 감독 데뷔전이었는데 골키퍼로서 최후방에서 동료들의 변화 느껴졌나.

▶감독님께서 짧은 시간 준비하다보니 디테일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선수들이 알아듣게 잘 설명해주셨고 앞으로 더욱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저 역시도 많이 배우고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베테랑으로서 대구가 고전하는 이유는?

▶대구FC 팀컬러는 어린 선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듯이 뛰는 팀이다. 그것이 기술적으로도 발전하면서 시너지로 이어졌다. 그런 게 부족했다.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안나오다보니 팀 성적으로 이어졌다. 어린 선수들이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베테랑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빌드업 대신 롱킥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감독님께서 뒤에서 잘하려고 하지말고 쉽게 쉽게 하라고 주문하셨고 롱킥 위주로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서 감독 교체기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감독님이 바뀌게 되면 어수선해진다. 변화도 생기고 혼란도 올 수 있고 경기를 못 뛸 수도 있다. 기분이 안좋고 그러기보다는 팀을 위해서 경기에 못나가더라도 한번 더 소리질러주고 팀을 위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제가 여태까지 경험한 바로는 이게 가장 컸다. 경기를 못뛰어도 서로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그러다보면 팀 성적으로 이어지는 걸 봤다. 경기에 못나가더라도 항상 잘 준비하고 있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대구FC는 축구인생에 어떤 의미?

▶4년차인데 가장 오래 있는 팀이다. 정말 좋았던 시기도 있고 정말 힘든 시기도 동시에 왔다. 그러다보니 프로 인생에서 가장 생각날 수밖에 없는 팀이다. 내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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