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대한민국 주전 골키퍼는 김승규(36·FC도쿄)였다. 선방 능력은 조현우(35·울산)가 더 높은 평가를 받지만, 골키퍼의 발밑 능력이 중요한 현대 축구다. 김승규는 조현우보다 더 뛰어난 빌드업 능력을 갖추고 있다. 벤투 감독이 있던 4년 동안은 명실상부 김승규의 시대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도 김승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2023년 아시안컵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대회 도중 김승규가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쓰러졌다. 한동안 2순위로 밀려있던 조현우가 다시 국대 골문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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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를 향한 홍명보 감독의 신뢰는 두터웠다. 울산 HD 시절 조현우를 중용했던 홍 감독은 'K리그1 2연패'와 함께 왕조 건설에 주춧돌을 놓았다. 2024시즌 후 조현우는 K리그1 최우수선수(MVP)로 등극, 이운재 이후 16년 만에 골키퍼 MVP를 수상했다. 이때만 해도 골키퍼 선발 경쟁은 없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10경기에서 조현우가 빠진 건 쿠웨이트와의 최종전뿐이었다. 쿠웨이트전은 홍 감독이 이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후 이창근(대전)을 시험해 보기 위한 경기였다.
지난해 9월부터 홍명보호 주전 골키퍼 경쟁이 다시 흥미로워졌다. 2024년 10월 십자인대가 또 파열됐던 김승규가 복귀한 시점이다. 김승규가 돌아온 후 치른 A매치 6경기에서 홍 감독은 여러 골키퍼를 시험대에 올렸다. 6경기 동안 김승규에게 3경기, 조현우에게 2경기씩 기회를 줬다. 그 사이 1경기만 선발로 나온 송범근(29·전북)이 3순위 골키퍼로 유력한 가운데, 주전 골키퍼 자리에 아직 완전한 '넘버원'은 없는 상태.
김승규가 반걸음 앞서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명보호가 월드컵에서 만날 멕시코, 남아공, 유럽 플레이오프 D승자는 브라질이나 스페인처럼 우승 후보가 아니다. 한국이 실력만 발휘할 수 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나라들이다. 이런 구도에선 90분 내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육각형 골키퍼' 김승규의 활용 가치가 조현우의 선방력보다 더 높다.
코트디부아르, 오스트리아와의 친선경기는 최종엔트리 발표에 앞서 치르는 마지막 모의고사다. 골키퍼 포지션의 경우 가상의 월드컵인 것처럼 임해 완성도를 높여야 할 때다. 김대식 기자 rlaeotlr2024@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