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제 이동은의 시대가 열리는 걸까...내셔널 타이틀 품은 '장타 여왕' 화려한 대관식

김용 기자

translation

기사입력 2025-06-15 17:18 | 최종수정 2025-06-15 17:45


이제 이동은의 시대가 열리는 걸까...내셔널 타이틀 품은 '장타 여왕' …
사진제공=대회조직위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장타 여왕'의 화려한 대관식이었다.

이동은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일까.

이동은이 생애 첫 승을 내셔널 타이틀로 장식했다. 이동은은 15일 충청북도 음성군 레인보우힐스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제39회 DB그룹 한국여자오픈(이하 한국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치며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신인으로 데뷔해 화려한 장타쇼를 앞세워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한 이동은은 2년차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3억원을 손에 넣었다.

2022년 국가대표 출신인 이동은은 지난해 방신실, 윤이나에 이어 장타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우승은 없었지만,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준우승 2번을 차지하는 등 신인상 랭킹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이었다.

올해는 더욱 단단해졌다. 윤이나는 미국 LPGA로 떠났지만 방신실이 건재한 가운데 장타 1위에 줄곧 이름을 올렸다. 그 장타를 바탕으로 그린 적중률에서도 놀라운 발전을 보였다. 그린 적중률이 높으니 성적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곧 우승이 나올 거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그리고 찬스를 잡았다.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레인보우힐스컨트리클럽에서였다.

19세 신인 김시현, 디펜딩챔피언 노승희와 함께 최종라운드를 출발했다. 김시현과 10언더파 공동 선두. 코스가 어려우니, 누가 실수 없이 찾아온 기회를 살리느냐의 싸움이었다.


지난해 우승 경험이 있는 노승희가 2타 뒤진 채 출발했지만 1, 2번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우승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이동은과 김시현도 각각 4번과 8번, 4번과 6번 홀에서 버디를 치며 맞섰다.

노승희가 경기 중후반 주춤하며 경쟁에서 밀리면서 사실상 이동은 김시현의 2파전. 이동은이 14번홀 13m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기선을 잡았다.

승기를 가져온 건 16번 홀. 투온이 가능한 파5였다. 이동은은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살렸고, 195m를 남긴 세컨드샷을 그린으로 보냈다. 살짝 컸지만, 어프로치로 이글 트라이에 이은 버디를 잡을 수 있는 위치. 반대로 김시현은 드라이버를 가장 멀리 쳤지만, 공이 러프에 떨어졌고 어쩔 수 없이 스리온 작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웨지샷이 홀과 멀게 떨어졌다. 이동은 버디, 김시현 파로 두 사람의 타수가 2타 차로 벌어졌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파4 18번홀. 이동은은 우승 확정을 앞두고 긴장이 됐는지, 티샷을 정타로 맞히지 못했다. 3번우드샷이 우측으로 밀렸고 깊은 러프에 빠졌다. 반대로 김시현은 과감하게 드라이버를 쳐 페어웨이에 가져다 놓았다. 이동은이 보기, 김시현이 버디면 연장으로 갈 수 있는 순간.

이동은은 거의 160m가 남은 상황에서, 온 힘을 다해 아이언으로 세컨드샷을 쳤고 그린에 떨어진 공은 그린 뒤쪽 벙커에 빠지기 전 러프에 잠겼다. 김시현은 약 6m 거리의 버디 찬스.

결코 쉽지 않은 어프로치 상황. 약 26m. 호흡을 가다듬은 이동은은 내리막을 완벽하게 태우는 정교한 어프로치로 홀 바로 옆에 세우며 우승을 사실상 확정했다. 마음을 비운 김시현이 버디를 성공시켰지만 웃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이동은의 한 타 차 우승이 확정됐다.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은 이동은은 상금랭킹 3위(4억9954만원)로 올라섰고, 대상 포인트 순위도 9위에 올랐다. 김시현은 지난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도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2주 연속 2위로 신인상 레이스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김시현 역시 우승이 가능한 장타와 경기력을 보여주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2004년 송보배 이후 처음으로 한국여자오픈 2연패를 노렸던 노승희는 최종 라운드 1오버파를 치며 4위에 그쳤다.

이동은은 우승 후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대회는 다른 대회와 다르게 차분하게 임했던 것 같다. 그랬더니 잘 풀렸다. 정확도를 요구하는 코스기 때문에 장타보다는 정확도에 포커스를 뒀다"고 대회를 돌이켰다. 이어 "지난해 우승 경쟁을 많이 놓쳐서 아쉬움이 컸다.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었다고 생각했다. 참고 인내하면서 할 것을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올해 목표는 1승이었다. 이제는 다승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 옆에서 응원해 주신 부모님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