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등 200여명이 죽고 피해자만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이번 주부터 관계자 소환조사가 시작되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5월 첫 사망자가 나온 뒤 5년여가 흐른 현시점에서 시작된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진실을 규명하고 몇 개 업체에게 얼마나 책임을 물을지, 개별 소송이 아닌 정부차원의 피해보상은 어디까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1년부터 원인 불명 폐질환 사망…유족들 2012년 옥시 등 고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강제수거 명령이 내려지고 모든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가 의약외품으로 지정·관리되기 시작했다. 일부 유족들은 2012년 8월 피해대책 시민위원회,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코스트코코리아, 애경산업, SK케미칼 등 17개 업체가 고발됐다. 검찰은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내 수사를 지휘했다.
그해 11월 보건당국은 폐손상 조사위원회를 꾸려 원인미상 폐질환 신고사례 300여건을 대상으로 살균제와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공식 신고 361건 중 살균제 피해가 확실한 사례는 127건, 가능성이 큰 사례는 41건으로 파악됐다. 환자 사망사건 104건 중 절반이 넘는 57건은 살균제가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검찰, 지난 1월 특별수사팀 꾸린 뒤 옥시 등 추가 압수수색
위원회 조사가 진행될 때 검찰은 기소를 중지했다가 2014년 8월 경찰에 수사 재개를 지시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옥시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제조·판매업체 8곳의 업무상 과실치상·치사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해 10월 검찰은 옥시 본사와 연구소, 롯데마트 등을 압수수색했다.
올 1월 검찰 인사 이후에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보다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이렇게 출범한 수사팀은 지난 2월 옥시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제조·유통사를 추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장 많이 사용되며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옥시에 수사력이 집중되며 유해성을 감추려했다는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반박하려는 의도로 서울대와 호서대에 용역을 주고 유리한 결과만 받아 검찰에 제출했다. 또 다른 용역처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불리한 보고서를 내놓자 이는 수령을 거부한 정황도 드러났다.
소비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홈페이지에 올린 부작용 관련 글도 검찰 수사 전 삭제하고, 책임을 피하려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해 설립 등기를 한 의혹도 제기됐다. 환경단체와 일부 학계에서는 "옥시는 살균제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가 흡입 시 독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도 계속 판매했다"며 살인죄 적용을 주장 중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파악한 피해자 수는 사망자 228명을 포함해 1528명에 달한다. 정부의 집계와는 차이가 크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의 관련성에 따라 1∼4등급으로 피해자를 분류한 것은 지나치다"며 "정부가 피해 구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2차 조사 때 '관련성 확실(1등급)'과 '관련성 높음(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221명만 보상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수사도 일단 1∼2등급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752명이 신청한 3차 조사 결과는 내년 말에나 나온다.
업계에서는 옥시를 상대로 약 80여건의 개별 소송이 제기됐으며 이 가운데 70건 정도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 일부 유족이 제기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소송은 패소한 뒤 항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