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직장인들의 식사 문화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쌀(백미)은 24%, 현미는 72%, 김치는 36%, 수입 소고기는 88%, 한우는 27%, 국내산 돼지고기는 59%, 나물은 47% 각각 매출이 늘어났다. 특히 국물을 우려내는 데 필요한 다시팩은 무려 192%, 떡갈비는 236%나 늘어나 이목을 끌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신선식품 외에도 조미료 등 가공식품 판매량에서도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식용유·참기름은 27%, 조미료·양념은 35%, 소스는 33%, 고추장·된장 등 장류는 60%, 국수·면은 31%가 각각 증가했다. 불고기와 갈비 양념 제품도 53%나 늘어났다.
|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11월 백화점 식품관용으로 내놓은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원테이블'(1 Table)은 소불고기 2인분이 1만7200원, 양볶음밥이 1만원에 팔리는 등 다른 일반적인 가정간편식보다 5∼20% 비싼데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원테이블은 출시 4개월 만에 20만 세트가 팔린 데 이어 이달 6일을 기준으로 이미 판매 목표를 30%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연말까지 신제품 50여 개를 더 출시하고, 5년 내 상품 가짓수를 300여 개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판매 채널도 현재 백화점 15개 점포에서 아웃렛 점포와 온라인몰·홈쇼핑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각 기업체 단체급식 식당의 점심 수요가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점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이달 1∼6일 기업체 단체급식 식자재 발주량을 점검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점심용은 7% 늘어난 반면 저녁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으로 이동 동선이 짧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구내식당 이용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저녁 식사용 식자재 발주량은 큰 변화가 없지만, 앞으로의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품·외식기업들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맞아 저마다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과거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에 포함돼 1년의 유예를 받아 당장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는 않지만, 대비 차원에서 노동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실험 중이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는 전국 직영 점포 30곳에서 탄산음료 디스펜서(음료를 받는 기계)를 주방 밖에 내어놓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또 한 주방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고 시설 부문에서 작업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우유 생산이 평일과 주말을 가릴 수 없는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최근 들어 생산 라인에 근무할 직원 50명을 충원했다. 서울우유는 기존 2교대 근무 방식을 변형해 근로 시간을 줄이고 휴식 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방침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