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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쓰인 옷 입고 근무해도 외면받는 LG헬로비전 비정규 노조원들…처우개선 호소 목소리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0-06-24 07:55


LG유플러스에 인수된 LG헬로비전(LG헬로)과 비정규직 노조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주로 LG헬로 고객센터 서비스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하는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다. 업계 내에선 LG헬로가 비정규직 노조의 '처우개선' 문제를 두고 모든 책임을 관련 하청업체들에 떠넘기는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사건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LG헬로는 지난 3월 비정규직 노조와 LG유플러스의 인수 승인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임금인상, 정규직 전환 등 노사 상생을 위한 처우개선에 나서겠다는 합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조는 교섭에 나선 LG헬로 하청업체 대리인인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이 당초 합의 내용을 파기하는 등 말 바꾸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이어지자 비정규직 노조는 원청인 LG헬로와 모회사인 LG유플러스가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파업 등 단체 행동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LG헬로의 외주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고객과의 접점이 가장 큰 곳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과 LG헬로 간 갈등 지속은 고객 서비스 이용 관련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고공시위까지 단행했지만…LG헬로비전도, LG유플러스도 합의 당사자 아니라며 선긋기 급급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 정규직지부 소속 LG헬로비전 인터넷·케이블 설치·수리·철거 업무 담당자들은 지난 6월 한강대교 아치형 구조물 위에 올라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LG헬로와 모회사 LG유플러스에 처우개선 합의 이행과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앞선 5일에는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했으며, 8일에는 부분 파업을 했다.

노조는 3월 24일 LG헬로와 오는 2022년까지 3단계에 걸친 임금수준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고용보장·처우개선 합의를 이뤄낸 바 있다.

그러나 LG헬로와의 합의 직후, 협상 테이블에 하청업체를 대리해 나선 경총 측은 '임단협 집중교섭'에서 기존의 '기본급 인상' 대신 '생산성수당 12만원 인상안'을 내놓았고, 이때부터 노조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LG헬로와 노조 간 기존 합의문 가운데 중요하게 다뤄진 부분은 월 180만원으로 근무하던 CJ헬로(현 LG헬로)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기본급 인상이다. 이들은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3단계에 걸쳐 임금수준을 올리고 필수 안전장구류 지급과 공휴일 보장 등 처우를 개선하며 개인사업자로 도급 계약한 직원들을 고객센터 소속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해당 합의 직후 하청업체 대리인인 경총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하청업체 대리로 나선 경총 관계자가 지난 5월 21일 진행된 대표교섭에서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의 2019년 기본급 액수(212만원)를 기본급으로 제시했는데, 다음날이 되자 갑자기 말을 바꾸고 기존 180만원에 14만원만을 더한 인상안을 새로이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3년 안으로 LG유플러스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과 동일한 수준의 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인상이 불가피한데, 수정된 기본급 14만원만이 인상되면 LG유플러스의 임금 인상률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 3월 이뤄졌던 LG헬로와의 협의안에 갑작스런 브레이크가 걸린 배경으로 실제 급여 인상에 대한 금전적 부담이 자리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임직원들의 급여 인상을 약속했지만 계산에 나서보니 예상 외의 큰 액수가 인상되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LG헬로 관계자는 "임금 등 비용 합의 부분에 있어 노조 측과 다소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면서 "회사는 3월 24일 합의된 사항을 존중하며,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합의를 마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노조 관계자는 "경총은 LG헬로가 노동자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사안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합의를 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말했다. 결국 LG헬로와 하청업체 대리인인 경총은 통신방송케이블 업계 내에 보편화된 원·하청 구조를 악용해 노조와의 갈등 문제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바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박세찬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지난 6월 10일 LG유플러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우리는 LG 옷을 입고 전국에서 시민들을 만나면서도 기본급으로는 170여만원만을 받는다. 회사가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봤다고 하는데, 전국 1200명의 한달 기본급은 왜 이 모양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도급 해소 직접 해결 요구에 노조 탄압 주장까지 이어져

이외에도 노조는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불법도급' 문제를 직접 해소하도록 미루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LG헬로 소속의 일부 설치·수리기사들은 'LG유플러스-LG헬로-LG헬로 고객센터'로 이어지는 원·하청 구조에서 고객센터와의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은 상태로 근무중이다.

LG헬로(당시 CJ헬로)는 지난해 불법 도급 관련 문제가 제기되자 고객센터에 2019년 내에 도급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지침으로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하청업체 대리인 경총 관계자는 이들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추가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서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움직임만 보이는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LG헬로의 노사 갈등과 관련, 모회사인 LG유플러스 역시 일정 부분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노조는 LG유플러스의 간접적 노조탄압 의혹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LG헬로는 LG유플러스와의 인수합병이 진행된 이후 4개 고객센터(영서고객센터, 창원동부고객센터, 마산고객센터, 속초고객센터)를 점수 미달 사유로 교체시켰다. 노조는 "해당 4개 센터가 모두 노조가 있는 곳이었고, 구체적인 사항은 알 수 없으나 LG유플러스로 인수합병된 이후 실적이나 성과 지표에 대한 압박이 점수 미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교체 이후 새로운 신규업체가 들어오면서는 '회사가 조합비를 대준다'며 어용노조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해당 노동자들은 LG유플러스가 아닌 별도 법인인 LG헬로 내 하청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특별히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며 "노조 탄압이란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답했다.

희망연대지부 관계자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거나 최소한의 처우개선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인 권리 보장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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