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학 향기' 품은 '장흥'…모두가 시인이 되는 그곳으로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5-06-12 09:44


문학 향기' 품은 '장흥'…모두가 시인이 되는 그곳으로
◇장흥은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 대표 문학도시, 더 나아가 K-콘텐츠의 중심 도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은 장흥 안양면에 있는 한승원문학산책로. 사진제공=지엔씨21

장흥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곳은 아니다. 전라남도 끝자락에 있는 조용한 지방 도시로 여겨졌다. 정남진, 장흥삼합, 물축제, 잘 나가는 K-콘텐츠의 촬영지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심리적 거리감이 컸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동시에 문학관광도시로 변화를 꾀하는 장흥. 산과 들, 바다와 강이 어우러져 충만한 감성, 정 많은 사람들의 향기 등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의 안식처로 제격인 장흥을 찾았다. 장흥은 엄마 품이다.


문학 향기' 품은 '장흥'…모두가 시인이 되는 그곳으로
◇한승원문학산책로는 장흥 안앙면 여다지 바닷가에 있다. 모래 언덕을 따라 길이 600미터 정도의 짧은 길이다. 아름다운 바닷가의 경관과 함께 시를 감상할 수가 있다. 산책로를 전부 둘러보는데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사진=지엔씨21
소박하지만 감성 돋는 '한승원문학산책로'

여행지로서 강력한 이미지 한 방이 부족했던 장흥. 여행지로서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 장흥은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 대표 문학도시, 더 나아가 K-콘텐츠의 중심 도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장흥은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의 고향이다. 한승원 작가는 현재까지도 장흥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강 작가는 이런 장흥을 어릴 적 자주 방문했고,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찾는다고 한다. 장흥에 왔으니 간접적이나마 한강 작가와 접점을 찾기 위한 감성 여행지로 발길을 옮긴다. 한승원문학산책로는 장흥 안양면 여다지 바닷가에 있다. 모래 언덕을 따라 길이 600미터 정도의 짧은 길이다. 산책로는 간이의자와 돌과 나무로 된 통로 좌우에 20m 간격으로 여다지 바다와 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을 그린 한승원의 시비 20여 개가 세워져 있다. 아름다운 바닷가의 경관과 함께 시를 감상할 수가 있다. 산책로를 전부 둘러보는데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소나무 그늘을 양산 삼아 산책로 옆 바다를 보고 있으면,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에 메말랐던 심장이 촉촉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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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섬은
먼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나 가족들을 위해 호롱불을 켜놓고 그 불빛을 보고 무사히 귀환하기를 빌었다고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감성 여행 마침표 '소등섬 찍고, 천관문학관'

한승원산책로를 둘러봤으면 천관문학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천관문학관은 장흥 대덕읍 천관산문학길 301에 있다. 한승원문학산책로에서 조금 거리가 있지만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한승원산책로에서 바로 이동해도 좋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는 소등섬을 찾고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소등섬은 장흥 남포마을 바로 앞에 떠 있는 작은 무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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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섶 맞은편에는 남파랑 78~80 해안길이 있다. 나무 데크를 바다를 끼고 걷는 즐거움이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먼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나 가족들을 위해 호롱불을 켜놓고 그 불빛을 보고 무사히 귀환하기를 빌었다고 소등섬이라 불린다. 하루 두세 차례 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빠지고 섬으로 이어진 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를 가로질러 나타난 길로 소등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남포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가 촬영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영화 '축제'는 고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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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산문학관에는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청준, 한승원 작가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두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비교하며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사진=김세형
소등섬의 시간을 뒤로하고 천관문학관을 찾았다. 천관문학관은 국내 수많은 현대문학작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천관산 기슭의 천관문학관에는 소설 '녹두장군'의 송기숙, 아동문학가 김녹촌, 이승우까지 장흥 출신 작가들의 전시물이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웠다.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청준과 한승원 두 작가의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으니 두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비교하며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한강 작가의 소설책도 방문객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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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에 있는 빠비용의 Zip은 옛 장흥교도소로 최근 신흥 관광명소로 부상한 곳으로 더 글로리를 비롯한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등 70여 편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사진제공=지엔씨21
K-콘텐츠의 주요 촬영지 '빠삐용의 Zip'


쉽게 접했던 드라마나 영화 속 공간을 마주한다. 장흥에 있는 빠비용의 Zip은 옛 장흥교도소로 최근 신흥 관광명소로 부상한 곳이다. 옛 교도소의 구조를 최대한 살려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관람객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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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의 Zip에 마련된 장흥교도소 조감도에는 촬영된 드라마와 영화가 어떤 것이 있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세형
국내 유일의 실물 교도소로 더 글로리를 비롯해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등 70여 편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장흥교도소는 일렬로 배치된 수용 거실이 긴 복도를 따라 정렬된 구조로 되어 있다. 보통 4개의 감시탑이 있는 것과 달리 5개의 감시탑이 있는 것도 장흥교도소만의 특징이다. 교도소를 확장 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감시탑이 추가됐다고 한다. 옛 장흥교도소의 민원봉사실은 장흥교도소 아카이브관으로, 직원식당은 교정역사전시관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연무관은 영화로운 책방, 여사동은 글감옥이라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지역의 문화 전파소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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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125도 타워다. 옛 정남진전망대로 지상 46m 높이를 자랑하며, 관람 동선은 1층 126도 라운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까지 올라간 후 계단을 따라 1층으로 걸어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장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장흥 125도 타워다. 옛 정남진전망대로 지상 46m 높이를 자랑한다. 관람 동선은 1층 126도 라운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까지 올라간 후 계단을 따라 1층으로 걸어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10층 전망대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득량도와 소록도, 연홍도, 거금도, 금당도 등 남해안에 흩어진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8층은 소통의 시간, 7층은 통일기차의 꿈, 6층은 하나 된 마음, 우리의 협력, 5층은 통일 더 큰 기회, 4층은 평화의 날, 3층의 화해의 바람 등을 주제로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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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삼합 전문점 취락에서는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장흥삼합, 하모, 된장물회 등 먹거리 풍성

장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장흥삼합이다. 장흥삼합은 참나무에서 자란 표고버섯, 한우, 키조개가 어우러진 음식이다.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과 표고버섯의 쫄깃함, 한우의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따로 먹을 때보다 더 음식 맛이 깊어진다. 장흥 으뜸 요리로 정남진 토요시장에 장흥삼합을 하는 집이 많다. 소고기는 별도 구매를 해서 음식점에서 삼합 세팅 비용을 별도로 지불하고 먹는 경우가 많다. 신선한 재료이다보니 너무 익히지 않게 구워서 쌈장이나 채소에 곁들여 먹으면 풍미가 입 안 가득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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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다지회마을에서는 제철을 맞은 하모를 맛 볼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하모는 지금이 제철이다. 대추와 당귀, 엄나무를 넣고 끓인 국물은 삼계탕 육수보다 진하고, 갯장어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하모는 약재로 우린 육수와 표고버섯, 부추 등 채소를 넣고 지글지글 끊는 육수에 갯장어를 살짝 데쳐 간장이나 초장에 찍으면 여름 보양식으로 최고다. 곱게 칼질한 장어를 몇 초간 담그면 살이 오그라들면서 하얀 꽃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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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현지이 산들뫼바다에서는 여름철 별미인 된장물회를 선보이고 있다. 제철을 맞은 생선 조림과 탕도 맛이 뛰어나다. 사진제공=지엔씨21
여름철 시원한 음식을 찾는다면 남도에서 맛볼 수 있는 된장물회도 별미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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