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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 힘내라!"
경기 전, 분위기는 삼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관람하기로 했다. 경찰의 경비가 강화됐다. 가방은 물론 외투까지 벗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경기장 주변에는 경찰병력과 '형사'라는 이름표를 붙인 인력들이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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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빨간 유니폼을 맞춰입은 북한 응원단이 나타났다. 환호가 터졌다. 관중들이 손을 흔들었다. 응원단도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자리를 잡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응원단은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역시 미소만 지었다.
잠시 뒤, 일사분란한 사전 응원이 펼쳐졌다. "반~갑~습니다~." 응원노래가 들려왔다. 박수가 터졌다. 여기저기서 "반갑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서로 '우리'가 돼가고 있었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터졌다. '우리' 선수들이 모습을 보였다. 응원단이 "우리 선수 힘내라"라고 외쳤다. 모두 "우리 선수 힘내라"라고 소리쳤다. '우리'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힘차게 몸을 풀었다.
경기 시작. 첫 상대 스위스는 세계 랭킹 6위의 강팀이다. 전력상 이길 확률은 희박했다. 예상대로 초반부터 밀렸다. 수세가 계속됐다. 몇차례 위기를 맞았다. 응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 선수 힘내라!"
한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위원장, 최 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같이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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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역시 강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려 보려했지만, 너무 벅찼다.
"우리는 하나다!" 응원단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익숙한 노래가 흘렀다.
경기가 끝났다. 0대6의 대패. 받아든 성적은 참담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역사의 한페이지에는 한 단어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우리'다. 남북은 하나, '우리'였다.
강릉=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