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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밤 9시 30분, 윤성빈(24·강원도청)은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시 윤성빈이 다니던 서울 신림고 체육교사이자 서울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이사였던 김영태 선생님이었다. "성빈아, 내일 서울체고로 와라." 뜬금 없는 체육선생님의 제안에 윤성빈은 영문도 모르고 "네"라고 대답했다. '천운'의 시작이었다.
윤성빈의 첫 미션은 '몸무게 늘리기'였다. 그는 하루에 8끼씩 폭식하면서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소화했다. 매일 팔굽혀펴기를 1000개 이상씩 했고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240㎏의 스쿼트 역기를 들었다. 15㎏을 찌운 윤성빈은 한 때 몸무게가 90㎏까지 늘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몸무게는 86∼8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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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을 성장시킨 건 '강한 승부욕'이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7명 중 16위를 했던 그는 분통이 터졌다. 그리고 자신에게 실망했고 끊임없이 다그쳤다.
그리고 귀인을 만났다. 2014년 객원코치로 합류한 영국 출신의 리처드 브롬리 코치였다. 썰매 종목은 '날'이 승부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가 되기 때문에 썰매 제작사를 운영하는 브롬리 코치에게 장비 부분을 맡겼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트랙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성과는 눈부셨다. 2012~2013시즌 세계랭킹 70위였던 윤성빈은 2013~2014시즌 22위로 훌쩍 올라섰다. 브롬리 코치가 전담코치로 윤성빈을 지도한 2015년 1월부터는 기록이 더 좋아져 톱 5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5위(2014~2015시즌)→2위(2015~2016시즌)→3위(2016~2017시즌)를 찍었다.
윤성빈의 모자란 2%를 채워준 건 플로리안 린더 스타트 전담 코치였다. 린더 코치는 그 동안 윤성빈이 가지고 있던 스타트의 틀을 깼다. 무엇보다 지난 3월 월드컵 8차 대회 겸 평창 테스트 이벤트로 펼쳐졌던 경기에서 스켈레톤계 우사인 볼트(육상 단거리 스타)라고 불리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에게 0.01초차로 패한 가장 큰 원인으로 '스타트 실수'가 드러났다. 윤성빈은 "썰매에 탑승할 때 로딩 스피드가 있는데 0.01초도 감속 없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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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6일, 꿈에 그리던 올림픽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9월, 윤성빈은 스포츠조선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을) 빨리 끝내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의 말대로 그의 평창올림픽은 끝났다. 환희와 찬사로 물들었다. 윤성빈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