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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양궁 여제' 기보배(36)가 27년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고, 거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세계최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철저하게 노력했는 지 알 수 있는 말이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기보배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적 2관왕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여궁사로 명성을 떨쳤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국가대표 선발전 1위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보다 어렵다'는 한국 양궁의 명실상부한 에이스였다.
기보배는 가장 인상에 남는 순간으로 런던올림픽 개인전 결승 슛오프를 떠올렸다. 당시 마지막 한 발로 금, 은메달의 색깔이 결정되는 순간. 기보배는 8점을 쏘며 실망했지만, 결승 상대였던 로만도 8점을 쐈고, 결국 과녁 정중앙에서 더 가까이 쏜 기보배가 극적 금메달을 따냈다. 이때를 회상하며 기보배는 "양궁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했다.
또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2016년 리우올림픽 개인전 준결승이었다. 동료 장혜진과 붙었고, 패하면서 올림픽 개인전 2연패가 무산됐다. 그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라고 아쉬워했다.
기보배는 "올림픽 출전은 상상할 수 없는 고충이 동반된다. 런던, 리우 때처럼 그런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러웠다. 든든한 후배들을 믿고 자리에서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