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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동메달 따기 싫었다. 마지막까지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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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복서 끼리의 매치에서 상대적으로 큰 키와 긴 리치는 큰 메리트다.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하면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임애지는 "솔직히 아크바시를 안 만나고 싶었다. 스파링 때마다 맞고 아파서 울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들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결국 준결승에서 만났고, 임애지는 필승을 다짐하며 맞춤 전략을 세웠다. 그는 "아크바시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이번에는 내가 잡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며 분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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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에서 임애지는 경쾌한 스텝으로 간격을 줄이며, 마치 인파이터처럼 저돌적으로 붙었다. 1라운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반면 아크바시는 아예 리치를 내리고 임애지를 안으로 끌어들인 뒤 날카로운 펀치로 유효타를 만드는 스타일로 나왔다. 철저하게 자신의 리드를 유지하는 '지키는 복싱'이라고 할 수 있다. 임애지나 아크바시 모두 상대의 전략을 예측하고, 마치 '가위바위보 승부'처럼 작전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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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임애지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만한 판정이었다. 1라운드는 그렇다 쳐도, 임애지가 저돌적으로 들어간 2라운드에서 1-4로 밀린 것은 석연치 않다. 특히나 3라운드에는 임애지의 유효타가 좀 더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유효타가 모두 포인트로 인정됐다면 다른 결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었다. 이런 점 때문에 임애지도 경기 후 "마지막까지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남긴 것이다. 3라운드의 선전으로 역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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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지는 올림피언답게 결과를 깨끗이 승복했다. 그는 "판정은 어쩔 수 없다. 내가 깔끔하게 하지 못한 결과다"라며 "100점 만점에 60점짜리 경기였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다음에는 아크바시가 '애지랑 만나기 싫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겠다"며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다음 승부를 기약했다. 한국 복싱사에 새 획을 그은 임애지의 리벤지 매치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