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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릴레이 인터뷰]④현대건설 이다영 "우승 아닌 1위 아쉬워, MVP 받고 싶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4-02 06:48


현대건설 이다영.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다들 우승후보로 흥국생명 얘기만 해서 속상했어요. '두고 봐라, 우리 잘하거든?' 이 악물고 치른 시즌이었죠."

2014년 데뷔 이후 첫 정규리그 1위, 하지만 '별'이 아니다. 현대건설 이다영(24)의 마음은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코로나19 여파로 2019~2020시즌 도드람 V리그가 6라운드 진행 도중 종료됨에 따라 5라운드까지의 순위가 최종 순위가 됐다. 5라운드까지 승점 52점을 기록한 현대건설은 2위 GS칼텍스(51점)에 1점 차로 앞서 1위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올시즌 순위는 차기 시즌 신인 드래프트 순서 등에 적용되지만, 우승으로 인정받진 못한다.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1위는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2010~2011시즌 이후 9년만이다. 하지만 2015~2016시즌 이후 4년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다짐했던 현대건설로선 허탈한 결과다. 주전 도약 이후 첫 우승을 노렸던 이다영에겐 더욱 그렇다. 이다영은 "1위니까 기쁜 건 사실인데, 시즌이 이렇게 끝난다니 아쉽다"며 복잡한 속내를 곱씹었다.

현대건설이 승리할 때면 어김없이 이다영의 세리머니가 터진다. 우승의 순간은 열광하는 관중들과 터지는 팡파레, 선수들의 세리머니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다영이 관중들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선보일 기회는 없었다. 1위 축하파티도 외부인 없이 숙소에만 머물러온 감독과 코치, 선수들만 모인 회식으로 대체했다.

"처음 2주 중단됐을 때는 잘 쉬고 임하자 생각했는데,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좀 지쳤던게 사실이에요. 저라면 정규리그는 끝내고 플레이오프 시작하자고 했을 거 같아요. 마음 같아선 챔프전이라도 치러서 우승 인정받고 싶어요."

지난해 5위였던 현대건설을 올시즌 1위 후보로 꼽은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3연패 한번 없이 시즌 내내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한 끝에 1위를 거머쥐었다. 이다영은 "첫 스타트부터 좋았어요. 쉽진 않았지만 시즌 내내 큰 걱정 없이 잘 치러낸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이다영은 같은 팀 선배 양효진, 외국인 선수중 최고의 기량을 뽐낸 발렌티나 디우프(KGC인삼공사), 메레타 러츠(GS칼텍스) 등과 함께 MVP 후보로 거론된다. V리그 정규시즌 MVP는 1위 팀 선수가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올시즌 공격수로서의 성적은 디우프와 러츠가 좋다.


현대건설 이다영. 스포츠조선DB

이다영은 MVP 후보 중 유일한 세터라는 희소성이 있다. 역대 MVP 중 세터는 남녀를 통틀어 2013~2014, 2014~2015시즌의 이효희가 유일하다. 이다영은 압도적인 공격수가 없는 현대건설을 1위로 만든 주인공이다. 세트 부문 3년 연속 1위(세트당 11.36개)를 달성했고, 5라운드 종료 기준 96점을 따낸 공격 본능도 돋보인다. 원핸드 백토스를 선보이는 등 한층 성장한 기량과 팀의 정규리그 1위가 맞아떨어진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다영은 "제 배구 인생은 이제 시작. 내년엔 더 잘하고 싶죠. 벌써부터 '많이 늘었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며 웃었다.

MVP?

"아마 (양)효진 언니가 받지 않을까요? 다른 언니들도 진짜 잘하죠. 제가 나은 건 젊음? 시즌 중에는 '우승만 하면 된다, 후보도 좋다, 언젠가는 나도 받을 수 있겠지' 생각했어요. 아직 저한텐 이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막상 시즌이 끝나고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니까 저도 받고 싶네요. 영광이잖아요."

코로나19 여파는 올림픽에도 미쳤다. 도쿄올림픽은 2021년으로 연기됐다. 이다영은 대표팀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도쿄올림픽 진출을 이끌었다. 내심 '취소'될까봐 마음 졸였는데 연기로 결정돼 다행이란다. "올림픽 티켓만 무사하면 내년에도 자신있다. 언니들 클래스? 1년 만에 어디 가지 않는다"며 웃었다.

"성적은 제가 노력한 결과일 뿐이죠. 내년 성적도 노력하는 만큼 나올 거고. '국대 세터'라는 수식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진 않아요. 누구에게나 뺏길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항상 '내 자리가 아니다'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어요."

이다영은 쌍둥이 언니 이재영과 함께 여자배구 흥행의 쌍두마차다. 하지만 따로 만났을 때 배구 얘기는 일절 없다고. 이다영은 "수고했다, 내년엔 잘하자, 아프지 말자 정도 이야기는 하지만 깊은 이야기는 안 한다"고 했다.

이다영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올해 자매가 함께 FA가 됐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이다영 외에 수비의 중심인 리베로 김연견과 레프트 황민경도 FA로 풀린다. 때문에 이도희 감독은 외부 FA 고민보다 팀내 FA를 잡는 것부터 고민이다.

"시즌이 끝났으니까, 당분간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요. FA 같은 건 잊고 맛있는 거나 먹으면서 '집 콕' 할래요!"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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