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묘미 중 하나는 의외성. 늘 예상대로라면 조금 지루하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깜짝 스타 탄생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볼거리다.
새 얼굴의 반란. 올 시즌도 어김 없다. 시즌 초 혜성처럼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중 유독 도드라지는 현상. 오랜 세월 유망주에만 머물러 있던 중고 좌타자들의 재발견이다. 세월의 무게를 떨치고 시즌 초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KIA 외야수 신종길(30)이다. 이제는 유망주로 불리기도 어색한 프로 12년차. 으뜸을 다투는 빠른 발과 강한 손목힘으로 매 시즌 기대를 모았던 선수. 하지만 번번이 변화구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뒷선에 머물렀다. 올시즌은 출발이 심상치 않다. 8일 현재 6경기 타율(0.579). 타점(12), 출루율(0.636) 1위. 개막 전 신종길은 주전 확보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이용규 김원섭 김주찬 김상현 나지완 등 쟁쟁한 외야수들과의 포지션 경쟁이 워낙 치열했다. 하지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FA로 맹할약하던 김주찬의 부상 이탈. 전면에 나선 신종길은 신들린듯한 타격 솜씨로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현재 KIA 상승기류의 중심이다.
롯데에도 김주찬 관련 선수가 있다. 7년차 외야수 김문호(26)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솜씨를 뽐내며 김주찬의 FA 이적으로 무주공산이 된 1번 좌익수 자리를 꿰찼다. 7경기 타율 0.450, 4득점, 2도루. 4사구도 6개나 골라냈다. 주루사 등 미스플레이를 범하기도 했지만 롯데 테이블 세터 고민을 덜어줄 카드다.
SK에는 8년차 외야수 이명기(26)가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 14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무명 선수. 하지만 테이블세터로 나설만큼 빠른 발과 밀어치기에 능한 정교한 타격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5경기 타율 0.450, 4득점, 4타점. 한동민 여건욱 등과 함께 SK의 새 얼굴 돌풍의 중심이다.
넥센 11년차 외야수 이성열(29)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만년 유망주다. 2003년 LG 입단 후 두산→넥센을 거치면서 그는 늘 거포 유망주란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넥센 2년차인 올시즌. 승부를 걸었다. 출발이 산뜻하다. 7경기에서 승부처에서 홈런(4개)을 터뜨리며 이 부문 1위로 나섰다. 0.423의 고타율에 9타점. 여전히 많아보이는 삼진(10개/29타석) 줄이기가 과제다.
개막 1주일. 프로야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중고 좌타 유망주들의 유쾌한 반란. 지속가능한 바람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앞으로 더욱 거세질 상대 투수의 집중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매년 반복됐던 실패로 인해 강화된 부정적 기억을 극복해 낼 수 있어야 진정한 블루칩으로 거듭날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