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발빠르게 움직였고, 한화 이글스는 기다리기로 했다. 부진에 빠진 외국인 투수를 대하는 두 구단의 명백한 입장 차이는 순위 차이 만큼이나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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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 삼성의 빠른 결단
삼성은 지난 17일 포항 한화전을 앞두고 류중일 감독의 입을 통해 외국인 투수 벨레스터의 퇴출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공식 보도자료를 낸 건 아니자만, 류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아예 공도 못 잡는다는데 더 기다릴 수 없다"고 벨레스터를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 발언이 나온 뒤 딱 하루만에 삼성 구단이 결과물을 냈다. 멕시코 출신 아놀드 레온의 영입을 이날 오후 공식 발표했다. 계약 총액은 50만달러(계약금 5만달러, 연봉 45만달러)였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류 감독이 내부적으로 벨레스터의 퇴출을 일찍부터 결정하고, 스카우트팀을 풀가동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아무리 삼성 구단의 외국인 스카우트들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있다. 결국 이미 벨레스터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는 시점에서 삼성 외인교체 프로세스는 작동한 셈이다. 그리고 신속 정확하게 결과물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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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감독부재'의 여파
비슷한 입장에 놓여있지만, 한화는 삼성과는 조금 다른 과정에 있다. 시간이 갈수록 구위와 자신감이 저하된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일단 2군에 보낸 뒤 아예 선수가 스스로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마에스트리는 한화가 시즌 개막에 임박해 급히 영입한 선수다. 그래서 연봉도 2000만엔(미화 약 18만달러)에 불과하다. 당초 한화의 계획은 마에스트리를 일단 써본 뒤 기대 이하의 실력이면 빠르게 교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에스트리가 처음에 꽤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4월 한달간 5번의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무려 2승(2패)을 따낸 것. 팀에서 가장 먼저 선발승과 함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4월의 마에스트리는 몸값 이상의 성적을 낸 꽤 매력적인 외인 선발투수였다.
하지만 5월들어 흔한 말로 '폭망'했다. 3번의 등판에서 모두 3이닝 이전에 대량실점하며 강판되고 말았다. 4월 한달간 평균자책점은 5.48이었는데, 5월에는 무려 25.20으로 치솟았다. 다른 팀의 분석에 완전히 노출된 것인지 변화구들이 전혀 타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감마저 바닥으로 떨어졌다. 투수 스스로가 타자와의 승부를 두려워하는 상태까지 됐다.
원래 계획이라면 이 시점에서 '교체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그러나 한화는 마에스트리를 2군으로 보내 몸과 마음을 추스르도록 배려했다. 지난 13일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마에스트리는 이번주초부터 2군에 합류했다. 조심스레 퓨처스리그 등판을 한 뒤 1군에 돌아올 예정이다.
이런 결정의 가장 큰 배경. 역시 김성근 감독이 허리 디스크 수술로 자택 요양중이라서다. 외국인 교체에 관해서는 감독이 OK를 내야 한다. 그래야 미리 다져놓은 데이터 베이스를 근거로 영입 대상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대상역시 감독의 OK 사인이 나야만 계약할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지금 이런 부분을 챙길 수 없다. 지금 팀을 이끌고 있는 김광수 감독대행에게 외인 선수 교체 결정에 관한 권한이 없다. 그래서 일단은 마에스트리에게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벨레스터와는 달리 마에스트리는 아픈 상태는 아니다. 2군에서 자신감과 구위를 함께 회복한다면 다시 경쟁력을 찾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화는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만약 김 감독이 현장에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김 감독의 자택 요양 여파로 한화 외인 교체 프로세스는 일시 제동이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 사이 한화는 계속 지고 있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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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벨레스터](https://www.sportschosun.com/article/html/2016/05/19/2016051901001493800103961.jpg)
![[포토] 마에스트리](https://www.sportschosun.com/article/html/2016/05/19/201605190100149380010396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