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없이 추락하던 LG, 도대체 뭐가 달라졌나

기사입력 2016-08-28 08:22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LG가 9대4의 승리를 거둔 가운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8.25/

한 없이 추락하며 다시 꼴찌로 떨어질 것 같았던 팀이, 이제는 5위 자리를 탈환했다. 4위도 충분히 가능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LG 트윈스가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자리에 올랐다. LG는 27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승리하며 지난 6월28일 6위로 떨어진 이후 처음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며 8위까지 추락, 양상문 감독 퇴진 운동까지 벌어졌던 팀이라고 돌이키면 믿기 힘든 행보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7월 말부터 서서히 안정을 찾더니, 약 1달 만에 놀라운 반전을 이뤄냈다. LG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흔들리던 양상문 감독의 결단

LG의 시즌 초반은 좋았다. 화제의 팀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분위기를 탔다. 5월 6연승을 달리며 쭉쭉 치고 나갔다.

그런데 이 초반 흐름이 오히려 LG에는 악수가 됐다. 젊은 선수들 투입을 통해 뛰는 빠른 야구를 하고, 점진적으로 세대교체를 하겠다던 양 감독의 의지가 흔들리는 원인이 돼버렸다. 예상 외로 성적이 나니, 매 경기 승리에 대한 욕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도저도 아닌 선수 운용이 나와버렸다. 리빌딩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기기 위해 경험 많은 베테랑을 집중 투입하는 것도 아니라 팀에 혼선이 왔다. 경기마다 바뀌는 엔트리와 라인업에 선수들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몰라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축 선수들의 부상까지 이어지며 LG는 형편 없는 경기력으로 추락을 거듭했다.

이 때 잠깐의 휴식 시간이 왔다. 7월 중순 올스타 브레이크. 양 감독은 험난했던 전반기를 돌이키며 자신의 실수를 어느정도 인정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성적이든, 리빌딩이든 후반기에는 어느 하나의 확실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였다.

이후 거짓말같이 LG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양 감독이 "성적이다", "리빌딩이다"라고 딱 정해 얘기를 하고 보여준 건 아니었지만 타순의 고정, 그리고 선발-불펜 보직의 확립이 이뤄지며 야구에 안정감이 생겼다. 김용의-손주인 테이블세터진 구성이 예상 외 대박을 쳤고, 외롭게 중심에서 싸우던 루이스 히메네스를 보좌할 채은성의 5번 타순 고정도 좋은 효과를 발생시켰다.

이런 가운데 채은성을 제외한 젊은 선수들에게도 확실한 자기 역할을 부여했다. 외야에는 이천웅과 이형종이 무럭무럭 성장했다. 거포 유망주 양석환은 1루와 3루에서 기회를 얻으며 장타 본능을 뿜어냈다. 유강남은 주전 포수라고 해도 무방할 경기 출전을 하고 있다. 시즌 내내 고민을 안겨줬던 5선발 자리는 임찬규를 고정시키며 문제 해결이 됐다. 문선재, 정주현, 안익훈 등도 1군에서 경험을 쌓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이병규(7번)는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기회를 얻었다. 베테랑 정성훈은 주전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 대타 임무를 수행하며 경기 집중력을 높였다. 신-구의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러운 리빌딩이 이뤄졌고, 성적까지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 LG다.


향후 4위 싸움 전망은?

중위권 경쟁의 한 축이던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이 싸움에 대해 "결국 투수가 강한 팀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었다. 그리고 그 말이 어느정도 맞아들어가는 모양새다.

결국 투수다. LG는 선발-불펜진이 안정되며 반전을 이룰 수 있었다. LG는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합류한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가 확실한 1선발급 역할을 해주며 팀 중심이 잡혔다. 벌써 4승2패. 승리도 중요하지만 소화하는 이닝수가 대단하다. 최근 4경기 6-7-7-8이닝을 소화하며 3승을 따냈다. '이 선수가 나가면 이긴다'라는 믿음이 있는 선발 요원이 있으면, 팀 다른 선수들에게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엄청난 경기력 변수다. 이 팀은 연패를 쉽게 끊을 수 있고, 연승을 쉽게 이어갈 수 있는 팀이 된다. KIA 타이거즈 역시 양현종, 헥터 노에시라는 2명의 확실한 선발 카드가 있다는 게 현재 4위 등극의 가장 큰 요인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젊은피 임찬규의 활약도 반갑다. 우규민이 컨디션 난조를 겪고, 헨리 소사가 승운이 따르지 않을 때 임찬규가 5선발 자리에서 2승을 거둬준 것이 LG에는 엄청난 플러스 효과였다.7월29일부터 6경기 선발로 나서 승은 2승에 그쳤지만, 패전은 한 차례도 없었고 LG가 모두 승리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불펜진은 신데렐라 김지용이 7월 중순부터 소년가장 노릇을 해왔다. 최근 조금 흔들리고 있지만, 이 시기에 마무리 임정우가 엄청난 구위를 보여주며 든든하게 뒷문을 지켜주고 있어 상호 보완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이 건재하다고 가정하고, 허리 수술로 이탈했던 정찬헌이 9월 돌아온다고 하면 LG 불펜진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지금 기세라면 LG가 4위 경쟁으 벌이고 있는 KIA-SK 와이번스와 비교해 투수력이 가장 좋다고 볼 수 있다. 허프-소사-류제국-우규민-임찬규 선발진이 튼튼하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투수력만 놓고 보자면 LG의 4위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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