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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김원석(29)이 지난 2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김원석은 지난해 11월 팬과의 은밀한 SNS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큰 파문에 휩싸였다. 팀과 동료들에 대한 험담, 팀연고지역 비하, 치어리더 외모 비꼬기,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하 발언까지. 온라인 논란은 끝내 방출로 이어졌다.
한화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김원석의 복귀 여부에 대한 그 어떤 내부 논의도 한 바 없다. 석달여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고, 당시 중대 사안으로 판단했기에 출전정지가 아닌 방출을 결정했다. 임의탈퇴가 아닌 전격 방출 결정은 임의탈퇴 불가기간이었기도 했지만 동료 비하발언으로 팀내 분위기도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화 재복귀는 사실상 물건너 간 셈이다.
타구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중인 A구단 관계자는 4일 "김원석의 복귀는 우리 구단 뿐만 아니라 타 구단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내부 논의를 한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특정 선수를 영입하면 그 선수가 가진 이미지까지 그대로 옮겨오게 된다"며 "당시 논란은 야구내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팀 전력을 통째로 바꿀만한 특A급 선수라 할지라도 이정도면 섣불리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구단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김원석 사과문
안녕하십니까. 김원석입니다.
죄송합니다. 논란이 된 대화는 모두 제가 한 것이 맞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여러 번의 다짐 끝에서야 이를 인정하고 사죄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저는 자숙하며,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왜 그랬는지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며 돌아봤습니다. 저는 오랜 기간 변변치 못한 선수였고, 힘들게 프로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오랜 기간 주변을 맴돌기만 했던 제가 갑자기 1군에 올라 그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당시 저는 오랫동안 뒷바라지만 해주던 가족들과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사소하다면 사소한 고충들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많이 외로운 감정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던 속사정과 불평 등 하소연의 말들을 인터넷에서 만난 제 팬이라는 이름조차 모르는 익명의 대화상대와 나누기 시작하였습니다. 솔직히 그 당시 저는 사소한 이야기라도 제 이야기를 맞장구 쳐주는 그 친구가 고마웠고, 그분과의 대화에서 점차 제 발언은 정도가 심해져 불만의 대상이 주변을 넘어 무고한 치어리더, 팬, 지역을 넘어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이른 것 모두가 사실입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잘하면 더 잘하지 못한 이유를 남에게 찾았고, 안되면 안 되는 이유를 쉽게 남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전 그릇이 작았고, 작은 그릇에 넘치는 사랑을 받다 보니 눈은 높아졌는데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여 더욱 더 자극적인 발언을 하였습니다.
또 부끄럽지만 제 스스로가 냉정하면서도 솔직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마음 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가 대화 당시 무슨 생각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의 제 자신이 겸손하지 않았다는 점은 명확하게 기억합니다. 현실은 팀에 잘 적응하지도 못해 외로웠지만 그렇지 않은 양 허세를 부리며 주제넘게 남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척, 써서는 안 될 말로 상처를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현실이 두려워 외면한 시간이 많아 이 글을 쓰는데 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음속에서 저는 솔직히 야구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 잘못은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남아 저를 따라다닐 것이고, 야구는 제가 없어도 되지만, 저는 야구를 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팬이 있어 프로가 있고 구단이 있는데, 제 사소한 현실을 부정하며 팬들을 욕보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같이 운동했던 선수분들, 감독님과 코칭 스텝 및 구단 관계자분들, 치어리더분들, 그리고 야구팬 분들, 특히 한화이글스 팬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