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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던지게 될 한국인 투수는 류현진과 오승환 두 명이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의 5선발로 스프링캠프에 참가중이며, 최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고 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오승환은 셋업맨이다. 류현진은 다저스와의 6년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FA 시장에서 각광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잔류할 수 있다. 오승환 역시 250만달러의 내년 팀 옵션이 걸려 있어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야 한다. AP에 따르면 오승환의 옵션 조건은 70경기 등판이다.
류현진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캐멀백랜치 보조구장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해 2⅔이닝 동안 3안타를 허용하고 1실점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론적으로 커브에 회전을 더많이 주면 타자에게 더 까다롭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시즌 중에는 시도할 수 없는 일이라 지금 시범경기서 커브 회전을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투수 전문 통계 사이트인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의 커브 평균 구속은 72.2마일(약 116㎞), 비중은 직구(36.8%), 체인지업(25.4%)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15.6%였다.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커브의 비중이 지난해 가장 높았다. 그만큼 승부구로 자주 던지게 됐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커브의 위력을 배가시키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커브의 위력은 속도와 낙차에서 나온다. 결국 회전력(톱스핀)이 어느 정도 가해지느냐의 문제인데, 류현진은 홈플레이트에서 뚝 떨어지는 커브를 좀더 많이 던지기를 원한다. 이날 경기에서는 홈플레이트 앞, 즉 의도했던 지점보다 앞에서 떨어지는 커브가 많았다. 제구 문제였다.
지난해 류현진의 커브는 1분당 회전수(RPM)가 2422회로 커브를 50개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143위였다. 2799회로 이 부문 27위에 랭크된 팀 동료 리치 힐은 "류현진은 커브와 커터, 체인지업, 직구에 대해 감각이 아주 좋다. 브레이킹볼을 향상시킬 능력이 있기 때문에 회전력을 계속해서 잘 다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회전수를 힐 수준으로 높인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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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은 비자 발급이 늦어져 아직 시범경기에는 등판하지 않는다. 그는 팀의 캠프가 마련된 플로리다주 듀네딘스타디움에서 피칭훈련을 하고 있다. 피트 워커 투수코치가 마련해준 라이브 피칭을 소화하고 있는 상황. 조시 도날드슨, 트로이 툴로위츠키, 켄드리스 모랄레스 등 동료 타자들을 세워놓고 실전처럼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워커 코치에 따르면 오승환은 이틀 또는 사흘마다 라이브 피칭을 실시하고 있다.
오승환의 피칭을 지켜본 토론토 선수들은 하나같이 슬라이더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한다. 동료 투수인 마커스 스트로먼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팔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다. 거의 모든 공이 살아있는 느낌이며, 특히 슬라이더가 독보적이다"고 평가했다.
슬라이더는 오승환의 주무기다. 93마일(약 150㎞) 안팎의 직구와 85마일(약 137㎞)짜리 슬라이더의 볼배합으로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2016년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평균자책점 4.10으로 부진했다. 제구가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이닝 당 삼진 비율이 2016년 11.6개에서 지난해 8.2개로 뚝 떨어졌다. 헛스윙 비율이 크게 낮아지고 배트에 맞아나가는 공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2016년에는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오르내리던 슬라이더가 지난해에는 스트라이크존 범위, 즉 가운데 부분으로 많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슬라이더에 대한 피안타율과 헛스윙 비율이 2016년 1할6푼4리-26.5%에서 지난해 2할8푼-15.4%로 악화됐다.
때문에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비록 불펜피칭이지만 슬라이더가 위력적이라는 평가는 오승환 개인과 팀에 굿뉴스임에 틀림없다. 워커 코치는 "오승환은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 모서리 부분을 활용해야 한다. 그게 안돼 작년 고전했다"면서 "지금은 제구가 안정되고 있고 본인도 느낌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실전에서 그가 던지는 게 기대된다"고 했다. 오승환은 스플리터도 던지지만 슬라이더가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
류현진은 커브 뿐만 아니라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잘 던진다. 오승환은 슬라이더의 위력을 배가시킬 직구 자체도 힘이 있다. 결국 관건은 주무기를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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