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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10일 귀국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선수들에게 역할을 미리 고지해 준비할 시간을 갖게 하는 스타일이다. 마음속으로는 2018시즌 개막 구상을 거의 마쳤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선발로테이션 운용법이다.
가을야구에 진출한 팀들은 예외없이 선발축이 있다. 강한 원투펀치나 '갑자기 툭 튀어나온' 신예가 성장을 거듭해 10승 반열에 오르는 경우다.
한화 선발진에서 10승 보증수표는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 투수 둘은 새로 영입해 적응여부를 봐야한다. 뚜껑을 열기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윤규진 김재영은 아직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고, 김민우는 어깨 부상 재활후 복귀시즌이다. 현역 최다승(135승) 배영수는 마지막 두자릿수 승수는 5년전(2013년, 14승4패). 송은범은 지난 3년간 4승24패로 부진했다.
▶가을야구 진출팀 기둥선발 필수
허술한 선발진으로는 한 달은 버틸 수 있을 지 몰라도 한 시즌은 어림 없다. 불펜을 당겨쓰면 결국은 불펜마저 헐거워져 마운드 전체가 붕괴를 초래한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는 헥터 노에시(20승5패)-양현종(20승6패)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투펀치가 팀을 떠받쳤다. 전반기 7승을 차지한 임기영(8승6패)은 헥터와 양현종이 버텼기에 무리하지 않고 몸을 만들어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승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두산 베어스 역시 더스틴 니퍼트(14승8패)와 장원준(14승9패) 유희관(11승6패)으로 이어지는 이닝이터 선발진이 존재했다. 함덕주(9승8패)의 성장은 선발축이 버텨줬기에 가능했던 시나리오였다.
롯데 자이언츠는 브룩스 레일리(13승7패)와 박세웅(12승6패), 송승준(11승5패) 등 세명의 두자릿 수 선발을 배출했다. 후반기 약진에 조쉬 린드블럼(5승3패)이 큰 힘을 보탰지만 후반기 10연승을 기록할 때의 레일리는 리그 정상급 에이스였다.
NC 다이노스는 제프 맨쉽(12승4패)과 에릭 해커(12승7패), 두 외국인 투수가 부상공백 와중에도 24승을 합작했다. 장현식(9승9패)과 구창모(7승10패) 등 미래 에이스의 성장도 눈에 띄었지만 외인 원투펀치가 기본은 해준 셈이다.
SK 와이번스는 메릴 켈리(16승7패)와 박종훈(12승7패) 스캇 다이아몬드(10승7패) 등 세명의 10승대 투수를 배출했다.
적어도 두세명의 10승 투수없이 선발 로테이션은 매끄럽지 굴러가지 않는다. 한화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한화는 지난해 알렉시 오간도(10승5패)만이 10승에 성공했다.
▶한화 선발후보 7인 중 10승 투수 몇명 나올까
한화는 시즌 초반 샘슨-휠러-윤규진-김재영-김민우 외에 배영수와 송은범을 상대에 맞춰 중간 중간 선발로 투입한다. 송은범의 경우 한화의 퓨처스 스프링캠프(일본 고치) 3경기에서 10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근 새로운 구종(변형 포크볼)을 추가하며 재미를 봤다. 최고구속도 145km까지 올라온 상태다. 부진의 영향으로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사진 못한 상태. 시범경기 등판 결과에 따라 선발진 합류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샘슨(27)은 스프링캠프에서 최고 구속 150km의 빠른 볼을 뿌렸다. 3경기에서 9이닝 3자책. 생각보다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휠러(28)는 제구와 변화구외에 직구(최고구속 145km)에도 힘이 있었다. 2경기에서 7⅔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젊고 패기넘치는 선수들이라 시즌 초반 첫단추를 잘 꿰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규진은 지난해 8승7패로 팀내 토종투수 최다승이었다. 후반기 선발로 고정되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캠프 연습경기에선 다소 부진했지만 어디까지나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김재영과 김민우는 한용덕 감독이 기대를 거는 영건들이다. 성장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배영수는 최근 들어 얼굴 표정이 밝다. 몸상태를 자신하고 있다. 경쟁을 통해 결과물을 쟁취하면 언제든지 고정 선발을 꿰찰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일단 팀내 경쟁구도에는 불을 붙인 한화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