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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LA 다저스에서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는 리치 힐 한 명 뿐이었다. 25경기에 등판한 힐은 11승5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했다. 하지만 힐도 다른 주력 선발들과 마찬가지로 부상 때문에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하지는 못했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는 허리 부상 등으로 인해 26경기에서 9승5패를 올리는데 그쳤다. 올시즌 다저스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다저스 '선발 위기론'이 등장하는 이유다. 다저스는 전통적으로 투수 왕국, 특히 선발진이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클레이튼 커쇼가 흔들리면서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커쇼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허리 부상 때문에 풀타임 시즌을 던지지 못했다. 허리가 말썽을 일으킨 것은 2014년부터다. 2016년과 올해는 규정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몸상태가 나빠지면서 직구 구속도 90마일대 중반에서 90마일대 초반으로 감소했다. 내년이면 31세가 되는 커쇼의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욱 위태로운 것은 현재 팀내에 커쇼를 대체할 투수가 없다는 점이다. 내년 커쇼와 함께 로테이션에 포함될 투수는 워커 뷸러, 류현진, 리치 힐이다. 5선발은 마에다 겐타와 로스 스트리플링, 훌리오 유리아스 간 경쟁체제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선발은 올해 메이저리그 2년차를 맞아 24경기에서 8승5패, 137⅓이닝,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한 뷸러다. 그는 커쇼를 이을 에이스로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 한 시즌을 치른 '영건'에게 로테이션의 주축을 맡길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투수가 올해 부상에서 완벽하게 돌아온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올시즌 사타구니와 허벅지 부상으로 3개월 넘게 로테이션에서 빠졌지만, 8월 복귀 후 9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1.88을 마크했다. 생애 첫 월드시리즈 등판을 포함해 포스트시즌에도 4경기에 출전했다. 류현진에 대한 다저스 구단의 신뢰도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내년이면 32세가 되는 류현진에게 부상 위험도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달 생애 첫 FA가 된 류현진에게 다저스는 1년 1790만달러의 퀄리파잉오퍼를 제시했다. 류현진은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이며 내년 시즌을 기약하기로 했다. 한 시즌 더 건강한 모습을 보인다면 장기계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메이저리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작용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귀국 후 김용일 전 LG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1월에는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몸을 만들 예정이다. 몸 상태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좋다고 한다. 류현진은 지난 7일 일구회 대상을 받는 자리에서 "내년에는 20승을 해보고 싶다. 굉장히 어렵겠지만 우선 부상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한 류현진에게 10승은 기본적인 기대치다. 다저스 구단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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