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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의 청사진에 야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돔구장 건립'은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앵무새처럼 되뇌는 문구다. 구도심 재생, 지역 상권 발전, 스포츠-공연 유치를 통한 수익 창출 등 갖가지 미사여구가 동원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공수표'다. 최근 10년 동안 수많은 선거에서 신구장, 돔구장 건립 공약이 우후죽순 쏟아졌지만, 실제 추진 사례는 대전 단 한 곳뿐이다.
신세계그룹이 와이번스 인수 MOU에서 표방한 '즐기는 야구로의 전환'에 답이 있다. 야구장이라는 공간에 신세계그룹 내 산재한 유통, 쇼핑,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하나로 끌어모아 수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것. 미국, 일본 등 이미 많은 돔구장이 같은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돔구장 건립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야구 외 산업 유치'가 필수요소로 거론됐다.
백화점, 마트 등 내수 수위권의 주력사업이 다양한 신세계그룹은 계열사만 동원해도 이런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하남, 고양에 각각 세운 스타필드로 이미 위력을 입증한 바 있다. 개점 당시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온라인 시장 환경에서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대형몰 투자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그러나 개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타필드' 브랜드로 지역 상권을 휘어잡았고, 브랜드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바꿔 야구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신세계가 보는 돔구장은 '야구를 위한 경기장'이 아닌 '야구장이 더해진 또 하나의 스타필드'인 셈이다.
진짜 '돔'이 생길까
때문에 신세계그룹의 돔구장 청사진을 단순히 '공수표'나 '장밋빛 그림'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돔구장 건립 시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넘어 야구-공연-콘서트-국제행사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끌어모으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스타필드 청라'를 건설 중이다. 일각에선 이곳에 돔구장이 건립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의 발표 뒤 계양, 송도 등 인천 지역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문제는 돔구장을 과연 계획대로 지을 수 있느냐다. 부지 매입과 선정, 건립 등 다양한 과제 속에서 지역 사회, 정치권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역상권 황폐화', '교통대란', '환경파괴' 등 네거티브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그룹이 원했던 그림과는 다른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앞서 건립된 고척돔의 예만 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돔구장 건립이 이뤄져도 신세계그룹의 생각대로 활용될지 불투명하다. 돔구장을 건립해 소유할 수는 있지만, 현행법상 비업무용부동산으로 분류돼 중과세를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실제 건립하더라도 '건립 후 지자체 기부채납'이라는 다른 신축 경기장 코스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이 그리는 돔구장 청사진은 '야구장 내 부대시설'이 아니라 '복합쇼핑몰 내 야구장' 개념이기에 세율 정립부터 난제가 될 수 있다. 지자체 기부채납 후 사업권 임대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부대 사업 규모는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 계획대로 쇼핑센터 내에 돔구장이 들어가는 형태가 될 시에도 관련 건축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와이번스가 그동안 활용했던 문학구장도 걸림돌이다. 문학구장은 2002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메이저리그식 경기장이다.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구장 시설은 수위급으로 분류된다. 2만3000명의 수용 능력을 자랑한다.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치를 때마다 인천에 지어진 신축 경기장이 대회 후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신축구장 반대, 문학구장 활용 내지 리모델링' 등의 여론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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