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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고교 최고 타자' 나승엽은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일단 시작은 좋다.
나승엽은 롯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유일한 신인 선수다. 앞서 허문회 감독은 나승엽에 대해 "타격만큼은 급이 다른 선수"라고 칭찬했고, 손아섭 역시 "타격 기술이 정말 좋다"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과연 그 말대로 범상치 않았다. 나승엽은 첫 타석에서 서준원을 상대로 중견수 플라이를 기록했다. 비록 잡히긴 했지만, 벤치에서 '나이스 배팅'이 터져나올 만큼 날카로운 타구였다. 이어 두번째 타석에서는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깨끗한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스윙 궤적이 예쁘고, 남다른 손목 힘을 활용한 타격이 돋보였다. '자이언츠TV' 해설로 나선 송승준도 나승엽에 대해 "구자욱과 비슷하다. 스윙이 부드럽다"고 호평했다.
롯데로선 나승엽이 주인없는 중견수 자리에 자리잡는 게 가장 좋다. 민병헌이 빠진 상황에서, 허 감독은 지난해 사실상 주전 중견수를 소화했던 정훈을 '멀티롤'로 공언하며 무한 경쟁을 선포한 상황. 김재유 강로한 추재현 신용수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좌익수는 전준우, 우익수는 손아섭이다. 경쟁 자체가 쉽지 않다.
중견수는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한 선수들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양측 코너 외야수의 경우 크게 휘어져나가는 타구를 예측하기 어려운 반면, 중견수는 별개로 발 빠르기와 순발력이 중요한 편. 지난해 KIA 타이거즈 최원준 역시 시즌초 타구판단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히 중견수로 출전한 끝에 중반 이후는 잘 적응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이날 나승엽 역시 중견수로는 무난한 수비를 선보였다. 하지만 6회말 좌익수로 옮긴 나승엽은 딕슨 마차도의 타구를 잘못 판단해 3루타를 허용, 외야 데뷔전에서 진땀을 흘려야했다.
나승엽이 타격에서 제몫을 해준다면, 좌타자가 귀한 롯데 사정상 올시즌 1군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롯데 주전 라인업에 좌타자는 손아섭 뿐이다. 그외 김준태 김재유 이병규 등은 타격에 대한 기대치가 낮거나 확실한 주전급이 아닌 선수들이다.
27일 청백전은 신인왕을 꿈꾸는 나승엽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인상적인 예고편이었음은 분명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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