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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모두가 흔들리고 불안할 때 최후의 보루. 우리는 그를 에이스라 부른다.
절체절명의 동점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우규민은 공 1개로 장성우를 3루 땅볼 처리하고 급한 불을 껐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우규민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문상철 박경수 김병희를 현란한 변화구와 강약 조절로 K-K-K로 돌려세웠다. 통산 24번째 600경기 출전 경기에서 시즌 17경기 16⅓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6홀드째. 3⅓이닝을 퍼펙투로 막아낸 투구 수는 단 14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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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점수 차를 크게 신경 쓰고 던지는 편이 아니거든요. 어느 순간에 나가든 볼을 안 던지려 최대한 노력합니다. 믿음을 가지고 던지다 보니까 운이 따르는 것 같아요."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기록을 안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우규민은 선발 마무리 불펜을 모두 경험한 투수. 한 우물만 파지 못했다. 최근 대망의 300세이브를 달성한 전문 마무리 오승환에 대한 부러움은 없을까. 우규민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기록면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전천후라는 게 필요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저는 더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니까 그 이닝 만큼은 제가 마무리라 생각하면서 올라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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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오늘 하루에 대한 소중함,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는 '카르페 디엠'이 만들어내고 있는 매일, 매 순간이 기적이다.
"몇 경기까지 실점 안하고 싶냐고요. 한 1000경기 까지요?(웃음) 사실 저는 한경기 한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매 경기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많이 나가면 좋겠지만 나가는 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해 보려고요."
인생을 가장 열심히, 풍요롭게 사는 방법은 여정에 끝이 있음을 의식하는 것. 불혹을 향해 가는 프로 19년 차 베테랑이 깨닫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이다.
시즌 초 흔들리는 삼성 불펜을 지키며 끝판왕 오승환에게 승리의 바통을 넘겨주는 최후의 보루. '오늘의' 우규민이 '내일의' 삼성에 위대한 유산을 남기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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