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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정상, 오르기보다 머물기가 더 어렵다.
리그 최고 투수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시즌 초. 리그 최정상급 퍼포먼스다. 13일 KT전까지 파죽의 6연승 속에 다승(6승1패), 평균자책점(1.00) 단독 1위의 언터처블 페이스를 구가했다. 상복도 터졌다. 4월 MVP도 팀 공헌도를 측정하는 4월 '쉘힐릭스플레이어' 투수 부문 수상자도 원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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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언젠가 위기가 찾아올 거라는 사실. 본인도 잘 알고 있긴 했다.
그래서 늘 생각하는 것이 바로 '초심'이다.
주변에서도 그 점을 늘 강조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포수 강민호는 츤데레 처럼 후배를 챙긴다. 결코 심각한 법이 없다. 자신의 얼굴이 굳어지면 15년 후배가 심각해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사우나에서 (강)민호 형을 만나면 늘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맞을 때 됐다'고, '내려놓고 편하게 던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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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은 "원태인을 볼 때마다 '초심 잃지 말고, 너무 앞서가지도 말고, 유지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 해준다. '국대 1선발'이란 호칭이 들어가면 그 나이는 무조건 들뜨고 초심을 잃을 수 있다. 늘 냉정하고 침착하게 준비 잘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가장 통제하기 힘든 건 몸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다.
더 잘 하려는 마음의 욕심이 몸의 잘못된 변화를 만든다.
리그 정상급 투수로서의 능력을 이미 입증한 원태인. 앞으로의 과제는 긴 호흡으로 평상심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시즌은 길다.
때론 컨디션이 최악일 때도 있고, 때론 운이 없는 경기도 있다. 상황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대처 여부가 특급을 가늠하는 척도다. 어떻게 헤쳐나가며 제 몫을 다해주느냐에 진정한 에이스로의 길이 있다. 19일 한번의 덜컥거림이 몸에 좋은 쓴 약이 될 수 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모여 시즌 농사가 완성된다. 시크하게 농담처럼 던지는 18년 차 포수의 딱 한마디 조언은 바로 가장 중요한 그 지점을 관통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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