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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다승왕 경쟁? 그건 뷰캐넌이나 원태인한테 물어보라. 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8일 만난 백정현은 "야구 공부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데, 뜻밖의 상을 받아 감사하다"며 멋적어했다. '올시즌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으니 5일 두산 베어스전(5이닝 5실점)처럼 자신이 부진했던 경기들을 꼽았다.
"좋지 않은 경기에서도 얻는게 있다. 특히 두산전은 오랜만에 4일 턴으로 들어가서 그런지 피로했다. 연습만큼 회복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올해 성적은 차원이 다르다. 다승 공동 2위(11승) 이닝 공동 6위(120.2이닝) 평균자책점 4위(2.54). 원태인 뷰캐넌과 함께 달라진 삼성을 이끄는 삼두마차로 다시 태어났다. 평균 136~138㎞의 빠르지 않은 직구에 정교한 제구가 더해졌다.
"작년엔 구속이 평소보다 훨씬 잘 나왔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톰 글래빈의 영상을 보면서 제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목표를 똑바로 보고 던진다'는 게 생각보다 정말 중요하더라. 이 제구를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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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현의 프로 인생은 입단부터 굴곡이 크다. 고교 시절 당한 부상 때문에 입단과 함께 재활해야했다. 이 과정에서 1차 지명을 위한 고의 유급 논란에 휘말리며 '전학자는 1차지명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을 만든 장본인이 됐다.
이후 2015년까지 10년간은 주로 좌완 불펜으로 기용됐다. 프로 통산 3승 투수였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매년 '생존'하긴 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전지훈련 때만 빛난다고 '오키나와 커쇼'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까지 뒤따랐다.
하지만 2016년부터 뒤늦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데뷔 10년만에 첫 선발승을 거뒀고, 30세가 된 이듬해부터는 삼성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다. 3년간 23승이란 준수한 성적을 냈다.
2020년 또한번의 고비를 겪었다. 부진이 길었고, 4승4패 평균자책점 5.19의 부진 끝에 부상까지 겹쳤다. FA도 한 시즌 미뤄졌다. 백정현은 "아파서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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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현은 호투 비결을 묻자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
"과정만 충실하면,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FA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생각하고, 내 할일만 한다."
개인 타이틀에도 무관심하다. 백정현은 "다승왕 경쟁은 원태인-뷰캐넌한테 묻는게 좋을 것 같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잘했고, 난 그냥 매경기 열심히 던졌을 뿐이다. 그저 팀에 도움이 되서 다행"이라고 초연하게 답했다. 태극마크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들끓는 심사는 사진 촬영과 글쓰기로 달랜다. 백정현은 "일기도 쓰고, 여러가지 생각을 글로 많이 쓴다. 모아는 놨는데, 어디에 뒀는지는 잘 모른다. 나중에 이사갈 때 되면 나오지 않을까"라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까지 21경기 선발등판. 로테이션을 거의 빠지지 않고 풀로 돈 셈이다.
"그거야말로 내 목표다. 아직까지 아프지 않고 잘 던지고 있어 좋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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