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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평균 2.6승→벌써 11승+ERA 2.54' 환골탈태 백정현 "다승왕 경쟁, 내가 왜?"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1-09-08 20:58 | 최종수정 2021-09-09 06:30


인터뷰에 임한 백정현. 김영록 기자

[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다승왕 경쟁? 그건 뷰캐넌이나 원태인한테 물어보라. 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데뷔 전 받았던 뜨거운 기대, 그리고 14년간의 인내. 삼성 라이온즈 백정현(34)은 열정이나 욕심이 아닌 무념무상을 강조했다. '야구 도인'을 보는듯 했다.

백정현은 7~8월 월간 MVP를 수상했다. 2007년 데뷔 이래 15년만에 처음이다. 두달간 6경기 5승, 38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16의 눈부신 성적을 냈다.

8일 만난 백정현은 "야구 공부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데, 뜻밖의 상을 받아 감사하다"며 멋적어했다. '올시즌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으니 5일 두산 베어스전(5이닝 5실점)처럼 자신이 부진했던 경기들을 꼽았다.

"좋지 않은 경기에서도 얻는게 있다. 특히 두산전은 오랜만에 4일 턴으로 들어가서 그런지 피로했다. 연습만큼 회복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2007년 신인 시절만 해도 140km 중후반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이전 커리어하이는 8승10패 157이닝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한 2019년.

올해 성적은 차원이 다르다. 다승 공동 2위(11승) 이닝 공동 6위(120.2이닝) 평균자책점 4위(2.54). 원태인 뷰캐넌과 함께 달라진 삼성을 이끄는 삼두마차로 다시 태어났다. 평균 136~138㎞의 빠르지 않은 직구에 정교한 제구가 더해졌다.

"작년엔 구속이 평소보다 훨씬 잘 나왔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톰 글래빈의 영상을 보면서 제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목표를 똑바로 보고 던진다'는 게 생각보다 정말 중요하더라. 이 제구를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다."


2021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7.11/

백정현의 프로 인생은 입단부터 굴곡이 크다. 고교 시절 당한 부상 때문에 입단과 함께 재활해야했다. 이 과정에서 1차 지명을 위한 고의 유급 논란에 휘말리며 '전학자는 1차지명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을 만든 장본인이 됐다.

이후 2015년까지 10년간은 주로 좌완 불펜으로 기용됐다. 프로 통산 3승 투수였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매년 '생존'하긴 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전지훈련 때만 빛난다고 '오키나와 커쇼'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까지 뒤따랐다.

하지만 2016년부터 뒤늦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데뷔 10년만에 첫 선발승을 거뒀고, 30세가 된 이듬해부터는 삼성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다. 3년간 23승이란 준수한 성적을 냈다.

2020년 또한번의 고비를 겪었다. 부진이 길었고, 4승4패 평균자책점 5.19의 부진 끝에 부상까지 겹쳤다. FA도 한 시즌 미뤄졌다. 백정현은 "아파서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2021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1회초 삼성 백정현이 숨을 고르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8.12/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낸 보상은 달콤하다. 다승왕 경쟁과 더불어 평균자책점은 전체 4위, 국내 투수중 1위다. 허삼영 감독은 "긴 고뇌의 시간을 잘 버틴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잘 참고 인내한 덕분에 오늘의 성과를 냈다"며 칭찬했다.

백정현은 호투 비결을 묻자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

"과정만 충실하면,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FA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생각하고, 내 할일만 한다."

개인 타이틀에도 무관심하다. 백정현은 "다승왕 경쟁은 원태인-뷰캐넌한테 묻는게 좋을 것 같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잘했고, 난 그냥 매경기 열심히 던졌을 뿐이다. 그저 팀에 도움이 되서 다행"이라고 초연하게 답했다. 태극마크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들끓는 심사는 사진 촬영과 글쓰기로 달랜다. 백정현은 "일기도 쓰고, 여러가지 생각을 글로 많이 쓴다. 모아는 놨는데, 어디에 뒀는지는 잘 모른다. 나중에 이사갈 때 되면 나오지 않을까"라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까지 21경기 선발등판. 로테이션을 거의 빠지지 않고 풀로 돈 셈이다.

"그거야말로 내 목표다. 아직까지 아프지 않고 잘 던지고 있어 좋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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