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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탈삼진이 많고 적음은 투구이닝에 비례한다. 요즘처럼 선발투수가 6~7이닝 투구면 만족하는 시대에 KBO의 경우 한 시즌 200탈삼진, 메이저리그는 300탈삼진을 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따라서 탈삼진 숫자 자체보다 9이닝 평균 개수(K/9)가 투수의 탈삼진 능력을 좀더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란다의 K/9도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12개 이상의 K/9을 기록한 투수는 28명(복수 포함)이다. 주목할 것은 그 가운데 20명이 최근 5년새 나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최근 탈삼진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투수들이 이를 트렌드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K/9 역대 1위는 202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셰인 비버가 작성한 14.20개다. 그해 코로나 사태로 팀당 60경기를 치러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보면, 162경기 체제에서 최고 기록은 201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게릿 콜이 기록한 13.82개다. 콜은 그해 212⅓이닝 동안 326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의 K/9는 2007년 6.67개에서 2012년 7.56개로 5년 만에 1개 정도 많아졌고, 2017년 이후에는 8.34→8.53→8.88개에서 60경기 시즌인 2020년 9.07개를 거쳐 작년 8.90개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최근 들어 탈삼진이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뭘까. ESPN 칼럼니스트 팀 커크지안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K는 어떻게 가장 파괴적인 글자가 됐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매년 탈삼진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분석하면서 투수들의 스피드 향상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투수들의 직구 구속이 최근 현저히 빨라지고 있는데, 올해 100마일 이상 직구가 작년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구위가 막강해진 투수들의 탈삼진 욕심과 타자들의 홈런 욕심이 상존하며, 리그 자체가 이를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팬그래프스에 따르면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포심 직구 평균 구속은 93.8마일(약 151㎞)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0년 93.5마일에서 0.3마일이 늘었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7년 91.1마일과 비교하면 무려 2.7마일이 빨라진 것이다.
현대야구에서는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탈삼진을 꼽는다. 수비 실책이 나올 일이 없고, 야수들도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들은 홈런을 치기 위해 스윙을 크게 하고 적극적으로 덤벼든다. 삼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요즘 트렌드라는 것이다.
통산 탈삼진 1위 놀란 라이언은 ESPN 인터뷰에서 "삼진을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헬멧을 선반에 올려놓는 건 매우 창피한 일이었다"며 "그런데 요즘 타자들은 그런 것 같지 않다. 내가 투스트라이크를 던지면, 타자들은 삼진을 안 당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삼진을 안 당하면)뭔가를 이뤘다고 뿌듯해 했다"고 말했다. 삼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21세기 들어 확 달라졌다는 얘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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