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팬들에겐 '배신의 아이콘', 스쿠벌 사라진 AL 사이영상 전장에선 '신선한 영건'...NL은 오타니 1위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호랑이 없는 숲속의 왕은 누구인가.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평가받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태릭 스쿠벌이 장기간 던질 수 없게 됐다. 왼쪽 팔꿈치 뼈조각 제거 수술을 오는 7일(이하 한국시각) 받기로 했다.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재활도 짧은 수술이지만, 적어도 3개월은 쉬어야 한다.
스쿠벌은 수술 소식이 보도된 6일 "가능하면 빨리 수술을 받고 싶었다. 그래야 얼른 돌아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 때문"이라고 밝혔다. 복귀 시점에 관해 디트로이트 구단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라고 보면 된다.
2년 연속 AL 사이영상을 받았던 스쿠벌로서는 뼈아픈 행보다. 그는 올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투수 최초로 4억달러를 찍을 후보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후반기에 복귀해 이전 투구 능력을 보여준다고 해도 4억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머리가 복잡해지게 생겼다.
공교롭게도 작년 AL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 3위, 6위에 올랐던 보스턴 레드삭스 개럿 크로셰, 휴스턴 애스트로스 헌터 브라운, 뉴욕 양키스 카를로스 로돈도 IL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AL 사이영상 레이스는 새로운 에이스들의 각축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MLB.com은 6일 '스쿠벌의 부상 이후 넓게 형성된 AL 사이영상 레이스를 누가 컨트롤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5명을 후보로 꼽았다.
우선 가장 유력한 투수는 양키스 영건 캠 슐리틀러다. 작년 와일드카드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8이닝 12탈삼진 무실점으로 압도하며 시선을 끌었던 그는 올시즌 초반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량으로 팀내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고향이 보스턴 인근이라 지금은 보스턴 팬들에겐 배신의 아이콘이 됐다.
8경기에서 5승을 따낸 그는 AL 평균자책점(1.52), WHIP(0.87), FIP(1.75) 1위다. 투구이닝(47⅓)과 탈삼진(53)은 각 4위. 가장 먼저 사이영상 후보로 언급될 수 있는 수치들이다.
그렇지만 MLB.com은 '슐리틀러가 이닝이 쌓이면 벽에 부딪힐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그는 작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합쳐 149⅔이닝을 던졌다. 올해는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220이닝에 육박한다. 체력 부담을 잘 극복한다면 역사상 6번째로 메이저리그 2시즌 이내에 사이영상을 받는 투수가 된다.
앞서 2025년 폴 스킨스, 2008년 팀 린스컴, 1985년 드와이트 구든과 브렛 세이버하겐,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1~2년차에 사이영상의 영광을 안았다.
LA 에인절스 호세 소리아노도 주목받는다. 3~4월에 7경기에서 42⅔이닝을 던져 5승1패, 평균자책점 0.84를 마크하며 '이 달의 AL 투수'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 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4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8안타를 얻어맞고 5실점해 평균자책점이 1.74로 치솟았다.
MLB.com은 '소리아노는 빠른 공을 던지고 스플리터와 너클커브가 압도적이지만 하락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 번째 후보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딜런 시즈. 지난 겨울 7년 2억1000만달러를 받고 이적했다. 7경기에서 38⅓이닝을 던져 57개의 탈삼진을 마크했지만, 볼넷 허용이 많고 평균자책점(3.05)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MLB.com은 'AL에서 탈삼진율(33.7%), 헛스윙율(36.9%) 1위지만, 볼넷이 너무 많다. 과거에도 제구 문제로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적었다.
양키스 좌완 맥스 프리드도 언급됐다. 8경기를 던진 그는 AL 투구이닝(52⅔) 1위, WHIP(0.89) 2위, 피안타율(0.176) 1위, 평균자책점(2.39) 6위다. 시즈와 달리 꾸준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2020년 이후 100차례 이상 선발등판한 투수들 중 ERA (151)가 가장 좋다. 그러나 탈삼진 능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43탈삼진은 AL 공동 14위. MLB.com은 '2009~2025년 사이영상 수상자 34명 중 200탈삼진 미만에 이닝당 탈삼진 1개 미만의 투수는 2016년 릭 포셀로 한 명 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텍사스 레인저스 제이콥 디그롬이 거론됐다. 그는 뉴욕 메츠 시절인 2018~2019년 연속으로 NL 사이영상을 받은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다 지난해 30경기에서 12승8패, 평균자책점 2.97, 185탈삼진을 올리며 부활에 성공했다.
이어 올시즌 7경기에서 37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11, 47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다만 이날 양키스전에서 6⅓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6실점해 기세가 꺾였다. MLB.com은 '디그롬은 명예의 전당 입성 경계선에 있어 세 번째 사이영상이 추가되면 입지를 탄탄히 할 수 있다'며 '결국 건강이 디그롬에게는 최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NL 사이영상은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살짝 앞서나가는 형국이다. 이날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7이닝 4안타 8탈삼진 2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다시 규정이닝을 채워 양 리그 합계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올랐다. 오타니는 '이닝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게 과제다다.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다. 동료인 저스틴 로블레스키(42⅔이닝, 1.25, 15탈삼진)와 타일러 글래스나우(38⅔이닝, 2.56, 47탈삼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브라이스 엘더(49이닝, 2.02, 45탈삼진)와 크리스 세일(42이닝, 2.14, 49탈삼진), 필라델피아 필리스 크리스토퍼 산체스(48⅓이닝, 2.42, 60탈삼진), 밀워키 브루어스 제이콥 미저라우스키(38이닝, 2.84, 59탈삼진) 등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2026-05-06 20:3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