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팀 뿐…' 전원 잔류, '불펜 보강' 예상 깬 스토브리그 파격행보, 삼성은 내부단속에 왜 이토록 진심이었을까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가 강민호를 끝으로 내부 FA 전원 잔류에 성공했다.
삼성은 강민호와 계약 기간 2년, 계약금 10억원, 연봉 3억원, 연간 인센티브 2억원 등 최대 총액 20억원의 조건에 사인했다고 28일 공식 발표했다.
강민호는 KBO리그 최초인 생애 4번째 FA 계약에 성공했다. 이로써 삼성 라이온즈는 김태훈 이승현에 이어 이번 겨울 내부 FA 전원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데뷔 첫해인 2004년부터 14년간 롯데에서만 뛴 강민호는 2017년 말 본인의 2번째 FA 계약을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번 계약으로 라이온즈에서 10시즌을 채울 수 있게 됐다.
프로 통산 2496경기에 출전, 통산 타율 2할7푼7리, 2222안타, 350홈런, 1313타점, 1006득점을 기록 중이다.
삼성은 앞선 18일 FA 두 투수와의 계약을 발표했다.
김태훈은 3 1년 최대 20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3억원, 연간 인센티브 5000만원), 이승현은 2년 최대 6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1억5000만원, 연간 인센티브 5000만원)에 삼성에 남았다.
삼성은 "김태훈은 필승조는 물론 롱릴리프까지 불펜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입증했다는 점, 베테랑으로서 구원진 안정에 꾸준히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FA 계약을 추진해왔다"고 이유를 밝혔다. "베테랑 투수로서 추격조에서 필승조까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고, 팀 내 오른손 불펜투수 가운데 좌타 상대 경쟁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불펜진에 약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은 외부 FA 영입보다 내부 FA 잔류에 우선순위를 두고 힘을 쏟았다. 주전 안방마님 강민호 역시 꾸준하게 소통하며 협상을 조율해왔다.
외부 시장에 이영하 김범수 홍건희 등 플러스가 될 만한 불펜투수들이 있었지만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전하지 않았다. 일관된 방향성으로 내부 단속에 주력한 삼성은 김태훈 이승현 강민호 내부 FA 전원과 계약에 성공했다.
FA자격을 얻은 선수가 있는 8개 팀 중 내부 FA를 모두 잡은 팀은 두산 베어스에 이어 삼성이 두번째다. 두산은 조수행을 시작으로 이영하 최원준과 모두 FA 계약을 하며 내부 FA 전원과 동행에 성공한 바 있다.
두산 출신 FA 중 이영하는 외부 영입 경쟁이 있었던 선수. 삼성은 강력한 외부 경쟁이 없었지만 합리적 조건을 통해 활약과 기대에 걸맞는 대우와 존중을 표현했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이토록 내부 FA에 진심이었던걸까.
두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대망인 우승을 향한 큰 그림이다. 내부 단속을 통해 팬들과 구단을 향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효과가 있다.
유정근 대표와 이종열 단장 부임 후 삼성은 꾸준한 리빌딩과 현실적 전력 보강을 통해 지속가능한 강팀 완성을 향해가고 있다. 경험 많은 베테랑과 성장한 젊은 선수들 간 시너지가 극대화 될 시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팀워크다. 팀워크가 무너지는 순간 아무리 전력이 막강한 팀이라도 추락은 한 순간이다.
강민호와의 세부 협상이 다소 길어지면서 원태인 구자욱 등 투타 주역들이 이구동성으로 "팀에 꼭 필요한 민호 형 계약"을 외쳤다. 강민호도 계약 직후 인터뷰에서 "비시즌 동안 자욱이나 태인이나 저를 정말 간절하게 불러주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시즌 때 밥을 많이 사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밥을 더 많이 살 테니 내년에 힘을 합쳐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같이 가고 싶다"는 농담을 섞어 고마움과 우승 목표를 향한 동행을 다짐했다. 바로 이런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팀워크다.또 하나 있다. 삼성은 FA 시장에서 불펜 보강 예상을 깨고 왕조시절의 상징 최형우를 2년 최대 26억원에 영입해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스토브리그 가장 놀라운, 의외의 '사건' 중 하나였다.
삼성은 왜 대체 외부 불펜 자원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최형우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을까.
이 역시 구자욱 등 선수들이 애타게 원했던 '그림'이었다. 최형우 영입은 단순한 전력보강 차원만이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활화산 같은 삼성타선을 극대화할 화룡점정이지만 전력 외적으로 선수들에게 영감과 메시지를 주는 마치 '돌아온 엘도라도' 같은 상징적인 존재다.
원팀으로서 자긍심과 우승이란 목표를 향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드라마틱한 '사건'이었다.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강력한 매개체, 베테랑 오브 베테랑 최형우와 강민호였다. 그 어려운 일을 삼성이 해냈다. 방향이 더욱 확실해졌다. '돌아온' 최형우는 삼성팬들에게 우승을 화끈하게 약속했다. '종신 삼성'에 사인한 강민호가 힘을 보태겠다고 화답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2025-12-29 00: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