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가치 증명할 기회, 고작 2년 남았다…"에이징 커브 듣고 싶지 않아, 감독님과 다시 우승"
[아마미오시마(일본)=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에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됐더라고요."
나성범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와 6년 150억원 초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2024년 한 차례 통합 우승을 함께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 4년 동안 아쉬운 시즌이 더 많았다. 가장 발목을 잡은 문제는 부상. 2022년만 144경기를 전부 뛰었고 이후 3시즌은 햄스트링과 종아리 부상 탓에 풀타임을 치른 적이 없다.
전반기에 종아리를 다친 지난해가 가장 힘들었다. 82경기, 타율 2할6푼8리(261타수 70안타), 10홈런, 36타점, OPS 0.825에 그쳤다. 나성범의 성적표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게다가 팀 성적이 8위까지 추락했으니 주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컸다.
나성범은 올겨울 이를 악물고 다시 몸을 만들었다. 그동안 운동을 게을리 한 적은 없었다. 다만 왜 자꾸 부상이 재발하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데 조금 더 신경을 썼다.
장세홍 KIA 트레이닝 코치는 "나성범은 내가 KIA에 있어서가 아니라 KBO리그를 대표하는 운동 열심히 하고, 자기 몸 관리 잘하는 선수다. 10개 구단 관계자들도 인정한다. 그래서 왜 다쳤을까 데이터를 봤다. 2019년에 NC에 있을 때 오른쪽 무릎 ACL 수술을 했다. 그 이후로 쭉 계속 부상이 있었다. 물론 하나의 변수인데, 이게 가장 큰 요인일 것 같다. 오른쪽 무릎 수술을 하고 완벽히 기능이 안 돌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코치는 이어 "병원에서 의학적 판단으로는 완전히 회복됐다고 해도 (야구 선수는) 일상 생활하는 사람들이 아니지 않나. 야구에서 타격 투구 주루 등은 사실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폭발적인 힘을 요구한다. 그 정도를 해내려면 기능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100%가 안 된 상태에서 정상급 선수들이 폭발력을 내면, 몸의 밸런스가 다 깨지는 것이다. 물론 나성범 선수는 나이도 있지만, 연쇄 부상이 그래서 온다고 봐야 한다. 오른쪽 무릎이 안 좋아서 왼쪽에 부하가 걸리고, 그러다 햄스트링, 종아리 이런 부상을 계속 당했더라. 이번에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정확하게 햄스트링 부상이 올 수 있는 수치에 딱 맞게 근력이 만들어져 있더라. 그동안 변형이 생긴 것이다. 그런 분석을 바탕으로 나성범 선수가 다시 건강하게 뛸 수 있게 도우려 한다"고 덧붙였다.
나성범은 일본 아마미오시마 1차 캠프에서도 컨디셔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식단도 같이 조절하면서 겨울에 국내에서 몸을 만들 때보다 체중도 조금 더 감량했다.
그만큼 올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가 비장하다. 대형 계약의 가치를 이제는 한 해 동안 온전히 증명해야 한다는 마음. 또 주장으로서 팀의 반등을 이끌어야 한다는 마음이 공존한다.
나성범은 "나도 이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안 된다든지, 에이징 커브라든지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다. 솔직히 다시 반등하기 위해서 다시 정신 차리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에 정신을 안 차린 것은 아니지만, 성적이 그렇다 보니 그렇게 보여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겨울에는 반성도 많이 했고, 다시 한번 정신 차리고 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팀 성적과 관련해서는 "올 시즌에 팀들이 다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쿼터도 생기면서 일본인 투수들도 많이 들어왔고, 야구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팬분들 입장에서는 야구가 또 재밌어질 것 같다. 이번 시즌은 조금 새로운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 시즌에는 뭔가 새로운 것이 도입됐을 때 우리 팀이 작년 시즌보다는 조금 더 나은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최형우가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하자 나성범을 김선빈과 함께 지명타자로 뛰게 할 계획을 밝혔다. 지명타자와 우익수를 병행하면, 부상 관리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
나성범은 "지명타자를 NC에서 무릎 수술 하고 다음 해(2020년)에 우승했을 때 거의 반반씩 했다. 그때는 무릎 수술하고 다음 해여서 내 몸 상태가 완성이 되진 않았으니 조금씩 올리자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내가 아파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감독님께 수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다. 항상 나는 준비돼 있다는 것을 많이 보여 드리고 싶다. 그래야 감독님도 편안하게 수비를 마음껏 내보낼 수 있으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성범은 "내가 부상이 있었다 보니 생각해서 해주시는 걸 안다. 어느 감독님께서 그렇게 생각해 주시겠나. 솔직히 안 좋으면 그냥 안 쓰거나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또 감독님과 다시 한번 우승해 보고 싶다. 내가 좀 잘해서 정말 정신 차리고, 지금 있는 선수들과 같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최형우와 함께 박찬호(두산 베어스)까지 핵심 타자 둘이 FA 이적하면서 큰 공백이 생겼지만, 또 잘 채워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 합류한 해럴드 카스트로와 제리드 데일의 평가가 좋은 편. 나성범과 김도영 김선빈 등 지난해 부상에 울었던 이들만 건강해도 충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성범은 "내심 조금 더 기대가 된다. 어떻게 타순이 짜여질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에 맞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카스트로는 차근차근 시즌에 맞춰서 컨디션을 올리는 것 같고, 데일은 내야수랑 훈련을 따로 해서 치는 것을 많이 보진 못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잘 적응하고 있다더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아마미오시마(일본)=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2026-02-07 11: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