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투수는 6구 연속 직구만 던지고, 상대팀 감독은 타구 방향 지시, 인성 좋은 레전드 은퇴경기 빛나게 한 특급 예우[민창기의 일본야구]
4만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안타를 치고, 수비 위치에 들어가 포구를 하고, 팬들의 함성 속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옛 사령탑이 등장해 꽃다발을 전달하고, 그라운드에서 선수단 전체와 기념 촬영을 했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마지막, 이상적인 은퇴 장면이다.
14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니혼햄 파이터스의 시범경기. 'RESPECT 7', 요미우리 외야수 조노 히사요시(42)를 위한 경기였다. 요미우리와 4만1947명 입장 관중, 원정팀 니혼햄이 예우를 다해 조노의 마지막을 빛나게 했다.
1-8로 뒤진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아베 신노스케 요미우리 감독이 대타를 호명했다. 7번 조노가 4번 트레이 캐비지 타석에 들어갔다. 오후 6시 경기가 시작되고 대략 2시간 30분이 흘러 마침내 그 시간이 왔다.
볼카운트 1B1S. 바깥쪽 직구 3개를 연달아 파울로 만들었다. 1B2에서 6구째 시속 149km 빠른공을 강하게 받아쳤다. 타구가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가 중전안타가 됐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조노는 5번-포수 기시다 유키노리(39)의 우전안타 때 1루에서 3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16년간 137차례 도루를 시도해 99번 성공한 준족다웠다.
니혼햄 우완투수 야나가와 다이세이(23)는 조노를 상대로 6구 모두 직구를 던졌다.
9회초 조노는 우익수로 들어갔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곧이어 니혼햄 선두타자 스네야 히로키(22)가 요미우리 우완 엘비스 루시아노가 던진 시속 152km 직구를 밀어쳤다. 우익수 뜬공. 조노가 잡았다. 다시 한번 도쿄돔이 함성에 휩싸였다.
조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놀랄 만큼 간장이 안 됐다. 마지막 수비 때 신조 감독님이 타자에게 우익수 쪽으로 치라고 지시하는 걸 봤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우익수 쪽으로 날아온) 타구를 잡았을 때 관중석의 파이터스 팬들도 큰 박수를 보내주셔서 감동했다"라며 감사 인사를 했다. 상대팀 신조 감독이 우익수 조노가 마지막으로 포구하는 장면을 설계한 셈이다. 지시를 충실히 수행한 스네야도 대단하다.
아베 감독은 "조노는 공수주에서 뛰어난 선수였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이렇게 현역을 마치는 선수가 별로 없다. 젊은 선수들이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2006년 10월 열린 일본프로야구(NPB) 신인 드래프트 회의. 니혼햄이 니혼대학 주장이었던 외야수 조노를 4순위로 지명했다. 요미우리 입단을 열망했던 조노는 지명을 거부하고 사회인야구 혼다자동차에 입단했다. 조노는 "당시 니혼햄 스카우트 부장이 오늘 오셨다. 지명받고 가지 않았는데도 계속 연락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지바 롯데 마린즈가 2008년 10월 조노를 신인 2라운드로 지명했다. 조노는 '요미우리가 아니면 혼다자동차에 잔류하겠다'고 공언한 대로 지명을 거부했다. 요미우리가 다음 해 조노를 1순위로 지명해 마침내 자이언츠 선수가 됐다.
요미우리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4년간 요미우리를 떠나 있었다. 요미우리는 2019년 1월 히로시마 카프 외야수 마루 요시히로(37)를 FA로 영입했다. 이때 히로시마가 조노를 보상 선수로 데려갔다. 조노는 히로시마에서 4년을 뛰고 2022년 11월 돌아왔다. 무상 트레이드로 거인군에 복귀했다.
통산 타율 0.280-1512안타-163홈런-623타점-OPS 0.768. 조노가 16시즌 동안 1651경기에 나가 올린 성적이다. 2010년 타율 0.288-19홈런-52타점을 기록, 센트럴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2011년에 타격 1위(0.316), 2012년에 최다안타 1위(173개)를 했다. 특급 레전드들이 남긴 성적에 비해 특별히 화려한 건 아니지만, 누구보다 많은 야구인과 팬들의 사랑을 받은 건 분명하다.
조노는 지난해 10월 도쿄도 내 한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맡겨야 할 때가 왔다"라고 했다. 이 자리에 베테랑 사카모토 하야토(38)를 비롯해 오카모토 가즈마(30·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선수 36명과 코치, 구단 스태프 17명, 총 53명이 깜짝 등장했다. 일본 언론은 조노의 좋은 인간 관계, 인성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썼다. 조노는 구단 직원으로 요미우리와 계속 함께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2026-03-15 07: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