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영희 누나는 좋은 사람"…'말자쇼' 문승원 PD가 밝힌 녹화 현장 비하인드(종합)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제가 3년 가까이 지켜봐 온 영희 누나는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요 하하. 많은 분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2018년 KBS에 입사해 8년 차를 맞은 문승원 PD(36)가 지난해 12월 '말자쇼'를 통해 처음으로 메인 연출을 맡았다. '개그콘서트' 조연출 출신인 그에게 '말자쇼'는 단순함을 넘어 개그우먼 김영희의 매력을 대중에게 새롭게 전하고 싶은 특별함이 담겼다.
김영희와 정범균이 이끄는 '말자쇼'는 KBS2 '개그콘서트'의 '소통왕 말자 할매' 코너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관객 참여형 상담 포맷을 기반으로 한 스탠드업 코미디 쇼로, 김영희가 캐릭터 '말자 할매'를 앞세워 세대와 관계를 넘어 진정한 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단독 예능으로 편성된 이후 3.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 동시간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녹화 후 유튜브 채널에서도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문 PD는 '소통왕 말자 할매' 코너를 기획하게 된 과정에 대해 "'개그콘서트'가 부활하기 전부터 영희 누나와 범균이 형이 함께 공연을 하고 있었다. 둘이 '말자 할매'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전국을 돌면서 고민상담을 진행해 왔다. 이후 범균이 형이 영희 누나를 설득해서 '개그콘서트'에서 '소통왕 말자 할매'를 함께 해보자고 했는데, 처음엔 영희 누나가 못 한다고 했다. '개그콘서트'는 콩트를 기반으로 하는데, '소통왕 말자 할매'는 대본이 없는 코너다. 대본이라고 해봤자, 분량이 A4용지 반 장 정도 되는데, 소개 멘트와 엔딩 멘트를 제외한 나머지 분량은 현장에서 관객들의 고민을 받아서 진행을 한다"며 "코너 기획 당시 영희 누나가 악플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본인 때문에 후배들까지 피해를 입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 영희 누나를 범균이 형이 잘 다독이고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말자쇼'를 통해 처음으로 메인 연출에 도전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문 PD는 "PD 입장에서는 본인의 이름을 걸고 연출을 하는 게 큰 기회다"라며 "몇 주 전에 '개그콘서트' 회식을 하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당시 (박)성광이 형이 저를 꼭 안아주시면서, '승원 PD가 있어서 잘 될 수 있었고 개그맨 입장에서 고맙고 감격스럽다'고 하셨다. 또 영희 누나가 잘 되고 있어서 다 같이 기뻐해 주셨다. KBS 개그맨들 사이에서 저희 프로그램이 선례가 된 것 같다. 본인의 이름을 따온 코너가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서 시청률도 잘 나오고 하니까, 후배 개그맨들은 '나도 저 선배들처럼 잘 될 수 있을까'하고 꿈을 꾸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실감하는지 묻자, 문 PD는 "정규 방송으로 편성되기 전에도 1회가 2.8%, 3회가 3.1% 정도 나왔다. 물론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다음 시간대여서 수혜를 많이 받긴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저 정도 시청률이 나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3.1%가 나왔을 때는 여기저기서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다. 지난 녹화 때는 KBS 사장님께서 격려 차 직접 방문해 주셨다. 이런 경우가 잘 없다고 하는데, '프로그램 재밌게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뿌듯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소통왕 말자 할매'가 '말자쇼'로 홀로서기하는 과정에선 정범균의 공이 가장 컸다고 강조했다. 문 PD는 "범균이 형은 마치 TV 뒤에 있는 전선 같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말자쇼'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동력이 되어준다. 영희 누나 역시 범균이 형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 누나가 플레이어로서 녹화 현장을 뛰어다니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때가 있다. 저도 카메라에 잡힌 사람들만 볼 수 있다. 저희 중에 800명을 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범균이 형밖에 없다. 녹화 분위기가 쳐지면, 재밌는 사연이 적힌 포스트잇을 떼어서 사연을 읽고 분위기를 업시킨다. 또 분위기가 과열된 것 같으면, 형이 눌러 주기도 한다. 방송에 나가는 것과는 별개로 형이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저희 프로그램은 녹화를 한 번 시작하면 중간에 한 번도 안 끊는다. 늘 녹화를 마치고 나면 영희 누나는 잘 안 풀린 것 같다고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누나 옆에서 범균이 형이 멘털코치 역할도 해준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말자 할매' 김영희가 가진 장점에 대해선 "영희 누나는 늘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리액션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박군 씨가 게스트로 출연했던 회차에서 한 관객의 어머니가 간이식을 거부하는 사연이 있었다. 보통 그럴 땐 위로를 건네거나 '꼭 병원에 가셔야 한다'고 다독이지 않나. 그런데 누나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에 오히려 화를 내더라. 항상 촬영 현장에서 보면 본능적으로 맹수처럼 움직인다. 제작진의 기대 이상으로 100% 만족을 이끌어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영희 역시 '말자 할매'라는 인생 캐릭터를 얻은 뒤, 코미디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문 PD는 "누나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기 자신을 -100이라고 했다. 근데 '말자쇼'를 하고 나서 '이제는 -100에서 0이 된 것 같다'고 하더라. 지금도 여전히 본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나는 0이 된 걸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더 좋아할 수 있는 코미디언이 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코미디언'이 아닌 '인간' 김영희에 대한 깊은 애정도 함께 드러냈다. 문 PD는 "저 역시 커뮤니티를 통해 누나에 대한 안 좋은 댓글을 종종 볼 때가 있다. 그 분들한테 악플을 쓰지 말라고 할 생각은 없다. 근데 제가 옆에서 '개그콘서트'를 2년 반 정도 하고, '말자쇼'를 반년 동안 하면서 겪어본 누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TV를 통해 김영희라는 사람을 볼 때 '아, 저 사람 너무 싫어'라는 생각이 들면 어쩔 수 없지만, 별 생각이 없는 분이라면 조금 더 따뜻하게 봐주시면 좋겠다. 누나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참 좋은 사람이다. 만약 인성이 별로였다면, 주변에서 누나를 그렇게 도와주지도 않았을 거다. 저 역시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누나의 따뜻한 면모를 보여드릴 생각은 없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했을 땐 진심으로 감사한 분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말자쇼'만의 관전포인트에 대해 "저희 프로그램은 방송도 재밌지만, 현장이 정말 재밌다. 선물도 많이 드리고, 원하시면 녹화 끝나고 영희 누나와 범균이 형과 함께 사진도 찍으실 수 있다. 지방에서 올라오신 관객 분들은 줄 서서 사진을 찍고 가신다. 사실 '말자쇼'는 자극적이고 도파민 가득한 예능 틈 사이에서 마음 편히 보실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촬영 중에 화장실도 자유롭게 다녀오셔도 되고, 사진을 찍고 SNS에 스포일러를 하셔도 무방하다"고 이야기했다.
만일 시청률 5%가 넘을 시 어떤 공약을 실행할 계획인지 묻자, 문 PD는 "5%는 넘볼 수 없는 꿈의 수치"라면서도 "영희 누나와 범균이 형은 뭐든 다 할 사람들이다(웃음). 인간 화환으로 꾸민 채 여의도공원을 돌며 감사 인사를 전하거나, 아니면 영희 누나와 범균이 형 모두 말자 분장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직 동의를 얻진 않았지만, 시청률 5%가 넘는다면 제가 무조건 하라고 시키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한편 '말자쇼'는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KBS2에서 방송된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2026-03-25 06:2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