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판 맨해튼 프로젝트' 한달만에 中 대응카드…AI 총력전
홍콩 SCMP 보도…中 인간 개입 없는 '자율형 AI 시스템' 가동
中. 美 AI 반도체 제재 맞서 자립 가속화…EUV 국산화도 시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인공지능(AI)판 맨해튼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중국이 대응 카드를 내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달 23일부터 국가슈퍼컴퓨팅 네트워크(SCNet)를 기반으로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자율형 AI 시스템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24일 미국 내 방대한 과학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형 AI 플랫폼으로 묶고 민간 빅테크(거대 정보통신 기업)와 협력해 AI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정명령 '제네시스 미션'을 발동한 데 맞서 중국이 자율형 AI 시스템 가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구체적인 명칭을 명명하지 않은 가운데 '슈퍼 AI 과학 시스템' 또는 'AI 과학 연구 플랫폼'으로도 불린다. 이는 중국과학원(CAS) 산하 연구소들의 협력을 통해 개발됐으며, SCNet이 주축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2023년 출범한 고속디지털 '백본'(backbone)망인 SCNet은 현재 30개 이상의 컴퓨팅 센터를 연결, 이를 통한 방대한 연산 능력을 필요에 따라 통합 활용한다. 현재 중국의 정부 기관·기업·대학 및 연구기관 1천여곳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의 자율형 AI 시스템은 간단한 자연어 명령만으로 복잡한 연구작업을 독립적으로 분해하고, 컴퓨팅 파워를 할당하고,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완전한 과학 보고서를 생성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지속적인 인간의 감독이 필요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SCMP는 강조했다.
중국과학원 회원이자 SCNet 전문가 패널 의장인 첸더페이는 "과학 연구가 인공지능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중국의 자율형 AI 시스템은 중국 내 흩어져 있는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 등을 연결해 더 빠르고 효과적인 혁신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 당국은 자율형 AI 시스템이 재료과학·생명공학·산업 인공지능 등에서 다양한 지원을 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선 기존에 하루 종일 걸리던 작업이 자율형 AI 시스템을 활용하면 1시간 내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의 자율형 AI 시스템은 미국과의 AI 패권 경쟁의 핵심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을 필두로 유럽연합(EU)·일본 등 서방의 첨단 AI 반도체 기술 제한과 수출 제재에 맞서 국가적 차원의 AI 반도체 자립 가속화 전략을 구체화해왔다.
이 전략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고 국가기관인 중앙과학기술위원회가 감독하며, 민간 기업 화웨이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의 핵심 프로젝트에는 자율형 AI 시스템 이외에 첨단반도체 생산 필수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국산화 작업도 포함된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수입이 금지된 네덜란드 ASML의 기술을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EUV 노광장비 시제품을 완성해 시험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자율형 AI 시스템의 경우 2027년에 산업 전반의 70%, 2030년에 90%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제네시스 미션은 에너지부(DOE)를 주축으로 산하 17개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와 방대한 과학 데이터를 통합한 '미국 과학·안보 플랫폼'(ASSP)을 구축하고, 여기에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등 빅테크와도 협력해 AI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계획이다.
미 행정부는 이를 통해 먼저 첨단 제조, 생명공학, 핵심 소재, 핵분열 및 핵융합 에너지, 양자 정보 과학, 반도체 및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의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는 AI를 단순 산업 기술이 아닌 핵심적인 국가 안보 및 과학 전략으로 규정한 것으로, 미 행정부가 AI 정책을 속도전 체제로 전환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제네시스 미션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해 모든 자원을 쏟아부었던 것과 비교해 'AI판 맨해튼 프로젝트'로 불린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AI를 국가 안보 및 과학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전력, 반도체, 인재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맨해튼 프로젝트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 제네시스 미션에 따른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 급증과 전력망 확충이 정책적 핵심 이슈로 떠올라 원전·화석연료 사용 확대 논의가 본격화하고 기존에 규제 대상이던 빅테크가 국가전략 파트너로 등장하면서, 미 행정부의 거중조정 역할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kjihn@yna.co.kr
<연합뉴스>
2026-01-02 10:5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