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타자의 모습 사라져 괴로웠다" 거의 10억을 포기했다…탈잠실 효과 사실일까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거의 10억원을 넘는 보장 조건을 포기했다. 오직 딱 하나.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을 위해서. 명분은 있는데, 정말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SSG 랜더스는 5일 오후 외야수 김재환과의 다년 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했다. 4년전 두산 베어스와의 FA 계약 체결 당시, 양측 합의 하에 옵트 아웃 조항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유 계약 선수로 풀린 김재환은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 모두와 협상이 가능한 상태였다.
보류 명단에서 제외된 후 SSG는 검토를 끝낸 후 김재환 측에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지난 3일 김재현 단장과 김재환의 에이전트가 만나 본격 논의를 나눴고, 최종 결정까지 급속도로 진전됐다. 김재환이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방문해 사인하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김재환은 계약이 발표된 후 거의 사용하지 않던 자신의 SNS에 팬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재환은 "제 선택을 두고 많은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팬분들이 보내주신 모든 말씀과 질책을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기대에 어긋난 모습과 선택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며 두산과의 다년 계약 체결 대신 타구단 이적을 택한 자신을 향해 실망감을 표출한 두산팬들에게 고개 숙였다.
김재환이 시장에 나가는 순간, 두산팬들이 갖게 될 반감은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차라리 일반 FA 자격으로 타팀에 이적했다면, 절대 이런 반응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상금도, 보상 선수도 없이 자신과 다년 계약을 하고싶어하는 친정팀을 뿌리쳤다는 사실에 팬들의 분노도 함께 터져나왔다.
그런데 다소 의외인 부분도 있다. 계약 조건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두산이 김재환 측과 마지막까지 조율하던 다년 계약의 조건은 2 1년 30억 규모였다. 그런데 SSG와 계약한 조건은 2년에 보장 금액 16억, 인센티브 6억원 규모다. 인센티브 획득을 위한 옵션 달성 요건은 상당히 까다로운 난이도로 파악된다. 사실상 김재환은 거의 10억원에 가까운 '보장 금액'을 포기하고, 도전 자체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이다.
팬들에게 남긴 메시지에서도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김재환은 "두산에서 보낸 지난 몇 년동안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홈런 타자의 모습이 사라진 저를 안타까워해주시는 분들을 마주할 마다 마음이 무거웠고, 제 자신에게 실마한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라면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지만, 열심히만으로는 결과를 바꾸기 어려운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끝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도전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라고 결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지난 수년간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에 사로잡혀있던 김재환이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자신의 나이를 고려해, 정말 마지막 기회를 다른 환경 속에서 만들어보고싶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마침 빈약한 타격이 약점이었던 SSG가 김재환과 서로 조건 조율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 만약 SSG의 타선 뎁스가 더 두꺼웠다면, 김재환 영입에 굳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구장에 따른 성적 차이는 어느정도 존재하지만, 모든 선수에게 100%의 확률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김재환의 팀 동료 중 잠실을 떠나 흔히 말하는 '타자친화형 구장'으로 옮겨갔던 오재일이나 최주환의 사례를 봐도 장타율이나 홈런 개수가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 않았다.
잠실야구장에 유독 홈에서 외야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멀고, 실제 타석에 섰을때 받는 웅장함과 위압감이 대단한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잠실구장의 형태 특성상 오히려 타석에서 집중력이 더 살아난다고 이야기 하는 타자들도 있다.
그러나 김재환은 일단 자기 스스로 강하게 압박받던 가장 큰 환경적 요인으로부터의 탈출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8시즌 동안 몸 담아왔던 팀을 떠나는 게 어떤 뜻인지, 어떤 후폭풍이 있을지 예상을 하면서도 그것들을 감수할만큼의 결심이 선 셈이다.
이제 결과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SSG는 이숭용 감독 체제 하에서 계속해서 '리모델링'을 외치며 젊은 유망주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고 있다. 김재환 영입을 앞두고 팀내에서 가장 격론을 펼쳤던 부분도 바로 이 팀 기조를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만약 김재환이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기회는 다시 다른 선수들이 채울 수 있는 경쟁 구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긴장감과 기대감 속에서 랜더스의 일원으로 시작하는 김재환. 그의 '탈잠실 효과'는 과연 어느정도일지 궁금해진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2025-12-06 00: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