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네. 공이 안가" 3년전 최악의 악몽, 괜히 돈 쓰는 게 아니다
[사이판(미국)=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악몽 재현은 없다. 야구 대표팀이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일찌감치 모였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은 9일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에 입국했다. 야구 대표팀은 오는 21일까지 사이판에서 1차 캠프 일정을 치른다.
참가 선수는 총 30명. 당초 발표한 국내 선수 29명(투수 16명, 야수 13명)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 송성문이 빠졌고, 해외파 중 고우석과 김혜성이 참가해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입국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전부 WBC 무대를 밟게되는 것은 아니다. 김하성, 이정후 등 해외파와 저마이 존스, 라일리 오브라이언 등 한국계 혼혈 선수들의 참가 여부까지 완벽하게 조율이 끝난 후 2월 3일까지 최종 엔트리 30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사이판 캠프는 체력 훈련과 기초 훈련이 중심이다. 1월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어가는 시기. 2월부터 실전에 가까이 다가가는 훈련이 시작되기 때문에, 1월은 조금씩 몸을 풀어야 하는 때다.
사실 이렇게 빨리 대표팀을 소집해 해외에서 캠프를 차리는 것은 다소 이례적. 연속된 WBC에서의 굴욕을 이번 대회에서는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대표팀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만큼 다른 국제 대회와 WBC는 다르다. '프리미어12'의 경우 시즌이 끝난 후 치러지고,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은 프로야구 시즌이 한창인 상황에 열린다. 그래서 선수들의 부상 우려나 체력적인 문제는 있어도 경기 감각 자체가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늘 3월에 열린 WBC는 다르다. 정규 시즌 개막 전에 열리는 대회이다보니 선수들 입장에서는 실전 감각을 평소보다 훨씬 더 빨리 끌어올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겪어보기 전에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던 선수들도 막상 WBC를 치러보면 어려움을 느끼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 야구 대표팀은 가장 최근 열렸던 2023년 WBC 대회에서 이 부분을 혹독하게 겪었다. 당시 야구 대표팀은 각 소속팀 캠프를 치르다가, 2월 중순 미국 애리조나에서 모여 기본적인 호흡을 맞추고 2월말 일본 오키나와로 다시 이동해 실전에 돌입했다.
그런데 미국 캠프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예상보다 더딘 속도로 '몸이 안올라온' 선수들도 있었고, 하필 애리조나가 기후 이변으로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정상적으로 몸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굉장히 당혹스러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당시 관계자들도 "큰일났다. 투수들 공이 안간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큰 대회를 앞두고 있어 이런 걱정을 입밖에 꺼내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실제 걱정은 현실이 됐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는데, 투수들의 컨디션 난조가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봤다.
이번 사이판 캠프를 앞두고 대표팀 류지현 감독이 "1차 캠프는 투수들이 주가 될 것이다. 여기서 몸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오키나와 2차 캠프와 본선까지의 컨디션이 결정된다"고 강조한 것 역시, 이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한국은 비교적 강한 타선과 비교해, 투수력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꼽힌다. 좋은 자원들이 있지만, 최근 국제 대회에서 제구 난조에 시달려왔다. 또 국내파 선수들은 이미 ABS에 적응이 된 상태에서, 다시 주심이 존을 판정하는 WBC는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부분도 크다. 지난해 11월 일본과 치른 평가전에서도 존 적응에 대한 과제를 확인한 선수들이다.
사이판(미국)=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2026-01-10 00: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