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앞에 놓인 세가지 갈림길, 토트넘 잔류-오일머니-옛 스승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다."
지난 쿠웨이트와의 축구 A매치 후 '캡틴' 손흥민(33·토트넘)의 말이었다. 2015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잉글랜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10년간 팀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토트넘 역사상 6번째로 많은 454경기에 출전해, 5번째로 많은 173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푸스카스상 등 숱한 개인상에도 웃지 못했던 손흥민은 마침내 화룡정점을 찍었다.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토트넘에 17년 만의 우승, 41년 만의 유럽 대회 우승을 안긴 손흥민은 자타공인 토트넘의 레전드로 올라섰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손흥민은 올 여름, 선택의 기로에 섰다. 영국 언론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손흥민은 2024~2025시즌 리그에서 7골에 머물렀다. 2016~2017시즌 이후 이어온 두자릿수 득점 기록이 9시즌만에 마감됐다. 부상까지 겹치며, 세월의 무게를 실감했다. 손쉽게 될 줄 알았던 재계약도 난항을 겪었다. 지난 1월, 2021년 재계약을 하며 넣었던 1년 연장 옵션을 발효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기간은 2026년 6월말까지다.
'언터처블'이었던 손흥민의 토트넘 내 입지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17위에 머문 토트넘이 이제 새판을 짜야 한다'는 여론이 이어지며, '핵심' 손흥민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겼다. 토트넘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고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데려오며, 변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손흥민의 포지션에 뛰는 마티스 텔을 완전 영입한데 이어, 브라이언 음뵈모(브렌트포드)도 노리고 있다.
때마침 손흥민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적극적이다. 당연히 '아시아 최고 스타' 손흥민은 영입 1순위다. 2023년 여름부터 손흥민을 원했던 사우디의 구애는 더욱 거세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고 있는 알 나스르를 비롯해, '사우디 최강' 알 힐랄, 알 이티하드 등이 오일달러를 앞세워 손흥민을 흔들고 있다. 선수 커리어의 황혼기에 접어든만큼,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최근에는 튀르키예까지 나섰다. 과거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었던 조제 무리뉴 감독의 페네르바체가 손흥민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다. 튀르키예 언론은 '손흥민과 무리뉴 감독이 이미 접촉했다'며 '세후 연봉 1200만유로라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 시절 손흥민의 득점력을 극대화시켰고, "손흥민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할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랭크 감독은 아직 손흥민의 활용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여전한 기량을 갖고 있는만큼, 팀의 중심으로 활용할 수 있다. 냉정히 토트넘에 손흥민을 능가하는 선수는 없다. 올 여름 정리할 경우, 이적료를 벌어들일 수 있지만,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손흥민의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당장 내한 경기도 있다.
토트넘 잔류, 사우디, 튀르키예라는 세가지 선택지 앞에선 손흥민,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5-06-16 17:0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