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고 첫 스타팅, 그런데 "내일 그만둔다" 생각했다고?…'2위 추격' 불씨도 함께 살아났다
[장충=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솔직히 많이 긴장했어요."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 우리WON과의 경기를 앞두고 '악재'를 하나 이야기했다.
권 감독은 "정민수 선수가 현대캐피탈전에서 손가락을 부딪쳐서 좋지 않다. 장지원(25)이 나온다"라며 "오늘 하루만 결장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민수 이탈이 아쉽긴 했지만, 장지원 역시 기량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10월 상무에서 전역한 만큼, 선수들과의 호흡을 걱정할 따름이었다. 권 감독은 "(장)지원이가 연습을 리드하면서 잘한다. 그래도 (정)민수가 비시즌 때 선수단과 호흡을 했었다. 지원이는 상무 제대하고 온 거라 실력은 있지만, 시즌 때 열심히 호흡한 선수를 뛰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원이도 실력은 뒤처지지 않는다고 본다. 걱정되는 건 오랜만에 스타팅에 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감독의 기대처럼 장지원은 한국전력의 수비 라인을 탄탄하게 지켰다. 우리카드의 강한 서브를 견뎠고, 파워있는 공격력 또한 건져올렸다. 리시브 효율 40%가 나왔고, 16개의 디그 중 12개를 성공시켰다.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감을 찾았던 모습.
장지원이 정민수의 공백을 지우면서 한국전력은 세트스코어 3대1로 우리카드를 꺾었다. 승점 3점을 온전히 얻은 한국전력은 15승11패 승점 43점으로 2위 대한항공 점보스(16승8패 승점 47점)를 승점 4점 차로 따라붙었다.
경기를 마친 뒤 장지원은 "솔직히 많이 긴장했다. 2년 만에 선발로 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시점이었던 거 같다. (정)민수 형이 다쳐서 선발로 나갔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권 감독은 장지원 이야기에 "(장)지원이 실력을 아는데 실력만큼은 못 했다. 긴장을 한 거 같다"고 냉정한 평가를 했다. 그러나 이내 "그래도 80점을 주고 싶다. 20점은 긴장을 했던 거 같다. 스타팅으로 들어가서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다"고 다독였다.
장지원은 조금 더 박한 점수를 스스로에게 줬다. 그는 "5~60점을 주고 싶다"라며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초반에 긴장하다보니 리시브가 흔들렸다. 그것 때문에 연결 부분에서 아쉬웠다.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후반으로 가면서 좋았던 부분에 대해 그는 "남자로 태어났는데 '내일 배구를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했다"라며 "오히려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실수가 많더라. 부모님께서도 '편하게 하라'고 많이 해주신다. 그렇다고 간절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장지원의 각성에 한국전력은 2위 추격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권 감독은 역시 "오늘이 중요했다. 우리카드에게 그동안 약했다. 우리카드 선수들이 서브도 강하고 공격력도 좋다. 오늘도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 대한항공 경기는 부담없이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상무 생활에 대해서는 "저녁에 개인 운동을 많이 했다. 공이 리그와 달라서 감각적인 면에서 불편하긴 했지만, 운 좋게 대표팀에 뽑혀서 좋은 훈련도 많이 하고 많이 배웠다"고 돌아봤다.
병역도 해결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프로 선수로서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장지원은 "나도 언젠가 민수 형을 넘어서 메인이 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장충=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2026-02-03 05: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