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이정현 내가 막는다!" 허 훈 충격적 파이널 '출사표'. 소노 이정현, DB 이선 알바노와 다를까?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이정현을 내가 막아야 한다!"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단순한 출사표가 아니다. 이번 파이널 시리즈를 좌우할 핵심이 담겨져 있다.
부산 KCC 에이스 허훈의 파이널 각오다.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다.
수많은 파이널의 변수들이 함축된 말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기 때문이다.
일단 배경을 살펴보자.
고양 소노와 부산 KCC. 올 시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두 팀이다.
정규리그 5위(소노)와 6위(KCC)가 맞붙는 첫 파이널이다.
두 팀은 반전이 연속이었다. 소노는 4라운드까지 6강 진출도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시즌 막판 파죽의 10연승을 달리면서 5위로 6강에 진출했다. '소노의 봄'은 강력했다.
6강에서 서울 SK, 4강에서 정규리그 1위 LG를 모두 3전 전승으로 셧아웃 시켰다. 6전 전승의 파죽 지세다.
부산 KCC의 반전도 극적이다. 정규리그 '슈퍼팀'에서 '슈퍼마켓 팀'이라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허훈 허웅 최준용 송교창 숀 롱의 '빅5'는 완전치 않았다. 부상으로 인한 이탈이 빈번했고, 정규리그 5명의 선수가 호흡을 맞출 때보다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6강에 진출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력이 우려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KCC의 재능농구는 '단기전'에서 강력한 임팩트를 발휘했다. 최준용과 송교창은 리그 최고 포워드의 위상을 회복. 허훈과 숀 롱의 2대2는 알고도 막지 못했다. 특히, 에이스 허훈은 6강 이선 알바노와의 '사석작전' 등 강렬한 '희생농구'로 빅5의 케미스트리를 완벽하게 조율했다. 결국 KCC는 6강 원주 DB전 3전전승, 4강 안양 정관장 시리즈를 3승1패로 마무리했다.
양팀의 공통점은 많다. 시즌 막판 강렬한 반전. 그리고 경기를 치를수록 경기력이 강력해진다.
그 중심에는 팀의 메인 볼 핸들러 이정현(소노)과 허훈(KCC)이 있다. 현역 최고의 가드진이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
허훈의 단기전 현실 인식은 냉철하다. 그가 "이정현을 내가 막아야 한다"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대 팀의 공격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팀동료의 분발을 촉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소노는 빅3가 강렬하다. 이정현과 함께 케빈 켐바오, 네이선 나이트가 있다. 상황에 따라 3명의 선수가 돌아가면서 상대 팀의 약점을 공략한다. 그 중심은 이정현이다.
이정현과 나이트(혹은 강지훈 혹은 정희재)의 픽 앤 롤로 상대 수비를 흐트러뜨리고 좌우 코너에 배치된 임동섭 강지훈 정희재가 3점포를 터뜨린다. 소노 3점슛의 핵심 루트다. 이정현의 높은 위치(하이 픽)에서 2대2 공격이 시발점이다. 켐바오도 가능하지만, 이정현에 비해 불안함이 있다. 즉, 허훈이 이정현을 밀착마크, 켐바오의 2대2 비중이 많아진다는 것은 미세하게 소노의 공격 시스템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즉, KCC 수비 스킴(Schemes·경기 운영의 설계도)의 핵심은 이정현 봉쇄다. 허훈의 발언은 이 부분의 핵심과 밀착해 있다.
이미 6강 시리즈에서 허훈은 DB 에이스 이선 알바노의 수비에 올인, '사석 작전'을 쓴 바 있다. 결국 허훈의 의도는 통했고, 핵심 공격 루트가 막힌 DB는 허무하게 시리즈를 내줬다.
허훈의 '논개 작전'은 KCC의 불안한 팀 케미스트리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효과도 있다. 파이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다. 누가 어떤 득점을 어떻게 하든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허훈은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허훈의 수비를 하지만, KCC는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선수는 많다. 송교창과 허웅이 볼 핸들러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허 훈의 핸들링보다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단, 허훈이 이정현을 타격, 소노 공격 시스템을 흐트러뜨리면서, KCC의 공격 효율이 약간 떨어지는 부분이 코트 득실 마진에서 KCC에서 이득이 될 수 있다. 이런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단, DB와의 6강전처럼 허훈의 의도대로 흘러갈 지는 의문이다. 소노 손창환 감독과 이정현은 이 부분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DB가 알바노가 막히면서 플랜 B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면, 소노는 더욱 풍부한 플랜 B를 가동할 수 있다. 2대2 공격 시, 스크린을 더욱 강화하면서, 허훈을 견제할 수도 있고, 이정현을 미끼로 쓰면서 다른 공격 루트를 찾을 수도 있다. 또는 세트 오펜스가 아닌 트랜지션을 조직적으로 더욱 강화하면서 허훈의 '사석작전'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 소노는 확실히 6강, 4강에서 폭발적 트랜지션을 바탕으로 폭발적 3점포를 터뜨렸고, 승리의 기폭제가 됐다. 과연, 허훈의 '선전포고'는 어떻게 될까, 파이널을 관통하는 핵심 변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2026-05-03 13:3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