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크로스 날리던 '용언니' 이용, 39세에 현역은퇴, "부끄럽지 않은 축구인 되겠다"…울산 코치로 축구인생 2막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부메람 크로스를 날리던 전 국가대표 풀백 이용이 서른아홉의 나이로 축구화를 벗고 제2의 축구인생의 막을 열었다.
이용은 31일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울산 HD 김현석호에 코치로 합류한다는 발표가 난 이후로 그간 하지 못했던 말을 팬들에게 전했다.
"선수로서의 시간을 마무리하며 어떤 말을 남겨야 할지 오래 고민했다. 화려한 말보다, 내 축구인생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운을 뗀 이용은 "나는 늘 눈에 띄는 선수라기보단 필요한 자리에 묵묵히 서 있는 선수가 되고자 했다. 팀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고, 후배들이 주저할 때 먼저 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원FC에서의 시간은 제게 축구를 '하는 법'보다 (축구를)'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배운 시간이었다. 경기 하나에 따르는 책임과 유니폼이 가진 무게, 그리고 팬과 프론트의 신뢰가 선수 한 사람을 어떻게 단단하게 만드는지 저는 이 팀에서 배웠다"며 "그래서 2025시즌의 결과는 선수로서, 그리고 이 팀의 일원으로서 마음에 오래 남는다. 끝까지 함께 책임지고 싶었고, 그라운드 안에서 더 버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는 점이 제게는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2010년 울산에서 프로데뷔한 이용은 전북 현대(2017~2022년)를 거쳐 2022년부터 올해까지 수원FC 측면을 책임졌다. K리그 1, 2부를 통틀어 총 402경기를 뛰어 5골 41도움을 남겼다. 수원FC가 아쉽게 2부 강등 고배를 마신 부천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현역 마지막 경기로 남았다.
이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이 경험 역시 제 축구 인생의 일부로 온전히 안고 가려 한다"며 "이제 저는 그라운드 안에서 뛰는 사람에서 그라운드를 읽고 준비하는 사람으로 역할을 바꾸려 한다. 선수 시절 쌓아온 경험과 태도, 그리고 수원FC에서 배운 이 시간들을 앞으로는 선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선수를 오래 쓰일 수 있게 만드는 축구로 이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현석 감독, 곽태휘 수석코치 등과 함께 울산의 2026시즌 반등을 이끌어야 하는 이용은 "지도자의 길은 선수의 길보다 더 오래, 더 무겁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단단하게 준비하려 한다. 언젠가 다른 위치에서, 다른 책임으로 그라운드에 서게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축구인으로 성장해 있겠다. 수원FC, 전북 현대, 울산 HD 선수 시절 받았던 사랑 잊지않고 간직하겠다!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도, 증명해 나가겠다"라고 글을 마쳤다.
이용은 울산 시절이던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전북에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K리그1 5연패에 일조했다. 2020년엔 코리아컵도 들어올렸다. 2013년, 2018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K리그1 베스트11에 뽑히는 등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았다.
27세의 늦은 나이인 2013년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이용은 대략 10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2018년 러시아월드컵, 2019년 아시안컵 등 굵직한 대회에서 한국의 오른쪽 측면을 책임졌다. A매치 기록은 57경기다.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2025-12-31 12:4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