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파드의 배신?" 꺾이지 않는 양민혁 "실패해도 도전,성공할때까지 도전! 손흥민X이강인 형의 길 따라갈것, 월드컵 꿈 포기 못해"[단독X코번트리 현지 인터뷰]
[코번트리(영국)=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 '대한민국 대표 크랙' 양민혁(20·코번트리 시티)의 내공은 단단했다. 토트넘행 비행기에 오른 지 1년 반, 올해 1월 코번트리로 임대된 지 어느덧 4개월이 흘렀다. 코번트리는 우승 초읽기지만, 그의 시간은 아직 더디다. 경기장 20분 거리 레밍턴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는 그는 영어도, 운전도 능숙했다. 말간 얼굴의 소년이 어른이 된 시간. "여기 와서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코번트리 시티-셰필드 웬즈데이전이 열린 지난 11일(한국시각) 코번트리 CBS 아레나엔 역대 최다관중 3만1647명이 운집했다. 승리시 25년 만의 1부행, 조기 승격이 확정되는 경기, 이미 강등된 최하위 팀을 상대로 0대0으로 비기며, 축포를 미뤘다. 경기 내내 "컴온!(제발!)"을 외치던 옆자리 영국인이 "'코리안 보이'가 나왔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2024년 12월 토트넘으로 이적한 '코리안 보이' 양민혁은 이번 시즌 포츠머스에서 리그 15경기 3골-1도움을 올린 후 지난 1월 코번트리 재임대를 택했다. 그러나 2월 8일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전 종료 직전 투입 이후 두 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코번트리행을 결심한 건 '첼시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직접 보낸 러브콜 때문이었다. 양민혁은 "포츠머스에서 마지막쯤엔 잘했지만 원하는 만큼 뛰지 못해 만족스럽진 않았다. 물론 코번트리에 와보니 '그 정도도 괜찮았나' 싶지만" 했다. "램파드 감독님이 '너같은 윙어가 필요하다'시며 '파이널 서드에서 창의적인 플레이 능력'을 좋게 보셨다. 작년 여름에도 임대 이야기가 있었는데 겨울에 또 제의해주신 부분도 있었다"면서 "'팀이 좋은 순위에 있어서 네가 오면 공격적인 위치에서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다'는 제안에 이끌렸다"고 돌아봤다.
결과적으로 양민혁은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못했다. '램파드의 배신일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그는 "감독 입장에선 팀이 승격을 앞둔 상황에선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감독님이 저를 원하셔서 영입했기 때문에 못 뛰는 건 아쉽지만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램파드 감독에 대해 "좋은 분이지만 냉정하다"고 평했다. "선택에서 냉정한 것뿐이고 내겐 무척 잘해주시고 훈련장에서 열정적으로 코칭해주신다"고도 했다.
우려와 아쉬움 속에 정작 양민혁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경기만 못 뛸 뿐 지금 선두이기도 하고 챔피언십에 있을 팀이 아니다. 선수 퀄리티도 좋고 시설, 환경도 1부 리그 못지 않다. 계속 훈련하고 있고, 많이 배우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는 것이고 열심히 해서 보여주는 수밖엔 없다." 보완점도 분명히 짚었다. "윙어는 1대1 돌파가 중요하다. 나도 한국에선 돌파형 선수였지만, 여기선 피지컬과 경기 템포가 더 필요하다. 코번트리의 윙어들이 출중하다. 경쟁하면서 많이 배운다. 개인 훈련도 병행하며 피지컬과 돌파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매일매일이 적응과 도전, 경쟁과 증명의 연속이다. 강릉제일고 시절인 2024년 준프로로 강원FC 입단 후 K리그1 영플레이어상, 베스트11, 국가대표, 토트넘행까지 승승장구 '꽃길'만 걸었던 '월반 우등생'에게 임대도, 벤치도 시련이다. "한국에선 못 느꼈는데 벤치 선수들의 고충도 알게 됐다. 경기 못 뛴 선수들은 다음날 훈련도 엄청 힘들고, 경기 못뛰어서 속상한데 원정을 다 따라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몸도 마음도 잘 관리해서 기회가 왔을 때 꼭 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프로 첫 1년은 정말 행복했다. 해외에서 처음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중인데 이 시련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 오직 미래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며 웃었다. '그래도 잉글랜드 아니냐'라고 하자 양민혁은 "그렇죠!" 맞장구쳤다. 이 도전을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이걸 극복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선배 손흥민이 15년 만에 들어올린 우승컵을 임대 4개월 만에 들어올릴 가능성을 언급하자 양민혁은 "팀 선택 전에 그런 점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면서도 "우승 경험이 중요하지만 선수로서 팀에 기여하고 우승했으면 더 좋았을 것같다. 나중엔 제가 기여해서 우승컵을 한번 더 들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2006년생 양민혁의 성장은 곧 한국 축구의 성장이다. "나이가 어린 만큼 '시간은 내 편'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 에이전트 선생님 등 좋은 어른들이 잘 잡아주신다. 가족들에게도 꼭 보답하고 싶다. (손)흥민이 형처럼 해외에서 10년, 20년 내다보고 축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골을 넣을 때나 경기에 나오지 않을 때면 수시로 연락해 후배들의 근황을 살피는 '선배' 손흥민, 이강인의 길은 그에게 용기이자 가야할 길이다. "그 길을 따라 걷고 싶고,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고 한국을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에서 해외로 나온 좋은 사례인 만큼 내가 잘해야 후배들도 더 나오고, 대한민국이 축구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팬들도 알 수 있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북중미월드컵의 해, 목표 또한 분명했다. "대표팀은 늘 소속팀서 좋은 활약을 할 때 선택을 받았다. 월드컵을 목표로 하는 시점에 당연히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3월 U-23 대표팀 소집 때 경기를 다 뛰었고, 몸 상태도 좋았다.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했다. "무조건 월드컵이 목표다. 아직까진 아무도 모른다. 이 나이에 월드컵 무대는 엄청난 자산이자 성장의 기회다. 포기하지 않고 준비 중이다. 부름을 받게 된다면 형들을 도와 대한민국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내 모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대 나온 코번트리는 1부 승격을 앞뒀고, 돌아가야 할 소속팀 토트넘은 2부 강등을 걱정하는 얄궂은 시즌, 양민혁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토트넘과 일단 미팅을 해봐야 한다", "잉글랜드에 한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 속 확실한 선택의 기준은 이번에도 "축구의 성장과 뛸 수 있는 곳"이다.
16일 스무 살 생일을 맞은 재능 충만 '꽃봉오리' 청춘의 미래, 예단도 속단도 재단도 금물이다. 축구 청춘을 키우는 건 8할이 바람. 꺾이지 않는 양민혁이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절대 도전은 두렵지 않아요. 언제까지나 도전할 거예요.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성공할 때까지 계속 도전할 거예요." 코번트리(영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6-04-17 01:2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