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데뷔전 어땠나? 측면서 차이 만든 '수원표 정효볼', 그보다 빛난 에너지 레벨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수원표 '정효볼'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수원 삼성은 지난달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6' 1라운드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승격을 위해 제대로 칼을 간 수원은 개막전부터 또 다른 승격후보 이랜드를 꺾으며 기분 좋은 첫 걸음을 했다.
이날은 이정효 감독의 수원 데뷔전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수원은 광주FC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리며 'K리그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오른 이정효 감독을 전격 선임했다. 최고 대우를 약속한 것은 물론 이 감독이 요구했던 사단 동행도 모두 받아들일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선수 영입에도 열을 올렸다. 지난 시즌 K리그1 베스트11에 빛나는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를 비롯해, '이정효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정호연과 헤이스, '국대 골키퍼' 김준홍, K리그2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박현빈, 페신 등을 차례로 영입했다. 이미 K리그2 최고 수준이었던 전력을 더욱 업그레이드했다. '승격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감독이 겨우내 바꿔낸 수원의 모습에 모든 눈과 귀가 쏠렸다. K리그2 경기였음에도 무려 40여명의 취재진이 찾았다. 경기장은 난리였다. K리그2 역대 최다 관중인 2만4071명이 빅버드에 운집했다. 이정효식 수원을 보기 위해서였다. 경기 전 만난 이 감독은 "오랜만에 푹잤다. 6만2000명이 모인 알 힐랄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7골이나 먹어봐서 그런지 긴장은 안된다"고 했다.
이 감독은 4-3-3 카드를 꺼냈다. 일류첸코를 최전방에 두고 헤이스와 강성진을 좌우에 뒀다. 중원에는 '신예' 김성주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그 아래 김민우와 박현빈이 포진했다. 포백은 박대원-송주훈-홍정호-이건희가 이뤘고, 골문은 김준홍이 지켰다. 김성주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이 감독은 "김성주는 울산에서 뛰는 이희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공격형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 가짜 9번까지 설 수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아직 완성도는 50~60% 정도에 불과하지만, 눈에 띄는 특징은 있었다. 측면 활용이었다. 이 감독은 측면 공격수인 헤이스와 강성진을 사이드 라인에 바짝 붙였다. 풀백 역시 광주 시절 자주 썼던 인버티드 형태나 언더래핑 등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 대신 측면 플레이를 강조했다. 일류첸코까지 내려와 측면 숫자를 늘렸고, 상대 센터백을 끌어내려고 했다. 이날 이랜드는 3-4-3 카드를 꺼냈는데, 수비시에는 5-4-1 형태로 섰다. 수원은 이랜드 수비를 깨기 위해 집요할 정도로 이 패턴을 반복했다.
이렇게 한쪽 측면을 열면 반대쪽에서 파고드는 공격수들에게 연결하는게 핵심이었다. 기동력이 좋은 김성주를 중앙에 배치한 이유였다. 김성주는 시종 박스 안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반대 전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기대만큼 찬스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시즌 내내 마주해야할 밀집수비를 타파하기 위한 이 감독의 해법을 읽을 수는 있었다. 이날 강현묵의 결승골 장면 역시 측면을 허문 뒤 컷백을 통해 만들어냈다.
전술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더 큰 인상을 남긴 것은 에너지 레벨이었다. 수원 선수들은 시종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볐다. 전반은 이랜드도 대등하게 싸웠지만, 후반 체력이 떨어진 이후 크게 밀리기 시작했다. 특히 후반 중반 4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투입된 후에는 이랜드를 가둬두고 때렸다.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데다 개인기량까지 좋으니 이랜드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이 감독은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태도적인 부분에서는 분명 좋아지고 있다. 기분 좋은 승리"라고 미소 지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6-03-02 06:4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