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인기' 무리뉴, 이탈리아 대표팀 지휘봉 잡을 뻔...위약금 부폰 반대로 '무산'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조제 무리뉴 감독이 이탈리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뻔 했다는 후문이다.
이탈리아는 최근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을 경질하고 '레전드' 젠나로 가투소 감독을 선임했다. 12년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이탈리아는 야심차게 이번 북중미월드컵 예선전에 나섰지만, 첫 경기부터 패했다. 스팔레티 감독은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지만, 대표팀 성적은 좋지 않았다. 재임기간 승률은 50%도 되지 않았다.
결국 칼을 빼들었다. 현역 시절 투지의 화신으로 불렸던 가투소 감독을 선임했다. 가투소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할 당시 중원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2011년 지도자의 길로 접어든 가투소 감독은 시옹(스위스) 사령탑을 시작으로 팔레르모, AC밀란, 나폴리(이상 이탈리아), 발렌시아(스페인), 마르세유(프랑스), 하이두크 스플리트 등을 지휘하다가 이탈리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협회 회장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가투소 감독은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이다. 대표팀 유니폼은 가투소 감독에게 '제2의 피부'와도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투소 감독의 동기부여, 열정, 프로 정신, 경험 등은 앞으로 대표팀이 맞닥뜨려야 할 다음 도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가투소 감독은 우리 목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이번 도전을 수락한 가투소 감독의 각오와 헌신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가투소 감독이 선임되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20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이탈리아 축구협회가 스팔레티 감독의 후임으로 생각한 첫번째 후보는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였다. 레스터시티 우승이라는 동화를 쓴 '명장' 라니에리 감독은 당초 은퇴를 선언했지만, 2024~2025시즌 AS로마의 끈질긴 설득에 복귀를 택했다. 마법이 일어났다. 10위권에 허덕이던 AS로마를 바꾸며, 유로파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이탈리아 대표팀이 다시 한번 라니에리 감독의 마법에 기대를 걸었지만, 라니에리 감독은 더이상 감독직을 원치 않았다. 로마 경영진으로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제안을 받은 것은 나에게 큰 영광이지만, 나는 로마 경영진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해서 이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라니에리에게 거절 당한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다음 선택은 무리뉴였다. 무리뉴 감독은 최근 내리막을 타고 있지만, 여전한 스타성과 실력을 자랑한다. 인터밀란에서 트레블을 이끌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의 선임을 지지한 것은 이탈리아의 스폰서 아디다스였다.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2023년부터 이탈리아를 스폰해왔는데,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스타가 필요했다. 그게 무리뉴 감독이었다. 아디다스는 무리뉴 감독을 선임할 경우, 추가 지원을 해줄 의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무리뉴 카드는 무산됐다. 두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일단 무리뉴의 현 소속팀인 페네르바체가 너무 큰 위약금을 요구했다. 이탈리아 축구협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또 하나는 현재 이탈리아 대표팀의 단장인 '레전드 GK' 잔루이지 부폰이었다. 부폰은 이탈리아 부활을 위해서는 2006년 월드컵 우승 영울 중 한명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부폰은 독일월드컵 당시 호흡을 맞춘 가투소 감독을 택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5-06-21 00:4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