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장애인체육의 미래와 희망'19세 미소천사 김윤지 "나답게 무브는 도전!'꿀잼'노르딕스키 더 많이 '도전'해주세요"[나답게무브X진심인터뷰]
[부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오늘 계영이 '나답게 무브'였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지난해 체전 MVP' 김윤지(19·한체대·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부산전국장애인체전 수영 단체전 종목인 여자 계영에서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건 후 반달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김윤지는 지난 3일 부산 사직수영장에서 펼쳐진 대회 여자 34POINT 계영 400m에서 서울 선발로 나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체장애 4명 영자의 장애등급 합산 포인트 34점 이하로 팀을 꾸리는 단체전 종목. 서울은 일부 선수의 이탈로 상대적으로 중증인 S6등급 김윤지와 김기숙(70), S8등급 김경숙(59), S9등급 서미경(55)으로 팀을 구성했다.(스포츠 등급은 숫자가 작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하다.) 서울 영자 4명의 장애등급을 다 합쳐도 29포인트로 불리한 상황, '막내 에이스' 김윤지가 스타트를 준비하는 '왕언니'들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외쳤다. 각자가 맡은 100m 구간에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승부했다. 세 번째 영자 김윤지가 프로펠러처럼 힘찬 스트로크로 거리를 벌린 직후 '70세의 앵커' 김기숙이 마지막, 혼신의 역영을 펼쳤다. '34포인트' 충북의 막판 추격을 0.43초 차로 뿌리치고 2위로 터치패드를 찍는 순간, 서울 팀은 뜨겁게 환호했다. 나이, 장애유형, 상황에 굴하지 않은 '원팀'이 보여준 '나답게 무브', 금메달보다 빛난 은메달이었다.
나답게 MOVE'는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지난 6월 시작한 캠페인이다. 장애 유형, 장애 정도 등 다양한 장애인체육의 특성을 반영해 각자에게 맞는 나만의 움직임, '나답게 움직인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계엔 수영, 동계엔 노르딕스키 선수로 활약하는 2006년생 김윤지는 대한민국 장애인체육의 현재이자 미래다. 2022년 장애인체전에서는 동·하계 모두 신인선수상을 휩쓸었고, 2023년 동계체전 MVP에 이어 지난해 하계체전 MVP에 오르며 사상 최초로 동·하계 대회 신인상과 MVP를 모두 수상했다. 중3 때 입문한 '철인 종목' 노르딕스키서도 매시즌 폭풍성장중이다. 지난 3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노르딕스키 세계선수권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좌식 스프린트에서 3분04초35의 기록으로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내년 밀라노동계패럴림픽 첫 도전을 앞두고 대관령에서 지상 훈련 중 체전에 출전한 김윤지는 6개 종목(자유형 50m, 자유형 100m, 접영 50m, 계영 400m, 혼계영 400m, 혼성계영 200m)에 나서 금메달 5개(시범 2종목), 은메달 1개를 휩쓸었다. "수영 훈련은 거의 못하고 와서 노르딕스키처럼 힘으로 밀어붙였다"며 웃었다. "대회에 나가면 남녀노소, 선천적 장애, 후천적 장애, 다양한 장애유형이 있다. 누가 뭐라 하든 끝까지 자기만의 성취를 이뤄가는 모습이 '나답게 무브'라고 생각한다. 우리 계영 멤버들도 그랬다. 모두 한마음으로 즐겁게 임했고, 개인보다 팀을 위해 열심히 했다"고면서 "기록을 떠나 서울 선발의 팀플레이가 감동이었다. 작년 계영 멤버 한분이 등급이 안나왔고, 한분은 다쳐서 못나왔는데 새 멤버 4명이 각자 너무나 열심히, 끝까지 노력해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윤지에게 '나답게 무브'란?"이란 질문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도전"이라고 답했다. "수영은 언제 시작했는지 생각도 안난다. 눈 떠보니 수영을 하고 있더라"고 했다. "2014년 여덟 살 때 첫 대회에 나갔다. 쌍둥이 최사라·길라 언니(시각장애)가 인터뷰 하는 걸 보며 신기했던 기억도 난다"더니 "운동 없는 삶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는 스포츠와 함께 성장했다. 도전하고 시도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운동을 하면 성취감이 생기고 자존감도 올라간다. 운동은 내 자신감의 원동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츠를 통해 도전하고 이기고 지는 과정이 정말 좋다. 시도해보고 안하는 것과 그냥 안하는 건 큰 차이다. 실패하더라도 일단 시도해봐야 배우는 것도 있다. 한번 도전하면 계속 하게 된다. 다들 더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운동선수의 재능이 있는데 도전을 안해서 놓치거나 진로를 찾지 못하면 아쉬운 일이니까"라며 '나답게 무브'를 적극 조언했다.
한체대 특수체육교육과 25학번 새내기인 '미소천사' 김윤지는 사실 자타공인 '악바리'다. 밀라노패럴림픽 '올인'을 위해 휴학중이라더니 귀엣말로 "1학기 과 수석을 했다"고 털어놨다. 국대의 승부욕과 근성, 책임감은 학업에서도 여지없이 통했다. "학생의 본분이니까, 한체대 역학실 트레드밀에서 체력 훈련을 하고 '공결'도 최대한 안하면서, 운동과 학업을 열심히 병행했다"며 웃었다. 많을 땐 하루 4시간, 60㎞ 극한 훈련을 이 악물고 오롯이 견뎌낸 그녀의 손은 온통 물집투성이였다. "밀라노패럴림픽에서 바로 입상하면 좋겠지만 첫 패럴림픽이니까 입상 여부와 상관없이 후회가 없도록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끝까지 내가 할 수 잇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윤지는 극한의 종목, 노르딕스키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선수다. "많은 분들이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큰 스포츠다. '길고 굵은' 한방이 있다. 아주 재미있고 아주 보람찬 종목"이라고 단언했다. "힘들다고 소문이 났는지 도전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정말 짜릿하고 재미있다. 연차가 쌓일수록 점점 더 힘이 붙고, 끝까지 노력하면 반드시 빛을 보는 종목"이라며 '열혈 홍보'에 나섰다. "함께 훈련하는 감독님, 코치님, (신)의현삼촌, (이)도연언니, (한)승희언니 다 너무 좋다. 노르딕스키 '무브'에도 많이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어서 막내 탈출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5-11-19 10: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