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서 만나요!" '17일의 겨울 축제' 밀라노가 남긴 것…韓 희망 밝힌 '막내즈'→외교적 성과 성과 톡톡
17일 동안 밀라노-코르티나의 하늘을 밝게 비췄던 성화가 서서히 빛을 잃었다. '쇼트트랙 전설'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의 손에서 반짝이던 성화는 추억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구촌 '겨울 축제'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7일 개막, 17일 동안 전 세계를 웃고 울게했던 동계올림픽은 23일(한국시각) 폐막식을 끝으로 작별을 고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회였다. 이번엔 사상 처음으로 '분산 개최'했다. 단일 올림픽 명칭에 두 곳의 지명이 들어갔다. 개최지의 양대 축인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는 무려 400㎞ 거리였다. 경기장을 배치한 큰 클러스터만 4곳이었다. 일부 경기장은 개막 전까지도 완공되지 않았고, 메달리스트에게 전달되는 메달은 허술하게 제작돼 '불량 메달'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열정의 불꽃까진 막을 수 없었다. 선수들의 투혼과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졌고, 그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이 쏟아졌다. '크로스컨트리 황제' 요한네스 클레보(노르웨이)는 이번 대회 6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단일 대회 최다관왕' 기록을 경신했다. 2018년 평창 3관왕, 2022년 베이징 2관왕을 묶어 무려 11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동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1위에도 랭크됐다. 젠스 반트 바우트(네덜란드)는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남자 1000m 및 1500m에서 금메달 3개를 목에 걸며 새 시대를 알렸다. 반면,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은 부상에 눈물을 흘렸다. 그는 활강에서 출발 13초 만에 오른팔이 기문에 부딪히며 중심을 잃고 설원에 나뒹굴었다. 왼쪽 다리를 크게 다쳐 4차례 수술을 받은 뒤 미국으로 귀국했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안타깝게 마무리했다.
대한민국도 크고 작은 성과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 은메달 4,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최종 13위에 자리했다. '효자종목' 쇼트트랙은 금메달 2, 은메달 3, 동메달 2개를 따내 목표를 채웠다. 설상 종목에서는 금메달 1, 은메달 1,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다. 특히 '캡틴' 최민정(성남시청)은 금메달 1, 은메달 1개를 목에 걸며 동하계올림픽 한국인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쇼트트랙 전이경(4개)과 한국 선수 동계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다만, '톱 10' 진입에는 실패하며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실감했다.
희망은 있었다. 2004년생인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막내 김길리(성남시청)도 금메달 2, 동메달 1개로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유일 '2관왕'에 올랐다. '쇼트트랙 막내' 2007년생 임종언(고양시청)도 남자 계주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목에 걸며 새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2008년생 트리오' 최가온(세화여고)은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스키 사상 첫 동계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전 세계에 감동을 안겼다. 유승은(성복고)도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피겨 스케이팅의 신지아(세화여고)는 생애 첫 올림픽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펼쳐보이며 다음을 더욱 기대케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스포츠 외교적 성과도 얻었다.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각종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집행위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한국인이 사실상 IOC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뽑힌 것은 고(故)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IOC 집행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 절차를 비롯한 주요 정책과 현안을 결정한다. 봅슬레이의 '전설' 원윤종은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8년 임기의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아테네 대회에서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했던 유승민 현 대한체육회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이로써 한국은 다시 2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게 됐다.
이탈리아에서의 미소와 눈물은 이제 프랑스에서의 환희로 이어진다. 다음 동계올림픽은 2030년 프랑스 알프스 지역에서 열린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2026-02-23 23:2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