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쓰쓰가무시병 확진 업적…이정상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유행성 출혈열에 걸리면 맨 먼저 신장(콩팥)에 이상이 생긴다. 신장과 유행성 출혈열 연구에서 선구자적 업적을 남긴 이정상(李正相) 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명예교수가 지난 8일 오후 9시33분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제자인 안규리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등이 9일 전했다. 향년 84세.
1942년 1월6일생인 고인은 서울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6∼1971년 서울대병원 인턴·내과 전공의를 거쳐 1974∼2007년 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 일했다. 1980년 국군수도병원 자문관, 1986∼1990년 서울대병원 중앙연구실장, 1991년 대한임상약리학회 감사, 1996∼1997년 대한신장학회 이사장, 1998∼2000년 서울대 의과대학장을 역임했다. 2007년 퇴직 후 동국대 일산병원 신장내과 석좌교수로 일했다.
안 명예교수에 따르면 고인은 198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렙토스피라증(괴질) 환자를 확진했고, 1986년에는 국내 환자 중 쓰쓰가무시병 환자를 '혈청학적 검사'로 처음 확진했다.
안규리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예전에는 뱀에게 물리거나 연탄가스에 중독된 이들이 콩팥이 망가진 탓에 많이 죽곤 했다"며 "고인은 콩팥과 관계된 유행성 출혈열 연구의 선구자로 사망률을 5% 이내로 끌어내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1992년 5월 '제9차 아시아신장학회'에서 우리나라 유행성 출혈열 환자가 보사부 집계의 11배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보사부는 "정부 통계는 국립보건원에서 혈청학적으로 확진된 경우만 포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를 만든 것도 고인이었다.
안 명예교수는 "고인은 우리나라 내과 태동기에 가장 중요한 의사 중 한 분"이라며 "서울대병원 신장내과를 만든 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는 홈페이지에서 "(1969년) '콜프드럼'이란 이름의 혈액투석 인공신장기는 옛 부속병원의 중5내과에 설치되어, 이정상 선생님과 '진료실' 소속원들이 병원보일러실의 목욕탕으로부터 투석액으로 쓸 물을 길어 나르며 흘린 땀과 함께 현재의 내과 인공신실과 신장내과의 뿌리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덕분에 국내에서도 급성 및 말기 신부전 환자의 콩팥에서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의학 발전사를 보면 신장학, 혈액학, 갑상선학, 관절학, 핵의학은 이문호(1922∼2004) 전 아산재단 의료원장과 고창순(1932∼2012) 전 가천의과대 총장이 만든 동위원소실에서 시작돼 세부 학과로 분화해나갔다.
이명철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서울대병원 동위원소실은 이문호, 고창순 선생이 씨를 뿌렸지만 실제로 키운 건 이정상 교수님이었다"며 "서울대 의대 학장을 지낼 때는 기초와 임상을 연계하기 위해 의대 교과과정을 혁신하고 의학교육실을 처음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오의숙(전 소아과 의사)씨와 1남1녀(이진영·이주영<소화기내과 의사>)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10일 오전 10시부터 1호실), 발인 11일 오전 10시, 장지 서울공원묘원. ☎ 02-2072-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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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6-01-09 16:5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