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결과는 사진과 전혀 달랐다"
"알고 보니 미용실 디자이너가 홍보용으로 올린 헤어모델 사진이 AI로 생성된 이미지였더라고요. 결과는 사진과 전혀 달랐습니다."
자영업자 김모(37) 씨는 지난달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헤어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 사진을 보고 청담동 유명 미용실을 찾았다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스레드 사진을 보고 청담동 헤어숍에 매직을 하러 갔는데 시술 후 모발이 심하게 손상되고 두피까지 다쳐 약을 먹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헤어 디자인 업계에서 인공지능(AI)으로 포트폴리오 이미지를 제작해 홍보하는 사례가 늘면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홍보 이미지를 믿고 찾았는데 실제 시술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불만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기만 상술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실제 시술 사례인줄 알았더니…AI 헤어모델
4일 인스타그램에서 헤어 디자이너나 미용실 계정을 검색하니 AI 헤어모델 이미지가 쏟아졌다.
시술에서 흔히 나타나는 잔머리나 손상 표현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머릿결이 지나치게 매끈하거나 인위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들이 공통적인 특징으로 언급된다.
헤어 디자인 업계에서 포트폴리오는 매우 중요한 홍보 포인트다.
소비자들은 디자이너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라온 실제 시술 사진이나 리뷰 속 '비포 앤 애프터' 이미지를 저장해 두었다가 예약 상담 시 "이 사진처럼 해주세요", "이 스타일 보고 찾아왔어요"라며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소비자와 디자이너가 시술 가능 여부와 기대치를 맞추는 기준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포트폴리오가 언젠가부터 실제 시술 결과가 아니라, AI로 생성되면서 이른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생성 이미지는 네일·메이크업·의류 쇼핑몰 등에서도 두루 활용되고 있지만, 그중 헤어 부문에서 혼란이 특히 크게 빚어진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디자이너의 숙련도와 손기술, 고객의 모발 굵기와 손상도 등 개인 조건에 따른 결과 편차가 큰 데다, 무엇보다 한 번 시술하면 쉽게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소비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로 생성된 헤어 이미지는 윤기나 볼륨, 컬의 균일도 등을 이상적으로 보정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고객의 모발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소비자의 불만이 잇따른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최모(27) 씨는 "작년 9월 디자이너 계정에 올라온 히피펌 사진을 저장해 가서 '이 스타일 보고 왔다'고 했는데, 막상 시술 후 결과는 볼륨도 없고 컬도 전혀 달랐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진 자체가 AI 이미지였다"고 밝혔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서모(26) 씨도 "지난달 SNS에 올라온 헤어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 사진을 보고 방문했다가 만족스럽지 못한 시술 결과를 받았다"며 "시술 직후 컬이 들쭉날쭉하길래 '사진처럼 왜 시술이 안 되냐'고 물었더니, '모발 상태가 달라서 그렇다'는 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스타에 올라오는 AI 모델 사진은 거의 티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고 간 사진이 AI 이미지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SNS에서도 "자기가 직접 자른 것도 아니고 AI 사진 걸어두고 하는 샵을 뭘 믿고 가서 머리를 맡겨?"(트위터 이용자 '밀**') 등의 지적이 나온다.
◇ "시간·비용 절약" vs "실제로 오인되면 기만적 광고 해당"
그러나 헤어 디자인 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강남의 한 미용실 디자이너 김모 씨는 "모델을 구하고, 시술하고, 사진 찍고, 보정까지 하려면 하루가 통째로 들어간다"며 "모델이 당일에 오지 않는 노쇼 피해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이미지로 홍보용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라며 "신규 디자이너나 오픈 초기 매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카페와 자영업자·헤어 디자이너 커뮤니티에는 "모델 섭외와 촬영, 보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AI 이미지로 주문 제작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yuj***'), "처음에는 인위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결과물을 받아보고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이용자 'yoo***') 등 후기가 달린다.
한 AI 헤어모델 제작 업체에 문의하니 "이미지 구매는 장당 2만5천 원이고 별도로 제작을 요청할 경우 5만 원"이라며 "AI로 생성된 이미지이기 때문에 별도의 초상권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효율을 따진다면 굳이 이미지 제작업체를 찾을 필요도 없어 보인다.
구글의 이미지 편집 AI 도구 '나노 바나나'에 "청순한 인상의 얼굴에 검은색 머리, 물결 펌 스타일의 헤어모델 사진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니 2분 만에 디테일이 살아있는 이미지가 뚝딱 생성됐다. SNS나 포트폴리오에서 실제 인물 사진과 함께 섞여 사용될 경우 소비자가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다.
하지만 편리함 이면에는 분쟁의 소지가 자리한다.
청담동 한 미용실 디자이너 정모 씨는 "포트폴리오 사진은 사실상 '내가 이런 시술을 해봤다'는 증명인데, AI 이미지를 그대로 올리면 소비자는 그걸 실제 결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어디까지가 참고 이미지이고 어디부터가 실제 시술 사례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기만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홍대 인근에서 일하는 헤어 디자이너 박모 씨는 "손님이 다른 숍에서 만든 AI 헤어 이미지를 가져와서 '이거랑 똑같이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며 "실제로 사람이 시술한 결과가 아니다 보니 난감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로 생성된 모델 이미지를 광고·홍보에 활용할 경우 소비자 기만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다우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소비자가 AI 이미지를 실제 시술 결과나 실제 인물로 오인해 구매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상 기만적 광고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며 "판단 기준은 오인 가능성과 그것이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말했다.
또 "AI 이미지가 특정 실존 인물을 연상시킬 경우에는 실제 사진이 아니더라도 초상권이나 퍼블리시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도 "오는 22일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기본법 제31조의 'AI 생성물 표시 의무'는 네이버·구글·오픈AI 등 인공지능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으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뷰티·미용 업계 종사자에게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뷰티 업계가 AI로 만든 가상의 결과물을 실제 시술 결과인 것처럼 게시할 경우 이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부당 표시·광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minjik@yna.co.kr
<연합뉴스>
2026-01-05 08: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