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사이버공격 악용 우려 中 기업 'IP아이디어'에 전쟁 선포
사이버공격에 흔히 악용되는 '주거 프록시 네트워크'(residential proxy network)라는 인터넷 사업 분야의 세계 1위 업체로 알려진 중국 기업 '아이피아이디어'(IPIDEA)를 상대로 구글이 전쟁을 선포했다.
사이버 위협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구글 위협 정보 그룹'은 29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구글은 전날인 28일 미국 연방법원의 명령을 근거로 아이피아이디어에 의해 조종되는 프록시 업체들과 가상사설망(VPN) 업체들의 도메인 수십 개에 대해 삭제 조치가 이뤄지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중에는 '360 프록시', '922 프록시', 'ABC 프록시', '도어 VPN', '갤리언 VPN', 'IP 2 월드', '루나 프록시', 'PIA S5 프록시', 'PY 프록시', '래디시 프록시', '탭 프록시'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각각 별도 서비스들인 것처럼 가장해왔으나, 배후에 있는 운영자들은 동일했다.
구글은 아울러 안드로이드 기기들에서 아이피아이디어 측과 연계된 앱 수백 종을 삭제하기 위한 조치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900만여대의 안드로이드 기기가 아이피아이디어의 네트워크에서 제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의 실제 IP 주소를 숨겨주는 등 역할을 하는 '프록시'에는 'ISP 프록시'와 '주거 프록시' 등 크게 2가지 방식이 있다.
전자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제공한 IP 주소를 사용하는 방식이며, 후자는 수많은 사용자들의 PC, 전화기, 미디어 플레이어 등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에 설치된 앱을 통해 라우팅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게임 등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는데 실제로는 주거 프록시용 기능이 몰래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주거 프록시 앱을 통해 수많은 기기들이 연결되면 '주거 프록시 네트워크'가 되며, 아이피아이디어와 같은 업체들은 인터넷을 익명으로 쓰려는 사용자로부터 돈을 받고 이런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권을 판매한다.
마치 에어비앤비가 제3자 소유의 숙박용 방을 빌려서 판매하는 것과 흡사한 구조지만, 에이비엔비의 경우와 달리 '주거 프록시 네트워크'에 자신의 기기를 '빌려주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만약 스마트폰에 주거 프록시용 앱이 설치됐는데 이를 모른 채 스마트폰을 직장에 들고 가서 직장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직장 네트워크에 제3자가 접속할 수 있게 된다.
해커들이 침투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경로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에 앞서 작년 7월 구글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운영자들이 인터넷에 연결된 TV, 태블릿, 프로젝터 등 안드로이드 기기 1천만여대에 주거 프록시 네트워크용 앱을 몰래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히면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 사건에 따른 법원 명령이 구글의 28일 조치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이피아이디어가 운영해온 도메인들의 삭제 조치가 이뤄지기 전인 금주 초 받은 회사 측 이메일 답장에 이 회사와 파트너들이 "비교적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들"을 구사했으며 "예를 들어 해커 포럼 등 부적절한 곳에서 판매촉진 활동을 수행했다"고 시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아이피아이디어의 주거 프록시 네트워크가 실제로 악용돼 대규모 장애를 일으킨 사례도 있다.
작년 가을에 한 해커 그룹이 아이피아이디어의 방대한 네트워크 내 수백만 대의 기기에서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으며, 이 버그를 악용해 비공식 안드로이드 TV 스트리밍 박스와 디지털 액자 등 최소 200만대의 기기를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실행했다.
이는 '킴울프'(Kimwolf) 사건으로 불린다.
구글 위협 정보 그룹의 수석 분석가인 존 헐트퀴스트는 범죄자들과 해커들이 은폐 목적으로 주거 프록시를 즐겨 이용한다며 "이는 소비자 문제이며 동시에 국가안보 문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아이피아이디어의 서비스는 인터넷을 익명으로 검색하거나 데이터를 긁어오기 위해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등 합법적 목적으로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피아이디어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22년 말부터 이 업체는 범죄 관련 시장에서 자사 서비스를 마케팅해왔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아이피아이디어의 공보 담당자는 자사 서비스를 불법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데에는 항상 반대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또 작년 가을의 킴울프 사건과 같은 네트워크 탈취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solatido@yna.co.kr
<연합뉴스>
2026-01-29 16:5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