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오른쪽)이 11일 WTT챔피언스 도하 남자단식 4강에서 '세계 2위' 중국 린시동을 상대로 승리한 후 포효파는 모습. 사진출처=WTT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결승에서 왕하오를 상대로 승리한 유승민.(현 대한체육회장) 사진=스포츠조선 DB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왕하오의 침울한 표정." "유승민 VS 왕하오 2.0버전."
11일(한국시각) '대한민국 남자탁구 에이스' 장우진(31·세아·세계 18위)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TT챔피언스 도하 남자단식 4강에서 세계 2위 '중국 톱랭커' 린시동을 게임스코어 4대2로 돌려세운 순간, 전세계 탁구 팬들과 일련의 중국 매체들은 레전드 왕하오 코치의 절망한 표정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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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오른쪽)이 11일 WTT챔피언스 도하 남자단식 4강에서 '세계 2위' 중국 린시동을 상대로 승리한 후 포효파는 모습. 사진출처=WTT
이번 대회 프랑스 에이스 알렉시스 르브렁, 일본 도가미 슌스케, '세계 5위' 스웨덴 톱랭커 트룰스 뫼레고르를 줄줄이 꺾고 4강에 올라 '만리장성 에이스' 린시동을 포어핸드, 백핸드, 서브, 랠리, 수싸움, 풋워크, 기세 모든 면에서 압도하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세계 최고의 포어핸드 장인다웠다. 장우진표 '사이다' 드라이브가 여지없이 상대 테이블을 가르는 장면은 짜릿했다. 게임 스코어 3-2에서 마주한 6게임, 벤치의 왕하오 코치는 "네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고 지시했지만 장우진의 신들린 듯한 포어드라이브에 린시동이 속수무책 당했다. 10-1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난공불락, 세계 최강 중국 톱랭커라면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스코어. 보기 드문 경이로운 경기력에 왕하오 코치가 패배를 예감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11-3, 게임스코어 4대2로 결승행을 마무리한 후 중국 매체들은 왕하오 코치의 침울한 표정에 주목했다. 중국의 국기이자 자존심인 탁구가 무너지는 모습에 성난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이후 내홍 속에 국가대표에서 조기 은퇴를 선언한 이후 지난해말 중국체육대회에서 당당히 우승한 '우주 최강' 판젠동을 다시 데려오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시나닷컴의 한 매체는 '왕하오가 눈을 감고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숙이고 낙담했다. 린시동이 깜짝 탈락하며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자 팬들이 판젠동 복귀를 요구하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썼다. '판젠동을 다시 불러오자는 팬들의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린시동의 기술과 전술로는 중국 국가대표 탁구를 이끌어가기 어렵고 왕추친 혼자 국가대표 탁구의 절반을 떠받치기는 너무 버겁다. 선수들이 늘 건강할 수도 없다. 중국 국가대표 남자탁구팀은 판젠동이 너무나도 필요했다'고 썼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에서 눈부신 포어드라이브로 왕하오를 압도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유승민.(현 대한체육회장)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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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치 못한 장우진의 압승, WTT가 공개한 영상 아래에도 전세계 탁구 팬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한 탁구팬은 '왕하오 VS 유승민 2.0버전'이라는 한줄을 달았다. 장우진의 강력한 포어드라이브가 작렬하며 린시동이 고전하는 모습에서 팬들은 22년 전인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22세 유승민의 포어핸드 드라이브와 강력한 기세에 밀려 금메달을 놓친 왕하오의 그날을 떠올린 것. 또다른 팬은 '왕하오의 표정이 너무 불편해 보인다. 장우진의 풋워크가 2004년 아테네올림픽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다시 떠올리게 했을 것'이라고 썼다. '장우진 온 파이어(on fire)' '장우진은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하나'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이번 대회 남자단식 4강 진출자는 장우진과 린시동, 린윤주(대만)와 하리모토 도모카즈(일본) 등 4명. 중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린시동이 장우진에게 일격을 당하며 새해 첫 WTT챔피언스 도하 남자단식 결승에 중국 선수가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한 중국 팬은 '장우진은 세계 최고의 포어핸드 선수 중 하나다. 장우진은 레전드 마롱, 쉬신을 비롯 동시대 에이스 왕추친, 리앙징쿤, 린시동, 시앙펑을 모두 이겨본 적이 있다'고 평가한 후 '그가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유일하게 8전패한 선수(판젠동)를 조기 은퇴 시킨 중국이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은 이번 대회 여자단식에서도 우승컵을 놓쳤다. 세계 1위 쑨잉샤가 발목 부상으로 불참한 가운데 세계 2위 왕만유가 8강에서 '세계 22위' 베테랑 수비수 한잉(독일)에게 3대4로 패하는 대이변이 일어났고,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4위 천싱퉁이 전 중국국가대표 마카오의 주율링(세계 7위)에게 2대4로 역전패했다. 새해 첫 대회, 남녀 단식 모두 우승을 놓치며 팬들의 우려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