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외국인선수 지명으로 라인업 구성 완료…판세 변화는
'거포 에번스 영입' 한국전력·'높이 우위' OK저축은행, 다크호스 부상
'최대어 웨더링턴 선택' 페퍼저축은행·'모마 낙점' 도로공사 전력 상승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프로배구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로 2025-2026시즌 라인업 구성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외국인 거포 합류가 전력 판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녀부 각 7개 구단 전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마지막 퍼즐인 외국인 선수 지명은 차기 시즌 판세를 점칠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 9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선 구단 간 정보전이 치열했고, 지명 순위 추첨 결과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새로운 얼굴 가운데 남녀부 최대어를 잡은 한국전력과 페퍼저축은행은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팀도 외국인 선수-아시아 쿼터 조합에 따라선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전망이다.
◇ 남자부 에번스 낙점 한전·디미트로프 보강 OK, 봄배구 노린다
2024-2025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남자부 '3강'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KB손해보험은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와 다음 시즌에도 '동행'을 선택했다.
변화 대신 검증된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으로 안정을 선택한 것이다.
나머지 4위부터 7위까지 팀들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변화를 꾀했다.
지난 시즌 6위로 밀렸던 한국전력은 사실상 외국인 드래프트의 최고 수혜자였다.
한국전력은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어 최대어로 주목받았던 캐나다 국가대표 경력의 아포짓 스파이커 에번스를 낙점했다.
순위는 두 번째였지만 1순위 KB손보가 비예나와 재계약한 덕에 '사실상 1순위'였다.
키 202㎝인 에번스는 2020 도쿄 올림픽과 2021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활약했고, 2021년부터 일본 1부리그 사카이 블레이저스에서 뛰어 아시아 배구에 익숙하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11일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 때 5순위로 2023-2024시즌 삼성화재에서 뛴 아포짓 스파이커 자르갈척트 엥흐에르덴(등록명 에디)을 선택했다.
두 명의 수준급 날개 공격수를 확보한 한국전력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임성진을 KB손해보험에 내주고 보상 선수로 리그 정상급 리베로 정민수를 받고,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FA 토종 거포 김정호도 영입했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운이 좋게도 에번스를 영입했다. 에디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용하면서 김정호, 서재덕, 윤하준도 뒤를 받치도록 할 생각"이라면서 "세터 하승우도 10월 제대하기 때문에 다음 시즌 도약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 OK저축은행도 높이 보강으로 다음 시즌 지각 변동을 일으킬 후보로 꼽힌다.
'봄배구 전도사' 신영철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OK저축은행은 불가리아 국가대표로 활약한 아포짓 디미타르 디미트로프를 선택했다.
OK저축은행은 키 204㎝ 디미트로프와 아시아 쿼터 미들 블로커 매히 젤베 가지아니(208㎝·이란) 두 명의 장신 선수 확보로 높이에서 뒤지지 않게 됐다.
앞서 현대캐피탈과 트레이드로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도 데려와 전력 상승이 예상된다.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은 "우리 팀도 블로킹 높이에서 다른 팀에 뒤지지 않게 됐다"면서 "외국인·아시아 쿼터와 세터 이민규, 날개 공격수로 전광인을 영입하는 등 주전 4명이 바뀌었기 때문에 2025-2026시즌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브라질 출신의 하파엘 아라우조를 잡아 기존 아시아 쿼터 알리 하그파라스트(등록명 알리)와 공격력을 강화한 우리카드, 검증된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 미힐 아히(등록명 아히)와 최장신(204㎝) 아시아 쿼터 알시딥 싱 도산 듀오로 진용을 짠 삼성화재도 봄배구에 도전한다.
최천식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현대캐피탈은 우승 전력을 유지한 채 검증된 아시아 쿼터 바야르사이한과 트레이드로 아포짓 스파이커 신호진이 가세해 더욱 강해졌다"면서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뽑은 한국전력과 OK저축은행도 전력 변화를 주목할만하다"고 평가했다.
◇ 여자부 웨더링턴 품은 페퍼·모마 재입성 도로공사 3강권 도전
여자부는 남자부와 달리 봄배구에 나섰던 흥국생명과 정관장, 현대건설이 모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반면 중하위권이었던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는 각각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와 재계약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선 '사실상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이 덕을 봤다.
페퍼저축은행은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IBK기업은행이 빅토리아와 재계약하면서 2순위로 아포짓 스파이커 조 웨더링턴을 선택했다.
키는 184㎝로 아포짓 스파이커로는 크지 않아도 특유의 탄력과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한다.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웨더링턴의 강점은 파워다.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좋지 않은 볼을 마무리할 수 있는 한방이다. 키가 크지 않지만, 점프가 좋고 팔이 길어 타점이 잘 나온다. 블로킹도 높이도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페퍼저축은행은 다만 아시아 쿼터 1순위로 지명했던 스테파니 와일러(호주)가 아킬레스건 수술로 교체가 불가피해 어떤 대체 선수를 잡느냐가 순위 상승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친 한국도로공사도 2024-2025시즌까지 네 시즌을 V리그에서 뛴 검증된 거포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를 잡았다.
도로공사는 모마 영입으로 재계약한 아시아 쿼터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 연봉퀸 토종 거포 강소휘와 함께 막강한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해 봄배구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작부터 모마가 가장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다. V리그 경험자로서 이미 파워가 증명된 선수"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새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직접 살펴봐야겠지만, 모마와 웨더링턴을 보강한 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연합뉴스>
2025-05-13 08:0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