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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세이프라고?" 시범경기인데 사령탑이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부산스케치]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3-22 09:28 | 최종수정 2022-03-22 09:51


지난해 경기 도중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동욱 감독. 스포츠조선DB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사령탑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갔다. 시범경기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최악의 한해를 딛고 새출발을 다짐한 각오는 그만큼 단단했다.

21일 부산 사직구장.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 6회말. 마운드에는 4번째 투수 손정욱.

이대호의 역전 적시타로 롯데가 4-3 승부를 뒤집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이대호 대신 대주자로 고승민(22)을 내세웠다.

고승민이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그런데 리플레이에선 고승민의 손이 베이스에 닿기보다 NC 2루수 서호철(26)의 글러브가 먼저 태그하는 모습이 명백하게 포착됐다.

숱한 논란이 됐던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아닌 2루 아웃-세이프 상황. 현역 시절 2루수였던 이동욱 NC 감독은 즉각 그라운드 위로 걸어나갔다. 시범경기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심판은 서호철의 태그 타이밍과 무관하게 그의 무릎이 주자가 2루로 들어오는 경로를 막고 있었다고 판정했다. 이에 이 감독은 '포수의 송구를 포구하는 자연스러운 동작'이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판이 2루수 서호철의 무릎이 주자 고승민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판단한 장면. 사진=SBS스포츠 캡쳐
이 과정을 지켜보던 이순철 해설위원은 서호철의 동작이 '주자를 막는다'는 오해를 살 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호철이 아직 경험이 없는 선수라서 베이스를 저렇게 막고 있다. 열어주는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날 NC는 젊은 내야수들을 가동했다. 박민우는 5월, 박석민은 6월에나 돌아온다. 그 빈자리를 메울 박준영도 가벼운 손가락 부상을 당해 쉬었고, 전날 뛴 노진혁에게도 휴식을 줬다. 그 자리를 정현(3루)과 김한별(유격수)이 메웠다. 이 감독은 위기를 기회 삼아 선수단 뎁스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적에 대해서는 4월은 버티기 모드, 구창모와 베테랑 야수들이 돌아오는 5월부터 본격적인 승부를 거는 전략이다.


NC 서호철. 스포츠조선DB

다만 서호철은 연일 주전 2루수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퓨처스 타격왕(타율 3할8푼8리)을 차지한 군필유망주다. 경기전 이 감독은 "우선 박민우가 없는 2루에서 선발출전할 재목이다. 3루도 볼 수 있고, 상무 시절에는 1루도 봤다. 적어도 1군 로테이션에는 충분한 실력을 지녔다. 상무에서 좋은 내야수로 성장해서 돌아온 점에 대견하게 생각한다"며 웃기도 했다.

고승민은 최근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롯데의 강력한 주전 우익수 후보로 떠오른 상황. 거침없이 3루 도루도 시도했지만 과욕이었다. NC 배터리의 빠른 대처로 태그아웃. 하지만 2루, 3루에 저돌적인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거듭 시도하는 고승민의 자신감과 열정은 서튼 감독을 감동시켰다.

이날 롯데는 양의지의 3점 홈런으로 먼저 리드를 내줬지만, 지시완을 중심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이승헌이 4~7회 4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사이 6회 이대호의 역전타, 7회 신용수의 쐐기타로 승부의 추를 돌려놓았다. 이어 이강준(홀드)과 구승민(세이브)이 뒷문을 지키면서 5대3 승리를 따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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