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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대전 KIA 타이거즈와 경기 전까지, 한화 이글스 원혁재(27)를 아는 야구팬이 몇명이나 있었을까.
2018년 9월 18일, 한화 서산야구장. 퓨처스리그(2군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원혁재는 수비 도중 외야 펜스에 충돌해, 좌측 주관절 인대가 파열됐다. 수술을 세 번이나 해야하는 큰 부상이었다. 1년 넘게 재활치료와 훈련에 집중했으나, 2019년 11월에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1군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하고 방출됐다. 충격이 컸을 것이다. 야구가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다. 얼마나 많은 재능있는 선수가 프로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소리없이 사라지는가.
2021년 11월, 병역의무를 끝내고 다시 도전했다. 한화 입단 테스트가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실 다른 선수를 테스트하는 자리였는데, 참가를 요청해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혼자 덜컥 합격했다.
정식 선수가 아닌 육성선수로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당연히 퓨처스팀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다. 그래도 행복했다.
퓨처스리그 16경기에 출전해 49타수 11안타, 타율 2할2푼4리-6타점-10볼넷-OPS(출루율+장타율) 0.769. 11안타 중 홈런이 2개, 2루타와 3루타가 각각 1개였다.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선구안이 좋고 펀치력있는 중거리 타자다. 도루 능력과 센스까지 있다"고 했다.
5월 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KIA전. 경기에 앞서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신분이 바뀌었다. 1군 합류와 동시에 8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2018년 시즌 중반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적은 있지만 그때는 뛰어보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한화가 페넌트레이스 3위로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그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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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그가 펜스 쪽으로 쭉쭉 뻗어가는 타구를 걷어내자, 관중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펜스 트라우마가 있었을텐데 연습경기, 퓨처스 경기를 하면서 극복했다고 한다. 이제 펜스를 보면서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나머지 세 타석에선 삼진으로 돌아섰다. 공교롭게 세 타석 모두 주자가 있는 득점 찬스였다. 특히 4-5로 뒤진 9회말 무사 2루에서 맞은 마지막 타석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두 차례 번트 실패 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세 타자가 연속으로 범타에 그쳐, 팀은 4대5로 졌다.
4타석 4타수 1안타 삼진 3개. 오랫동안 열망했던 1군 경기였는데,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컸다. 세상 일이 대체로 그렇다. 앞으로 더 잘하면 된다.
제자의 첫 경기를 TV 중계로 지켜 본, 장채근 홍익대 감독은 "공수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수다. 대졸 야수가 4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이유가 있다. 부상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큰 힘이 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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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혁재가 경기에 앞서 구단을 통해 밝힌 소감이다. 첫 안타는 첫 타석에서 달성했다. 아직 수많은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첫 안타보다 마지막 타석 번트 실패가 머리에 남아 있다. 너무 세밀하게 하려다 보니 힘이 많이 들어가 결과가 좋지 못했다.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어 "첫 안타 때 상대 투수가 대한민국 대표 투수인 양현종 선배였는데, 변화구 승부를 할 것 같지 않아 빠른 공을 노리고 쳤다. 운이 좋았다. 보완해야할 점을 빨리 파악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야구가 절실했던 원혁재가 야구인생 2막을 열었다. 27세 다소 늦은 나이에 첫발을 디뎠다. 한화와 함께 그가 성장하고 성취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자.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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