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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힘이 되고파" 승부사 이대호…우주의 기운이 몰린다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8-28 21:09 | 최종수정 2022-08-28 22:31


인터뷰에 임한 이대호. 김영록 기자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우주의 기운이 나한테 몰리고 있나? 팬들이 기를 넣어주시는 덕분 아닐까."

1주일 사이 홈런 3개. 하나하나가 그날의 승부를 결정짓는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다.

이대호는 2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시즌 14차전에서 1-2로 뒤진 7회초 역전 투런포를 작렬, 팀의 4대2 역전승을 이끌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이번주 4승2패를 기록했다. 그중 3승이 이대호의 손에서 판가름났다.

장소도, 상대도 가리지 않는다.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선 1-0으로 앞선 9회초 쐐기포를 쏘아올렸다. 9회말 NC 양의지가 솔로포로 맞섰기에 결과적으로 더 소중했던 한방이었다.

26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1-1로 찜찜하게 맞서던 3회말 승부를 결정지은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야구팬들의 마음에 길이 남을 화려한 홈런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7회 롯데 이대호가 SSG 김택형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날렸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이대호.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8.28/
그리고 이날 SSG와의 경기. 롯데는 1회초 상대 선발 김광현의 난조를 틈타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하지만 이어진 만루 찬스에서 득점에 실패한데 이어, 2회말에는 SSG 후안 라가레스에게 역전 투런포까지 허용했다. 3회초 1사 2,3루, 6회 무사 2루 등의 찬스에서 각각 범타와 주루 실수로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전날 경기에서도 3~5회 연속 만루 찬스에서 1점도 뽑지 못하면서 완패한 롯데의 악몽이 되살아날법한 순간, 이대호의 역전 투런포가 모든 시름을 날려보냈다. 기세가 오른 롯데는 7회초 고승민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후 만난 이대호는 "팬들이 기를 넣어주고 있고, 마지막 시즌이다보니 우주의 기운이 내게 모이고 있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이대호 은퇴투어 행사가 열렸다. 이대호와 포옹 나누는 추신수.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8.28/
경기 전에는 친구 추신수를 위시해 SSG 구단이 레전드를 보내는 예우를 취했고, 1회초 첫 타석에는 상대 선발 김광현이 먼저 모자를 벗고 인사를 건넸다. 추신수는 이대호의 작별 인삿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대호는 "김광현도 내 은퇴를 많이 아쉬워하더라. 후배지만 너무 고맙다", "어제는 정근우, 오늘은 추신수, 친구들에게 고맙다. 고효준 김강민 노경은 다들 오랫동안 함께 했고, SSG엔 경남고 후배들도 많다"며 울컥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대호의 역사적인 데뷔 첫 홈런이 바로 문학구장(2002년 4월 26일 SK 와이번스 이승호)이다. 이대호는 "내가 이렇게 사랑받을 줄도 몰랐고, 투수에서 타자로 바꾸고 힘들 때다. 이 자리까지 올줄 몰랐다.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며 몰아치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선 이대호. 사진제공=SSG 랜더스
이날 이대호의 마지막 타석에는 SSG 팬들도 함께 '대~호'를 연호했다. 은퇴투어를 할 때마다 이어지는 훈훈한 풍경이다. 이대호도 마지막 타석에서 아웃된 뒤 헬멧을 벗어 답례했다. 그는 "타석에서 타팀 팬들도 응원해주시는 걸 듣자니 눈물이 난다. 이렇게 사랑받아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마지막 한타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승리로 이대호의 은퇴투어는 2승2패(올스타전 제외)가 됐다.

"은퇴 시즌 20홈런? 생각해본 적 없다. 올해 목표는 타율 3할, 그리고 끝까지 다치지 않고 시즌 완주 뿐이었다. 어릴 때부터 '이기는 야구'가 꿈이었다. 애들이 작년까진 나한테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 갑자기 야구에 재미를 붙였다. 자꾸 나보고 야구를 더 하라고…아내도 많이 힘들어한다. 홈런을 더 쳐서 아내에게 힘을 주고 싶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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