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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네, KIA 타이거즈 김건국입니다!"
오랜 기다림이었다. 2006년 데뷔 시즌만 해도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이후 고양 원더스와 NC 다이노스,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를 거치는 동안 눈에 띄는 커리어를 쌓지 못했다.
2021년 롯데에서 방출된 뒤엔 1년간 '무적(無籍)' 선수로 지냈다. 야구를 그만둘 위기에도 몰렸다. 아내와 아이들이 딸린 가장의 책임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프로행 기회는 좀처럼 손에 닿지 않았다.
KIA와의 입단 테스트도 11월과 1월, 두 차례나 치렀다. 1년간 공백이 있었던 만큼, 몸상태를 끌어올린 뒤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했던 것. 장정석 단장, 손승락 2군 감독, 권윤민 스카우트팀장이 그의 입단 테스트를 지켜봤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
"'늦은 나이에 왜 사업 안하고 야구를 하려고 하냐'고 하시더라. '야구를 사업보다 잘합니다. 어설프게 할 생각 없습니다'라고 진심을 말씀드린 게 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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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출연한 아마추어 야구대회가 반전의 계기가 됐다. 지난해 휴식 중이던 김건국에게 레슨장을 운영중인 롯데 출신 선배 이지모가 "공이 좋으니 연습해보자"고 제안했다.
뒤이어 KBO가 지난해 처음으로 선수 출신들만 참여하는 시도대항 야구대회를 개최했다. 김건국은 부산 대표로 출전했다. 오직 "야구가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선 대회였다. 알루미늄배트를 상대로 자신의 공을 증명하고픈 의욕도 있었다.
김건국의 역투를 앞세운 부산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고 146㎞까지 나온 직구에 상대팀 선수들이 "얼른 테스트 보러가라. 왜 우리한테 이러고 있냐"며 야유를 보낼 정도였다.
우연이 인연으로, 끝내 운명이 됐다. 시도대항전을 지켜본 에이전트 송산이 KIA 테스트 기회를 만들어준 것. 준비기간은 일주일. 김건국은 당시의 심경에 대해 "(마음이)확 불타올랐다"고 표현했다. 방출 후에도 잘 관리된 몸은 결국 프로 유니폼을 다시 입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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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국은 시도대항전 준결승에서 인천 대표 남태혁(전 SSG 랜더스)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김건국은 "나무배트로는 절대 홈런 못칠 타구"라며 억울해했다. 하지만 이젠 기분좋게 흘려보낼 추억이 됐다.
"남태혁한테 전화 해줘야겠다. '아직 살아있네. 프로 선수를 상대로 홈런을 치다니!'"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