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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제 대세는 비FA 다년 계약이다. 구단들의 결단이 다른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LG는 스토브리그 개장 후 주요 업무를 마무리하고, 오지환 측과 본격적인 다년 계약 논의를 시작했다. 2023시즌이 끝나면 오지환은 다시 FA가 된다. 그 전에 잡아두겠다는 뜻이었다.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렀고, 2024시즌부터 2029시즌까지 6년 최대 124억원(보장 10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에 계약을 발표했다. LG 구단 최초의 비FA 다년 계약이다.
이미 다년 계약이 대세다. SSG 랜더스가 스타트를 끊었다. 한유섬(5년 최대 60억원)과 문승원(5년 최대 55억원), 박종훈(5년 최대 65억원)이 다년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 라이온즈가 구자욱과 5년 최대 120억원에, 롯데 자이언츠는 박세웅과 5년 최대 90억원에 계약했다. NC 다이노스도 구창모와 6+1년 최대 132억원에 뒤를 이었고, 오지환까지 화룡점정을 찍었다.
다른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SSG의 경우, 샐러리캡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했지만 삼성과 LG는 구자욱과 오지환이 FA 자격을 취득했을 때의 경쟁 구도, 협상이 어그러졌을 때의 부담감 등을 감안해 미리 서둘렀다. 박세웅이 아직 병역 '미필'인 위험성까지 감안한 롯데는 다소 특이 케이스다.
그만큼 구단들은 팀을 대표하는, 향후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 FA로 팀을 떠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비 FA 다년 계약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는 보편화 돼있는데, KBO리그 구단들도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다만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작전'은 다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시장이 워낙 크고, 풀이 넓기 때문에 싹이 보이는 선수의 몸값이 더 치솟기 전에 적당한 금액의 다년 계약으로 묶어놓는 역할을 한다. 반면 시장의 파이가 훨씬 더 적은 KBO리그 같은 경우에는 구단들이 어느정도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오버페이까지 해야 최종 협의가 된다.
최대어급 선수들이 시장에 나가기 전에 미리 다년 계약을 하면서, FA 시장은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이미 올해 FA 시장이 보듯, 등급제를 도입해도 '빈익빈 부익부'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대어 선수들이 사라지면서 구단들의 선수 영입 계획은 달라졌고, 내부 단속과 시장에 풀리는 일부 '알짜' 선수들의 몸값이 더욱 상승하게 될 전망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