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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강속구의 시대. 안우진을 필두로 신예 문동주와 김서현까지 최고 160㎞를 넘나드는 광속구 투수들이 연일 화제다. WBC에서 강속구를 가볍게 뿌리는 일본 대표팀 투수들에게 받은 충격. 젊고 빠른 투수들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맞물려 강속구 투수에 대한 관심은 연일 뜨겁다.
12일은 빠르지 않은 투수들의 날이었다. 삼성 백정현(36) 한화 장민재(33) 두 좌우 베테랑 투수들이 눈부신 호투로 상위팀들을 잡으며 소속팀에 중요한 승리를 안겼다. 나란히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백정현은 이날 대구 LG전을 맞아 홈으로 돌아온 삼성에 연패를 끊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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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⅓이닝 5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비자책). 시즌 평균자책점을 2.81에서 2.32로 낮췄다.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8㎞에 불과했지만 포크볼을 적극 활용해 타이밍을 빼앗았다. 커브, 슬라이더 조합도 완벽했다.
이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해설을 맡은 '느림의 미학' 유희관 해설위원은 "강속구가 각광받는 시대에 백정현 장민재 두 투수의 호투가 뿌듯하다"며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2021년을 끝으로 두산에서 은퇴한 유희관 위원은 현역 시절 최고 135㎞의 느린 공으로도 정교한 제구를 앞세워 통산 100승(101승69패)을 거둔 대투수 출신이다.
스피드에 몰리는 관심을 조금이나마 분산시키고 있는 백정현과 장민재.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제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는 멋진 선수들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