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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4일 잠실 두산전.
선두 양석환이 좌중 안타로 출루했다. 로하스가 우익수 직선타로 물러났지만 김재환의 우전안타로 1사 1,2루.
투구수는 어느덧 103구에 달했다. 교체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
통상 이런 경우 '더 던질 수 있겠냐'는 체크와 '괜찮다. 이번 이닝까지 책임지고 싶다' 이런 말들이 코치와 선수 간에 오가기 마련. 당연히 그런 내용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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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즈가 불끈 힘을 냈다.
허경민을 상대로 체인지업 연속 2개와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승부 만으로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직구 힘이 떨어져서 변화구 의존이 늘었나'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2회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었던 양찬열을 만나자 4구 연속 직구만 뿌렸다. 152㎞-152㎞-153㎞-153㎞. 이날 수아레즈가 던진 가장 빠른 공이었다. 양찬열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111구, 6이닝 무실점이 완성되는 순간.
경기 후 수아레즈에게 물었다. '그 때 투수코치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닝이 거듭될수록 공도 빨라지고 컨디션 더 올라왔다. 투수코치께서 올라와 '아웃카운트 2개 남았으니 무조건 잡아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힘을 얻어서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다"며 씩 웃었다.
예상을 깬 의외의 대화 내용. 외인 에이스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었기에 보일 수 있었던 장난 섞인 대응.
선수들과 가까운 위치에서 '밀당'을 잘 하는 정현욱 코치의 위트 넘치는 대응이 외인 에이스의 긴장이 풀렸다. 남은 마지막 에너지를 이끌어낸 동력이 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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