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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시범 운영이라고 해도 지키라고 시행한 제도, 하지만 결과는 철저한 '무시'다.
공교롭게도 롯데와 KT는 시범경기 동안 피치클락 도입을 현장에서 가장 앞장서 반대했던 두 팀이다. 뚜껑을 열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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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겨우내 준비는 했어야 했다. 좋든 싫든 지난해 이사회에서 만장일치 합의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팀들이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일찌감치 피치클락에 대한 적응 노력을 했다.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도 마찬가지였다.
'적응시간이 부족했다'는 말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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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입장에선 늘어지는 지루한 경기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위반 사례가 누적되고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확산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팬 서비스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제도를 무시하는 구단은 잘 지키려는 구단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KBO 차원의 강력한 추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유예기간'은 결국 정식 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정식 도입 전부터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정식 도입했을 때 부작용을 최소화 하며 연착륙이 가능해진다. 10개 구단 중 절반이 넘는 6개 구단이 한 자릿수 위반에 그친 점은 나름의 준수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에선 특정구단의 노골적 무시 속에 제도가 유명무실화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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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10개 구단 모두가 지켜야 할 약속이기도 하다. 보조는 못 맞추더라도 최소한 그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반 리그적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