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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박세웅)본인은 대전구장 어쩌고 하는데…그러면 안된다. 에이스잖아."
5회 한이닝에만 무려 5안타에 2볼넷, 몸에맞는볼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닝을 마무리짓지도 못했다. 4⅔이닝 11피안타(홈런 1) 4사구 4개, 10실점(9자책)의 참담한 성적을 남긴 채 교체됐다. 박세웅에겐 2016년 8월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3이닝 9실점)을 넘어선 개인 1경기 최다 실점 기록이었다. 팀도 3대12로 완패했다.
모양새도 좋지 않았다. 박세웅은 총 112구 중 무려 59구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슬라이더 비중이 무려 52.7%에 달했다. 무려 8구 연속 슬라이더를 연투하기도 했다. 정경배 한화 감독대행은 "박세웅이 정말 좋은 변화구를 던졌는데, 채은성이 참고 밀어내기 볼넷으로 걸어나간 순간이 인상적"이라며 승부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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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패배로 박세웅의 통산 대 한화전 성적은 17경기(선발 16) 1승9패, 평균자책점 8.51로 치솟았다. 무대를 대전으로 한정하면 승리없이 10경기 8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더 올라간다.
하지만 박세웅은 롯데 자이언츠의 토종 에이스다. 최동원-염종석의 계보를 잇는 '안경에이스'에게 변명이나 핑계는 필요없다. 데뷔 11년차, 올해 나이 29세, 선발로만 통산 222경기에 등판한 선수다. '강하게 커야한다' 운운하기엔 이미 베테랑의 반열에 올라있다.
구단이 안긴 5년 최대 90억원의 연장계약은 박세웅의 과거 공헌도 뿐 아니라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다. 그 무거운 왕관을 견디는게 에이스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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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대결 상대였던 문동주, 29일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한 황준서와는 다르다. 구단의 보살핌이나 위로를 받기보단 앞장서서 이끌어야하는 입장이다.
박세웅 스스로 입버릇처럼 말해온 에이스의 책임감이다. 선발투수의 최고 가치를 승수나 탈삼진이 아닌 '이닝'이라 말하는 그다. 실책이 나왔을 때 실점하지 않고 막아냄으로써 야수를 도와줘야한다고 강조한다. 언제나 더그아웃 맨앞에서 서서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자신의 이닝을 마친 뒤엔 야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소통하는 그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이 그 무엇보다도 어떤 상황에 처하든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는 선수가 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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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강남이 패턴이나 스타일을 더 잘 알거다. 하지만 포수 문제는 아니다. 어린 투수 아니고 박세웅이다. (포수가 어리면)본인이 리드해서 가야지. 슬라이더 연투? 할수도 있다. 그럼 자신감있게 존에 던져서 결과를 봤어야한다. 자신감이 없어서? 에이스는 그래선 안된다."
박세웅은 오는 6월 2일 부산 NC 다이노스전까지 주 2회 선발등판을 소화해야한다. 찰리 반즈가 부상으로 빠지고 김진욱-이민석이 선발진에 추가된 상황. 박세웅의 책임감이 더 무거워졌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