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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 외야수 김호령이 외야 주전 경쟁에서 예비 FA 최원준을 완전히 밀어내는 깜짝 활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김호령은 나이 30대 초반이 되면서 갈수록 팀 내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이었다. 김호령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102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에 오면 지명 순서는 의미가 없어진다지만, 장단점이 너무 뚜렷해 주전으로 한 단계 넘어서는 데 애를 먹었다. 정수빈(두산) 박해민(LG) 등 리그를 대표하는 중견수들과 비교될 정도로 엄청난 수비 범위와 주력을 자랑하지만, 타격이 너무 큰 마이너스 요소였다. 개인 통산 타율이 0.237(1353타수 320안타)에 불과하고, 202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1할 타율에 그치면서 설 자리가 없었다.
김호령은 결국 올해 연봉 삭감 대상자가 됐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는 연봉 협상에서 우승 보너스를 두둑이 얹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반적으로 후했는데, 김호령은 기존 연봉 9000만원에서 1000만원이 삭감된 8000만원에 사인해야 했다. 시즌 개막도 2군에서 맞이하는 등 답답한 시간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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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김호령은 펄펄 날았다. 이범호 KIA 감독과 베테랑 최형우가 김호령을 비롯한 백업 야수들에게 "부상과 부진으로 이탈한 주축 타자들의 공백을 단순히 채울 생각만 하지 말고, 어떻게든 자리를 차지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하게 메시지를 남긴 뒤였다. 김호령은 하위 타선에서 상위 타선으로 흐름을 연결하는 임무를 충실히 해내며 주전으로 출전 시간을 늘려 나갔다. 시즌 타율은 0.259인데, 득점권 타율은 0.385다. 중요 상황에서 더 높은 집중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분위기면 나성범이 돌아와도 김호령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을 듯하다. 불안한 쪽은 오히려 최원준이다. 최원준은 3일 두산전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방망이는 매서웠지만, 또 한번 평범한 뜬공을 놓치는 실책으로 이닝을 끝내야 할 상황에서 실점하게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감독은 나성범이 재활 과정에서 문제가 없으면 6월 안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성범이 돌아와 수비까지 적극적으로 할지는 미지수지만, 나성범이 우익수로 뛴다고 가정하면 최원준은 좌익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게 현재는 이치에 맞다.
2017년부터 만년 백업 타이틀을 떼지 못하고 있는 김호령이 최근 좋은 타격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며 대기만성의 사례를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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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